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채권자만 챙기는 상장사, 주주는 '뒷전'
입력 : 2022-04-15 08:00:00 수정 : 2022-04-15 08:00:00
최성남 증권팀장
"주주는 뒷전이고, 채권자만 챙기려고 상장했나 봅니다."
 
최근 자금조달에 나서는 상장회사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차입금 상환이 주된 목적인 경우가 있다. 상장을 하는 이유가 자본시장을 활용한 자금 조달인데 "문제시 될 것이 무엇인가"라고 반문한다면, 회사의 빚을 교묘하게 소액주주에게 전가하는 모습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어떤 목적이던 차입을 진행하고, 차입금을 갚아가는 건 기업활동의 하나다. 차입을 한다는 것이 투자의 다른 이름이고, 그 투자를 통해 기업 이익 개선의 교두보를 쌓는다. 문제는 투자실패, 즉 차입금 만큼의 현금을 만들지 못했을 때 차입금 상환의 책임이 교묘하게 소액주주의 몫으로 남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디스플레이용 소재를 생산하는 기업인 코이즈(121850)는 83억원 규모의 유증을 결의하고 오는 25~26일 구주주 청약에 나설 예정이다. 발행 신주는 300만주로 기존 발행주식 총수의 18.06%에 해당하는 대규모다. 유증 조달 자금의 최우선 사용 내역은 20억원의 단기차입금 상환이다. 코이즈는 이번달말 KB증권으로부터 20억원의 브릿지론(단기대여)을 받기로 했다. 브릿지론은 특정 자금을 모으는데 걸리는 시간에 앞서 고금리로 선제적으로 자금을 빌리는 급전이라고 보면된다. 갈아타는 자금이라는 의미로 브릿지론이라고 이름이 붙었다. 유증 납입일이 오는 6월초이니 코이즈 입장에선 4월말 필요한 투자자금을 우선적으로 KB증권으로부터 빌린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KB증권은 브릿지론 상환을 목적으로 하는 이번 유증의 주관사이자 잔액인수인으로 참여한다. 앞서 엔지켐생명과학(183490)의 대규모 실권주를 떠안으면서 한바탕 홍역을 치뤘던 KB증권이 이번엔 단단히 준비를 한 것으로 읽힌다. 이번 코이즈 딜에선 실권주 인수금액의 15%를 추가 수수료로 설정해서다. 엔지켐생명과학의 실권 수수료는 10%였다. 때문에 KB증권 입장에선 '꿩먹고 알먹고'가 가능하다. 빌려준 돈도 받고, 유증 관련 높은 수수료 책정으로 대규모 실권이 발생해도 리스크 헷지(위험회피)를 든든해 해둔 셈이다. 더불어 코이즈 대주주는 현재까지 유증 참여에 대한 가부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
 
유증 주관사가 채권자인 경우는 종종 볼 수 있다. 지난해말 253억원의 자금 조달을 마무리한 토니모리(214420)의 유증 주관사 및 잔액 인수인은 한국투자증권이었다. 당시 토니모리는 한국투자증권이 대출해준 178억2000만원을 갚기 위한 목적이 유증에 있다는 점을 명시한 바 있다. 최대주주 측은 유증 참여 자금 45억원의 주식담보대출도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진행했다. 한국투자증권 입장에서는 유증 관련 각종 비용과 수수료 수입을 챙기고, 추가 대출까지 진행하며 짭짤한 거래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121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증을 진행 중인 티웨이항공(091810)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시국 직격탄을 맞은 티웨이항공은 유증 자금의 최우선 사용 항목으로 유증 주관사이자 채권자인 KB증권으로부터 차입한 300억원을 갚는데 사용키로 했다. 유증 대금 납입후 3영업일 이내 조기 상환하게 된다. 하지만 티웨이항공의 최대주주인 티웨이홀딩스(지분율 40.92%)는 자금 여력이 부족함을 밝히고, 청약 자금 미확보시 유증 참여를 할 수 없을 수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
 
채권자의 돈을 갚기 위해 당장 자금이 부족한 상장사가 유상증자에 나서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그것이 상장의 이유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회사 대주주 측의 유증 참여 비율이나 여부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기존 지분율이 높다면 유증으로 희석되는 지분율이 크게 중요치 않을 수도 있어서다. 더불어 채권자인 증권사 입장에서 유증을 통해 돈을 갚아라고 압박하는 것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빌려준 돈을 제때 갚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다. 하지만 일련의 거래에서 상장사의 대주주와 주관사, 채권자는 아무런 피해가 없어 보인다. 대주주와 채권자(주관사)의 단순한 셈법과 달리 소액주주는 복잡한 셈법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다.
 
최성남 증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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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성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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