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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한산: 용의 출현’ 변요한 “와키자카에게 이순신 장군…‘공포 그 자체’”
“수선 불가 ‘갑옷’ 피팅, 아빠옷 빌려 입은 느낌…무한증량으로 25kg↑”
“마지막 51분 해전 장면, 와키자카 활 맞을 때 알 수 없는 공포감 느껴”
2022-08-01 00:00:01 2022-08-01 00: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변요한은 항상 진지해 보였다. ‘진지하보였다란 두 단어의 상충이 애매한 느낌을 주지만 보이는 그대로라면 그렇다. 그는 의도적으로 진지함을 강조하는 듯하고, 그에 걸맞게 그걸 보여지게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건 순전히 외부에서 그에 대한 느낌을 표현하는 방식일 뿐이다. 변요한에게 진지는 분명이 존재했다. 그는 언제나 어떻게 해서든 배역에 허투루 달려드는 법이 없었다. 어떤 배우가 자신의 배역에 허투루 달려들까 싶지만 변요한은 좀 더 그 깊이감이 다른 느낌을 밖으로 뿜어내는 방식을 알고 있는 듯했다. 이점만으로도 변요한의 배우적 재능은 엄지 두 개를 모두 치켜 올려도 모자람이 없을 듯한데 말이다. 그런데 이걸 보여지게 하는 방식이 결정적이다. 그는 배우이기에 보여지는 방법을 안다. ‘어떻게란 의미의 방식을 분명히 꿰뚫고 있다. 그런데 진짜 결정적인 건 따로 있다. 변요한은 그걸 의도하지 않은 채 보여지게 하는 방식을 언제나 자신에게 투여시킨다. 이건 다시 말하면 보여지는직업의 배우로서 보여지는 것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단 점이다. 그는 오롯이 자신 안에 존재할지 모를 배역의 미세한 티끌 하나에 집중하고, 그 집중을 통해 티끌 하나를 전체로 이끌어 내는 것에만 집중한다. ‘한산: 용의 출현에서 변요한이 보여준 왜군의 명장 와키자카 야스하루가 실제로 그랬을 것만 같은 느낌이 그래서 그랬던 것이다.
 
배우 변요한.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변요한은 자신이 연기한 와키자카배역으로 인해 이순신 장군의 위대함이 더욱 더 돋보일 수만 있다면 기쁜 마음으로 왜군 장수역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웃었다. 그래서 캐스팅 제안을 받았을 때도 내가 장군이라고?’라면서 그런데 왜군 장군?’이라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고. ‘명량을 당연히 봤던 변요한은 같은 소속사 선배 연기자 조진웅이 명량에서 연기한 와키자카의 젊은 시절을 연기하게 된 것을 알게 됐다고. 그는 우선 몸부터 불렸단다.
 
의상 피팅을 갔었죠. 근데 그 옷이 해외에서 제작이 돼 온 거에요. 수선 자체가 안돼요. 그래서 입어보고 옷이 안 맞으면 수선이 아니라 그 옷에 맞게 몸을 맞추는 수밖에 없었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사실상 무한 증량을 했어요. 대략적으로 25kg가량을 늘린 것 같아요. 처음 입었는데 꼭 아빠 옷 빌려 입고 나온 중학생 모습이었어요. 너무 초라해 보여서(웃음). 진짜 미친듯이 몸을 불렸죠. 대략 2주 뒤 다시 피팅을 하니 그때서야 갑옷의 테가 살더라고요.”
 
외형적으로 상당히 큰 노력을 한 변요한이다. 영화 초반 변요한의 일본어 대사로 시작하는 압도적인 분위기는 살벌함을 넘어서 온 몸을 짜릿하게 만들 정도다. 외형적인 변화를 일궈냈으니 이젠 내적 변화를 끌어가야 한다. 이순신 장군 배역의 박해일이 대사가 거의 없는 것으로 유명했다면 변요한의 와키자카는 대사가 너무 많았다. 그것도 전부 일본어 대사다. 거기다 더 골치가 아픈 건 일본의 고대어다.
 
배우 변요한.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우리도 사극을 하면 사극 톤이 있잖아요. 극중에 와키자카가 쓰는 말 자체가 전부 그런 대사들이에요. 그 대사의 맛을 살려야 하니 정말 죽을 맛이었죠. 일본어는 그전까진 그냥 인사말 정도수준으로 했었죠(웃음). 외국 배우들, 특히 일본 배우가 들었을 때 조차 크게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까지 만들자 싶었죠. 일본어 선생님과 거의 함께 살다시피 했어요. 레퍼런스도 많이 주셨고, 일본 대하사극도 진짜 많이 봤어요. 지금은 드라마 보면 대충을 알아 들을 정도는 됐어요(웃음)”
 
변요한은 한산: 용의 출현에서 자신이 연기한 와키자카를 빌런, 악역으로 보진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의 시각에선 분명한 악역이다. 역사적으로도 실존했던 와키자카는 조선 사람들에겐 정말 진저리가 날 정도로 나쁜 사람이었음에는 틀림없다. 임진왜란 당시 육지에서 벌어진 용인 전투에선 불과 2000명의 병사를 이끌고 조선군 5만 이상의 대군을 대파한 전공을 세우기도 했던 인물이다. 그는 한산: 용의 출현속 이순신 장군과 와키자카의 대결을 장군 대 장군으로 표현했다.
 
