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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증권, 엔지켐생명과학 무증에 '환호'…평가손실 100억대 축소
KB증권, 엔지켐 평가손실 340억서 100억대로
엔지켐 상한가 당일…KB증권 창구서 51만주 매도물량 쏟아져
엔지켐, 무증 테마 탑승에 KB증권 손실 상당부분 덜어내
2022-07-29 06:00:00 2022-07-29 0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엔지켐생명과학(183490)이 500% 무상증자를 공시하면서 지분 20%가량을 보유한 KB증권의 평가손실이 300억원대에서 100억원대로 급감했다. 앞서 KB증권은 엔지켐생명과학의 대규모 유상증자에 대표주관사로 참여하며 1090억원 규모의 엔지켐생명과학 실권주를 떠안은 바 있다.
 
올해 엔지켐생명과학이 정관변경을 통해 ‘황금낙하산’ 조항을 추가하면서 KB증권의 '엑시트'(투자금 회수)에도 제동이 걸렸는데, 무증 테마로 급등한 틈을 타 일부 지분을 매도하면서 투자금 회수에도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엔지켐생명과학이 500% 무증을 공시한 지난 27일 KB증권 창구를 통해 엔지켐생명과학 51만 가량이 쏟아졌다. 이는 이날 거래된 전체 매도물량(260만주)의 20%에 근접한 수준으로, 엔지켐생명과학 발행주식 총수(1393만3768주)의 3.67% 해당한다. 이 물량은 엔지켐생명과학의 최대주주인 KB증권이 보유하고 있는 물량으로 추정된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엔지켐생명과학의 소액주주 지분율이나 증권사별 매매비중을 고려했을 때 상한가 당일 매도물량 대부분은 KB증권 보유 물량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KB증권이 엔지켐생명과학의 최대주주가 되기 전인 지난 1월부터 3월2일까지 엔지켐생명과학의 전체 거래량 중 KB증권 창구를 통해 거래된 비중은 1.28%에 그쳤다.
 
KB증권은 지분 매도와 관련해 정확한 답변은 피했지만, 지분 매도 물량을 확인 후 공시할 것으로 보인다. 대주주의 지분 매도는 공시사항이기 때문이다. KB증권 관계자는 “매매에 대한 정보이고, 공시에 대한 문제도 있어서 명확한 확인은 어렵다”면서도 “지분변동이 있으면, 공시기준에 따라 공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KB증권은 엔지켐생명과학 엑시트에 어느 정도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KB증권의 엔지켐생명과학 실권주 인수가격은 주당 2만8620원으로, 27일 상한가(2만6150원)보다 낮기 때문이다. 
 
앞서 KB증권은 지난 3월 엔지켐생명과학의 유상증자 대표주관사를 맡으면서 의도치 않게 최대주주에 올랐다. 청약에서 실권주 380만9958주가 발생하자 KB증권이 이를 모두 인수한 것이다. 이는 당시 유상증자 530만주 중 71.89%에 해당하는 물량으로, 보유지분이 27.97%에 달했다.
 
KB증권은 유증 이후 엔지켐생명과학 엑시트를 준비해왔지만, 최대주주가 변경된 직후 엔지켐생명과학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황금낙하산’ 조항을 강화하면서 블록딜 매도에도 제동이 걸렸다.
 
황금낙하산은 이사진의 퇴임 시 거액의 퇴직금을 받도록 해 M&A 비용을 높이는 방법을 말한다. 엔지켐생명과학 경영진은 최대주주 변경 이후 정관변경을 통해 대표이사나 이사의 퇴임 시 수백억원의 퇴직금을 지급케 했으며, 이사진을 축소해 이사진 과반도 유지했다. 경영권 행사 자체가 불가능해지면서 지분 매수자를 찾기도 힘들어졌다.
 
이후 엔지켐생명과학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장내 매도를 통한 지분정리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지난 4일에는 엔지켐생명과학의 주가가 연중 최저치인 1만4850원까지 추락, KB증권의 인수가 대비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KB증권이 보유한 엔지켐생명과학 지분(18.83%)의 평가손실액은 340억원에 달한다.
 
KB증권은 엔지켐생명과학의 무증으로 평가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장내매도와 엔지켐생명과학의 전일 종가(2만4250원)를 고려한 KB증권의 현재 평가손실은 100억원(실권주 인수가 기준) 수준으로 추정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엔지켐생명과학의 무상증자에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가부양을 위해 무상증자 테마를 활용하려는 상장사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엔지켐생명과학의 경우 지속적인 적자에 기존 사업이나 신사업에서 명확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만큼,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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