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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헌트’, 이건 너무 쉬운 수수께끼 아닌가
배우 출신 연출자 데뷔작 ‘합격점’ vs 첩보 스릴러 장르 구성력 ‘의문점’
현대사 굵직한 실제 사건, 영화적 상상력 ‘결합’…장르적 긴장감·의문↓
2022-08-02 00:01:01 2022-08-02 00:24:45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이 영화, 정말별로였단 말도 옳고 정말괜찮았다란 말도 옳다. 배우 이정재의 상업 영화 데뷔작으로선 상당히 의미 있는 완성도였다. 이 정도면배우출신으로선 충분히 합격점을 줄 만하다. 하지만 여름 시장 겨냥 블록버스터, 그리고 한국영화시장에선 드물었던 첩보 액션 장르로서의 레퍼런스 기준점을 들이댄다면의도성이 다분한 구성력이 눈에 띈다. ‘첩보자체 아이텐티티를 단순히 반전이란 코드에만 집중시킨 듯한 모양새로서의 얕은 느낌만 다가온다. 무엇보다 이 영화 속 결말, 즉 스포일러에 대한 해답이 문제다. 의외로 너무 얄팍한 수준에서 설계가 됐단 느낌이다. 영화 중반 답을 유추할 만한 시퀀스 등장이 이를 뒷받침한다. 해당 시퀀스의 의도성과 필요성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궁금할 정도다. 이 장면 이전과 이후로 나뉠 정도로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헌트는 긴장의 텐션이 극명하게 갈린다. ‘그래서 그게 무엇이냐란 질문을 향해 달려가는 것 자체는 알겠다. 그런데 왜 그리고 무엇 때문에 거길 가는 건지, 그 고민이 극중 인물들에게도 그리고 연출을 맡은 감독 이정재에게도 크게 와 닿지 않은 듯 보였다. 흡사 장르를 설정하고 설정에 필요한 요소를 구축한 뒤 그 안에 필요한 각각의 레퍼런스를 끌어온 것만 같은 느낌이다. 각각의 레퍼런스가 꽤 단단히 물린 듯 보인다. 그래서헌트가 언뜻 보면 꽤 유려한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의도성이 너무 짙다. 중심 축에 선 두 인물 박평호(이정재)와 김정도(정우성) 대립이 어딜 어떻게 바라보는지 너무 드러낸다. 중반 이후 의도치 않은 시퀀스로 인해 강하게 유지된 텐션도 스스로 풀어 버린다. 단단히 꽉 묶여 있던 밧줄이 문제의 시퀀스로 인해 풀려 나간다. 사실 이 부분만이 아니다. 아웅산테러 사건과 광주민주화항쟁을 끌어온 팩션극 모양새에서헌트는 너무 많은 생각을 한 듯 하다. 상업 영화로서 한계성을 극복하려 한 것인지, 아니면 할리우드에서 등장한 바 있는 밀도 높은 첩보극 아우라를 기대했는지 모를 일이다. 뭔가 큰 것이 있었을 듯싶은 냄새만 강하게 피웠다. 그리고 결과는 우리가 다 아는 그것으로 향한다. ‘헌트’, 배우적 연출력의 한계성을 뚫은 듯한 조합력은 분명 합격점이다. 하지만 그 외에 모든 것에서 의도성이 간파되고 필요성에 의문을 던진 구성력이 두드러진다.
 
 
 
‘헌트’는 1980년대 전두환 정권 집권 초기 시절이 배경이다. 극중전두환 정권에 대한 실명 거론은 등장하지 않지만 이를 배경으로 한 내용은 충분히 인지 가능하다. 10.26 이후 신군부 쿠데타로 집권한 새로운 정권, 그리고 전 정권하에 중앙정보국요원으로 근무했던 박평호(이정재). 반면 신군부 쪽에 서 있던 김정도(정우성). 두 사람은 악연을 뒤로 하고 새로운 정권 출범과 함께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소속 해외팀과 국내팀 수장으로서 각자 영역을 담당하는 정보국 핵심 요원이 된다.
 