해일이 형은 이순신 장군을 연기하면서 난중일기도 읽으셨다고 하는데 전 와키자카의 일대기를 쓴 협판기를 읽어봤어요. 이건 제 생각인데, 와키자카를 빌런이라 생각해 버리면 뭔가 전체 얘기의 폭이 순간적으로 좁아 드는 느낌이었어요. 내가 이 전체 얘기의 관찰자가 돼서 이순신 장군을 바라보는 느낌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싶었죠. 그래야 와키자카의 패기와 야망 욕심 등이 조금이라도 더 드러나지 않을까 싶었죠.”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속 변요한.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변요한은 이순신 장군의 대척점에 선 왜의 명장 와키자카를 연기하지만 한산: 용의 출현에서 진짜 주인공은 당연히 이순신 장군이다. 김한민 감독에게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그리고 명량을 보면서 상업 영화 배우로서의 큰 역할을 꿈꾸던 그때를 떠올려 봤다. 그는 한산: 용의 출현이 우리 모두의 숨은 자긍심을 자극하는 작품이라고 전했다. 특히 촬영 현장에서 왜의 장군으로서 실물 크기의 거북선을 마주할 때의 느낌은 지금도 말로 표현이 안된다고 한다.
 
그때의 그 기분과 느낌은 지금도 뭐라 설명이 안 되요. 우선 숙연해지고 대한민국 사람으로서의 DNA가 들끓는 기분도 들었어요. 하지만 배우로선 좀 다르기도 했죠. 거북선을 마주하니 제 눈빛이 달리지는 게 저 스스로 느껴졌으니까요. 그럼에도 제가 배우이기에 왜의 장수 역할을 하는 것 뿐이지 진짜 일본 사람은 아니잖아요. 정말 기분 좋았어요. 가만히 멍 때리면서 본 적도 있었고. 진짜 그 용두의 크기가 어마어마해요(웃음)”
 
실제가 아니지만 왜의 장수로서 우리 한반도 역사상 최고의 영웅으로 칭송 받는 이순신 장군과 대결한 소감이 궁금했다. 변요한이 연기한 와키자카 야스하루조차도 일본 역사에선 엄청난 명장으로 기록돼 있는 실제 인물이다. 하지만 이순신은 일본 역사가들 그리고 일본 역사 속 실제 인물들 조차 가장 존경하고 우러러보는 위인 중에 위인이다. 루머일지언정 실제 와키자카가 죽을 때까지 가장 만나보고 싶고 차를 한 잔 하고 싶은 인물로 이순신 장군을 꼽았다고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배우 변요한.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그 유명한 말은 저도 들어봤어요. 제가 와키자카를 연기하면서 이순신 장군을 대해봤잖아요. 비록 저도 와키자카가 아니고 해일이 형도 이순신 장군이 아니지만 그 인물이 돼서 연기를 해봤는데. 영화 마지막 51분간 이어진 해전 장면을 거의 몰아서 한 번에 다 찍은 건데, 그때 제가 활을 맞잖아요. 그러면서 저 혼자 대사가 아닌 혼잣말로 와 진짜 힘들다했는데, 그 말이 끝나자 마자 동시에 알 수 없는 공포감으로 밀려 오더라고요. 지금 정확하게 설명은 못하겠지만 그 공포감이 아마 실제 와키자카가 이순신 장군에게 느낀 공포가 아닐까 싶어요.”
 
한산: 용의 출현은 전작 명량 1761만을 깰 실질적인 대항마란 입소문이 벌써부터 퍼지고 있다. ‘명량에서 지적되고 또 문제점으로 드러난 부분을 연출을 맡은 김한민 감독이 오롯이 수정하고 보완해서 더욱 더 빌드업 시킨 게 이번 한산: 용의 출현이다. 변요한은 이순신 장군에게 대패를 하는 왜의 장군으로 출연했지만 자신의 몸 하나 불살라 이순신 장군의 위대함이 더욱 더 부각된다면 후손으로서 더할 나위 없다며 웃었다.
 
배우 변요한.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저의 패배로 인해 장군님의 위대함이 더욱 더 부각된다면 저로선 그만한 영광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웃음). 어떤 분은 명량보다 더 뜨겁다고 하시던데, 당연하죠. ‘명량보다 더 뜨겁고 더 재미있습니다. 전 보다가 데일 뻔했어요. 하하하. 많이 봐주시면 기분 좋을 것 같고, 1000만이 넘으면 그것도 좋을 것 같고. 하지만 봐주세요라고 굳이 말씀 드리고 싶지는 않아요. 정말 좋은 영화이니 자연스럽게 아시게 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극장으로 오시길 바라겠습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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