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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비상선언’ 송강호 “우리 인생 희로애락 담겨 있다”
“재난 헤쳐나가는 수많은 사람들 얘기, 어른스럽고 담담하게 담았더라”
“‘범죄도시2’ 손석구 있다면 ‘비상선언’에는 임시완, 정말 잘 소화했다”
2022-08-05 00:00:03 2022-08-05 00:00:03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이젠 이 배우가 나오면 이유를 찾게 된다. 이 배우가 나왔기에 봐야 할 이유가 아니다. 이 배우가 출연했기에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란 전제를 떠올리게 된다. 그건 오롯이 이 배우에 대한 확고하고 부동적인 믿음이다. 그 배우가 송강호라면 도대체 누가 이견을 달 수 있고 또 의문을 떠올릴 수 있겠는가 싶다. 때문에 영화의 장르도, 영화의 내용도, 영화의 감독도, 함께 출연하는 배우가 누군지도. 사실 그렇게 중요하진 않다. ‘송강호가 출연한다란 이 간결하고 명확한 짧은 문장 하나가 가진 힘이 영화 팬들에겐 얼마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지 아마 본인은 예상도 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 사실은 본인도 어느 정도는 눈치를 채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 영화의 제작 발표회에서 그는 농담으로 동료 배우들에게 ‘2000만 흥행작이 될 것 같다고 했단다. 이미 괴물’ ‘변호인’ ‘택시운전사그리고 기생충까지. 송강호는 이들 단 네 편의 영화로만 무려 4000만이 넘는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 모았다. 때문에 송강호 입장에선 그 까짓 1000이라고 솔직히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송강호라면 그렇게 생각한다고 한들 사실 누가 뭐라 할 수도 없다. 송강호라면 대체 불가의 만족감을 언제나 안겨 준 배우 아니었나. 물론 송강호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없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그의 농담, 2000만 흥행. 1000만 영화를 무려 4편이나 경험해 본 그의 직감이라면 비상선언의 흥행 고공 행진 예상이 당연히 허투루 하는 말은 아니지 않을까 싶은 이유다.
 
배우 송강호. 사진=쇼박스
 
송강호는 산전수전 공중전 우주전까지. 한국영화에서 겪어볼 수 있는 모든 걸 겪어봤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딱 하나 없는 게 있었다. 앞서 언급한 산전수전 공중전 우주전가운데, ‘공중전우주전이 없다. 사실 뭐 우주전은 봉준호 감독의 SF영화 설국열차그렇다라고 치자. ‘공중전이 빠져 있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비상선언이 그의 필모그래피에 올라서게 됐다. 이 영화는 항공 재난 영화다.
 
“(웃음) 말씀하신 대로 공중전이 없었는데 이번에 생겼네요. 그런데 이번에도 제가 공중전에 합류하진 않습니다. 전 땅에만 있어요. 하하하. 우리가 살다 보면 크고 작은 재난을 겪는데 비상선언은 일반 장르물과 좀 다른 게 있었어요. 한재림 감독이 재난을 헤쳐나가는 수많은 사람들 얘기를 어른스럽고 담담하게 담고 있단 생각이 들었죠. 당시에는 코로나19’가 없을 때인데 흥미롭더라고요.”
 
그는 여름 휴가에 함께 하지 못한 경찰서 베테랑 형사팀장 인호를 연기한다. 아내와 함께 휴가를 떠나지 못한 미안함이 있는 인호는 비행기 납치 사건을 접한 뒤 지상에서 발을 동동거리며 안타까워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심정에 애만 태웠다. 그런 마음은 고스란히 송강호의 얼굴을 통해 그려지면서 관객들의 애간장도 타 들어 가는 듯했다. ‘비상선언의 땅은 송강호의 마음과도 같았다.
 
배우 송강호. 사진=쇼박스
 
비행기가 참 특수한 게, 배나 기차 그리고 자동차는 정차를 할 수 있잖아요. 근데 비행기는 한 번 뜨면 끝이에요. 한 번 뜬 상태에선 무슨 수를 써도 그 안에 있는 사람들과 접촉이 불가능한 거죠. 이런 딜레마가 굉장히 사람들을 힘들게 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구하고 싶은데 지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죠. 이런 심정을 중점적으로 생각했어요. 너무 슬퍼하기만 해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너무 냉정하기만 해서도 안 된다 생각했어요.”
 