영화 '헌트' 스틸.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VIP 미국 순방 일정에서 암살 시도가 벌어진다. VIP동선은 안기부 일급 관리 비밀. 하지만 노출됐다. 미국 CIA와 함께 작전에서 범인을 검거하지만 김정도는 곧바로 범인을 사살한다. 이 과정에서부터 박평호와 김정도의 대립은 이어진다. 범인을 심문해 배후를 밝혀야 했지만 김정도는 인질로 붙잡힌 박평호를 구해야 한단 상황 판단이 먼저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북한 남파 간첩 총책으로 불리는동림실체가 더욱 더 수면위로 급부상한다. 안기부 내사 결과 VIP동선 유출도 동림이 유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안기부 내에선 동림이 이미 안기부 내에 활동 중인 것으로 확정 짓고 내사에 착수한다. 전임 안기부장에 이어 새로 부임한 신임 안기부장은 청와대의 압박과 함께동림문제를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 짓길 원한다. 그는 국내팀 차장 김정도와 해외팀 차장 박평호에게 각각동림파악을 명령한다. 그리고 안기부장이 각자에게 지시한 수사 대상은 놀라웠다. 김정도에겐 박평호, 박평호에겐 김정도를 수상 대상으로 지시한 것. 이제동림은 김정도와 박평호 그리고 그들 팀원 가운데 한 명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영화 '헌트' 스틸.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일본에 입국한 북한 고위 관료가 망명 신청을 해온다. 이 관리는 북한 핵 기술 개발 총책임자. 당연히 망명 대가는 핵 기술 개발 관련 자료. 안기부장은 해외팀 박평호에게 북한 고위 관료 망명과 자료 입수 모두를 지시한다. 하지만 작전 과정 중 팀원 한 명이 박평호의 명령을 어기고 단독 행동을 벌이다 사건 자체가 실패한다. 이 팀원은 큰 부상을 당하기 전 북한 고위 관료로부터동림실체에 대한 실마리를 전해 듣게 된다. 하지만 국내로 후송 뒤 치료 도중 사살된다. 사살 직전까지 이 팀원은 김정도의 국내 팀이 경호를 맡아왔다. 박평호의 해외팀과 김정도의 국내팀에서 각각 중요 정보가 유출된 듯한 상황이 연이어 벌어진 것이다. 박평호는 이제 김정도를, 김정도는 이제 박평호를동림으로 간주하고 각자 수사를 진행한다. 서로가 서로의 정체를 밝혀내지 못하면 각자가동림이 돼야만 할 상황이다.
 
영화 '헌트' 스틸.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헌트’는 1980년대 배경 탓에 모든 게 올드한 느낌이다. 전반적인 톤 앤 매너가 올드함을 강조한다. 단순하겐 소비되는 소품부터 올드하다. 하지만올드함이 영화 자체 완성도를 말하는 건 아니다. 2000년대 이후 첩보 장르를 대변하는미션 임파서블류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접근성부터가 달라진다. 오히려누가 스파이인가를 찾아내는 과정이라면 영국 첩보 영화 수작으로 꼽히는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를 떠올리며헌트를 비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결과로 이끌어가는 과정의 방식, 즉 결 자체가 해외 스파이 장르와 너무 다르다.
 
‘헌트’에선동림이 누구인가를 놓고 관객과 인물들 수 싸움이 펼쳐진다. 수 싸움이라면 다양한 선택지와 가능성이 제시돼야 한다. 하지만헌트는 구조상 이 선택과 가능성을 극단적으로 제한시켜 버린 채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때문에 앞서 언급한 중반쯤 등장한 어떤 인물의 과거를 유추해 볼 수 있는 시퀀스 이후 긴장의 텐션이 순식간에 풀려 버리는 모양새로 추락한다.
 
영화 '헌트' 스틸.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해당 시퀀스 이후부턴 사실상 누가동림인진 중요하지 않게 된다. 그럼 스토리를 끌어가는 동력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 이 지점부터 등장하는 포인트가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다. 이 지점은 실제 현대사에서 중요한 위치에 놓여 있는 아웅산 폭탄 테러 사건을 끌어온다. 당연히 이 사건은 당시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을 노린 북한 공작으로 결론이 난 상태다. 당시 테러로 인해 한국 정부의 수 많은 고위 인사들이 사망했다. 이 사건은 영화에서도 꽤 긴박하고 세밀하게 그려진다. 실제 사건 속 숨은 포인트까지 영화적 설정으로 변환돼 긴박함을 연출한다. 하지만역사가 스포일러란 기본 명제 탓에 긴장감은 당연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해당 시퀀스 이전 이미동림실체도 드러난다. 해당 시퀀스부턴 관객 긴장감은 극단적으로 풀려 버린다.
 
영화 '헌트' 스틸.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묵직하고 어두운 얘기다. 무게감을 이끌어 가는 방식에서헌트는 또 하나 좋지 못한 선택을 한다. 무게감 있는 유명 배우들의 카메오 출연이다. 주연과 연출을 맡은 이정재 그리고 그의 단짝 정우성, 여기에 두 사람과 깊은 영화적 연대감을 형성한 제작사. 그리고 해당 제작사 사단으로 불리는 여러 유명 배우들이 극중 카메오로 출연한다. 황정민 이성민 주지훈 박성웅 조우진 김남길 정만식 등. 이들 등장에서 관객들 이입은 캐릭터가 아닌 배우 자체에게로 전환된다. 대표적으로 극중 황정민이 연기한고 이웅평 대위 귀순 사건’. 대한민국 현대사 최대 긴장감을 안겨 준 사건이지만 해당 장면은 영화에서 의외의 감정을 이끌어 낸다. 보는 이에 따라선 극 자체 몰입보단 흐트러짐을 경험하게 된다.
 
영화 '헌트' 스틸.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전반적으로 배우 출신 연출자로서 완성도 측면을 따라가보자면헌트는 기준 이상을 넘어간 결과물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꽤 오랜 시나리오 개발 과정을 거친 상태에서 굳이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끌어온 점, 스토리 속 캐릭터 실체의 명확한흑백 논리를 더욱 두드러지게 만든 구성 등은 분명 너무도 얕은 지점으로 남을 뿐이다. 무엇보다 첩보 스릴러 장르가 중반 이후 비밀을 관객들에게 들켜 버린다면 그건 전체 구성의 실패라고 불려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개봉은 오는 10.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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