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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한국 미술시장의 변곡점 '프리즈 서울'
2022-08-01 06:00:00 2022-08-01 06:00:00
요즘 거래처를 방문하거나 강의 의뢰를 받아 갤러리 대표님들을 만날 때면, 늘 빠지지 않는 화제가 있다. 오는 9월에 우리나라 미술시장이 처음 겪어보는 대형 이벤트에 관한 이야기다. 세계 최대 아트페어 프리즈가 한국국제아트페어(키아프)와 손을 잡고 처음으로 아시아에 진출한다. 
 
프리즈 서울에는 가고시안 갤러리, 페이스 갤러리를 비롯한 세계적인 메가 갤러리들의 참가가 예정돼 있고, 수십에서 수백억 대의 대형 작가들의 작품이 서울로 와 관람객을 맞이할 예정이다. 대형 이벤트에 힘입어 올해 한국 미술시장은 양적, 질적으로 변곡의 해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미술시장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술시장 규모가 5329억에 달해, 올해는 한국 미술시장 규모가 사상 첫 1조원을 넘길 예정이며, 그 중 키아프와 프리즈 서울에서만 2000억 규모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프리즈 서울 개최 소식에 미술계는 전반적으로 크게 기대하는 모습이다. 아시아 미술시장의 중심이 홍콩에서 서울로 이동하는 상징적인 사건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다. 케이팝과 영상예술, 클래식으로 다져진 우리나라의 문화적 위상을 미술 분야에서 한층 더 높여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정부에서도 공익적 성격을 인정해 인천국제공항 인근의 광고를 허용하고, 관계자들의 입국심사 간소화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실질적인 경제효과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적인 아트페어 기간에 맞춰 전 세계 갤러리스트, 아티스트, 컬렉터가 우리나라로 몰려 식음료와 숙박 등 관광수요를 만들어 낼 예정이다. 프리즈 서울을 계기로 더 많은 아트 페어가 자주 열리게 될 수도 있다. 아트 페어들이 많이 열릴수록 미술 산업의 인재와 자금이 서울로 몰리고, 세계적인 갤러리들이 지점을 내면서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 더불어 갤러리는 미관을 개선시키면서 도시의 매력을 높이는 효과도 제공한다. 우리 작가들이 갤러리스트들 눈에 들어 해외로 나아갈 기회도 많아질 수 있다.
 
한편에서는 걱정의 시선도 있다. 거래처 갤러리 대표님 중 한 분은, 프리즈 서울 개최가 우리나라 미술시장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며 회의적인 시선을 내비쳤다. 근래 직장인들도 컬렉팅을 즐기는 듯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미술시장의 컬렉터는 구매력 있는 계층으로 한정돼 있다. 세계적 아트페어 프리즈가 우리나라에 오면, 메가 갤러리들이 컬렉터의 관심과 자금을 흡수하게 돼, 신진 작가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게 이 대표님의 우려다. 여지껏 신진 작가들이 이름을 알리고 후원자인 컬렉터를 만날 수 있었던 건 시장이 좁아 한 번이라도 컬렉터의 눈길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인 것도 있는데, 그것이 사라질까 걱정된다 했다.
 
중소 갤러리도 걱정이다. 갤러리는 작가로부터 받는 판매 수수료가 주된 수입원이다. 그렇다면 갤러리와 함께하는 작가들이 많아야만 갤러리도 공존할 수 있다. 그런데 세계적인 갤러리가 우리나라에 진출하면, 작가는 자신의 파트너로서 아무래도 국내 갤러리보다는 이들 갤러리에 먼저 관심이 가게 될 것이다. 작가에게 신경을 많이 못 써주고 수수료를 많이 받아가도, 작가는 간절한 마음에 해외 갤러리들과 계약을 감행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작가도 힘들고 중소 갤러리도 도태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처럼 프리즈 서울을 바라보는 각 관계자들의 입장은 동상이몽이다. 하지만 잘 이겨낼 것으로 기대한다. 과거 2006년 영화시장에서 스크린쿼터제를 축소할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밀려 우리나라 영화가 종말할 것이라는 예언도 있었고, 잠깐 한국 영화계에 위기가 찾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이제 칸 영화제에서 한 번에 2개 수상을 배출할만큼 한국 영화는 성장했다. 나아가 세계가 한국의 영상예술을 주목하고 있다. 프리즈 서울도 한국 미술시장에 그런 변화를 가져다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권민 미술전문 세무사(MK@mktax.co.kr)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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