아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테러범이 납치한 하늘 위 비행기에 갇혀 있는 상태다. 남편인 인호는 땅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로 애간장만 태운다. 뭐라도 해봐야 하는 입장에선 진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별의 별 짓을 다한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송강호는 예상 밖의 웃음 포인트를 안기면서 재난이란 심각한 상황에서도 송강호 특유의 유머를 안기는 연기도 전했다.
 
몇 개의 유머 코드가 있는데, 그게 입 소문이 날 정도인지는 사실 인지하지 못했었죠(웃음). 제 애드리브로 아시는 분들도 있는데, 확실하게 말씀 드리면 시나리오에 다 있었습니다. 하하하. 글쎄요. 희극 속에 비극이 있고 비극 속에 희극이 존재하는 것 아닐까요. 희로애락이 동시다발적으로 존재하는 게 우리 인생인데 그런 부분이 아주 자연스럽게 잘 표현이 된 것 아닌가 싶어요.”
 
영화 '비상선언' 스틸. 사진=쇼박스
 
송강호는 이번 영화에서 빌런역을 맡은 임시완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송강호는 임시완과는 영화 변호인에서 함께 호흡한 바 있다.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수 많은 동료 배우들 가운데 딱 한 명을 꼽자면 주저 없이 임시완비상선언의 치트키라고 추켜 세웠다. 다른 동료 배우들 그리고 연출을 맡은 한재림 감독 역시 자신의 의견에 무조건 동의할 것이라고 확신헀다.
 
이렇게 말씀 드릴 수 있겠네요. ‘범죄도시2’에 손석구가 있었다면 우리 비상선언에는 임시완이 있습니다(웃음). 정말 그냥 무조건 너무 잘했어요. 지금 아마 전남 구례에서 드라마 촬영 중일 겁니다. 어제도 문자를 보내서 칭찬을 해줬어요. 오늘 아침에도 문자를 주고 받았고. ‘진짜 너무 대견하다’ ‘훌륭하게 잘 소화했다고 칭찬해줬어요. 사실 뭐 변호인때부터 시완이가 예사롭지가 않았잖아요. 인정하시죠(웃음) 하하하.”
 
한국 영화에선 드문 감독 팬덤 가운데 한 명인 한재림 감독에 대한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한 감독과는 우아한 세계에 이어 관상그리고 비상선언까지 3번째 작업을 해왔다. 한재림 감독은 여러 언론을 통해 비상선언초기 단계에서 송강호 출연이 불발될 경우 비상선언연출을 포기할 생각이었다며 그에 대한 전적인 신뢰를 드러냈다. 이런 점은 송강호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 감독에 대한 신뢰가 무한대에 가까웠다.
 
배우 송강호. 사진=쇼박스
 
예전에 든 생각이 이런 것이었어요. ‘젊은 친구가 대충대충 넘어가는 게 없네싶었죠. 정말 꼼꼼하고 또 지독할 정도로 집요해요. 이번에 경험을 말씀 드리면 어떤 장면을 찍을 때 같은 장면을 8번을 반복해서 찍은 적이 있었어요. 생각해 보면 아니 다 좋은데 뭐 하러 그래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찍으면 저 스스로가 다 달라져요. 그래서 실제로 제가 그랬어요. ‘이렇게 날 만들어 주면 8번 아니라 80번도 찍을 수 있다(웃음). 그게 한재림 감독이란 연출자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송강호는 올해 5월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브로커로 한국 남자 배우 최초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작년 비상선언이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돼 시사를 할 때에는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에 앞서선 기생충으로 봉준호 감독과 함께 황금종려상 수상 무대에 함께 오르는 영광도 누렸다. 같은 해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도 올랐다. 사실상 더 이상 목표가 없다고 할 정도로 송강호는 한국 배우로선 이뤄볼 것을 모두 이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셈이다.
 
배우 송강호. 사진=쇼박스
 
말씀하신 대로 맞습니다. 너무 엄청난 경험을 짧은 시간 안에 해봤죠. 하지만 전 그 모든 게 배우로서의 하나의 과정이라고 봅니다. 제 목표는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관객들과 소통하는 것입니다. 때로는 성공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실패도 하겠죠.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전 계속 새로운 작품을 만나고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과 소통을 하고 싶고. 제 목표이자 소망은 그냥 그것뿐입니다. ‘비상선언도 이제 조만간 제 손을 떠날 테니. 또 다른 모습을 또 다른 송강호를 보여 드리기 위해 전 또 노력하곘습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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