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정부가 26일 국무회의에서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을 신설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경찰이 사상 초유의 단체행동으로 맞섰지만 정부 뜻을 꺾지는 못했다. 이제 관건은 '여론'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와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가 동반 추락한 가운데, 13만 경찰 구성원과 최소 3배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경찰가족의 마음도 정부여당을 등지게 됐다. 이에 민심마저 동요할 경우 추가 하락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 경우 국정운영 동력은 사실상 상실하게 된다.
정부는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행정안전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 개정령안'을 의결했다. 이로써 경찰의 지휘와 인사 권한 등은 행안부 내 경찰국이 갖게 됐다. 정부는 비대해진 경찰을 통제하기 위함이라며,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관장하던 경찰에 대한 통솔을 내각인 행안부 장관으로 이관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경찰국 신설에 따른 경찰의 집단반발이 이어지자 통상 40일 정도였던 입법예고 기간을 4일로 대폭 줄였다. 개정안은 내달 2일 공포와 함께 시행된다.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에 관한 일선 경찰들의 반발이 확산되는 가운데 25일 오전 서울시 서대문구 경찰청 인근에 경찰국 신설을 비판하는 근조화환이 설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속도전에서 보이듯 경찰을 직접 통제하겠다는 정부여당의 강경함은 단호했다. 지난 주말 일선 경찰들을 지휘하는 전국 경찰서장들이 회의를 열고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자, 25일 주무부처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라며 경찰의 집단행동을 적대시했다.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은 즉각 대기발령 조치됐다. 다음날인 26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가 헌법과 법에 따라 추진하는 정책과 조직 개편안에 대해 집단 반발하는 건 중대한 국가의 기강 문란"이라며 이 장관에게 힘을 실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배부른 밥투정", "경찰의 그 어떤 항명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면서 정부 기조에 보폭을 맞췄다. 또 윤재옥·김석기·이철규 등 경찰 출신 의원들 주도로 입장문을 내고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이 경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정치경찰을 그만두고 민생경찰 옆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경찰국 신설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여권 내에서조차 경찰과의 전면전에 대한 우려를 넘어 비판론까지 제기됐다. 국회 입성 전 경찰에 몸 담았던 권은희 의원은 이날 국무회의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장관의 뜻에 복종하지 않는 건 국가 기강을 흔드는 것이라는 등식은 권위주의 정부·독재권력의 전형"이라며 "위헌·위법 권한을 행사한 이상민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앞서 권 의원은 경찰서장 회의를 이끈 류삼영 총경의 대기발령 조치에 대해서도 "부당한 인사조치에 대해 그 배후를 확인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하태경 의원도 지난 25일 "대통령실도 그렇고 정부가 너무 거칠게 (경찰을)다루는 것 같다"라면서 "경찰이 너무 비대해져서 절차상 통제가 필요하지만, (경찰국 신설에 대한)정서적 거부감을 이해해주고 시간을 충분히 갖고 대화·설득을 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6월27일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찰의 중립성·독립성 확보와 민주적 통제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관건은 여론이다. 여권 안팎에서는 가뜩이나 검찰 출신 편중 인사로 '검찰 정권'이라는 오명이 씌워진 상황에서 경찰국 신설이 '경찰 장악' 시도로 비쳐질 경우 민심이 더욱 정부여당을 등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미 상황은 악화일로다. 지난 25일 미디어트리뷴·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는 33.3%,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63.4%였다. 해당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5월4주차부터 7월3주차까지 8주째 하락세다. 같은 날 TBS·KSOI가 발표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 역시 긍정 32.2%, 부정 64.5%였다.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 역시 암담하다. 미디어트리뷴·리얼미터 조사에서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44.6%, 국민의힘 39.7%로 집계됐다. TBS·KSOI 조사에선 민주당 41.9%, 국민의힘 32.1%였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2020년 기준으로 전국의 경찰 숫자는 12만6000명에 이른다. 경찰 가족은 이보다 3~4배 많은 44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이 일제히 정부여당에 등을 돌릴 경우 그 파장이 어디까지 이어질 지 가늠키 어렵다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평가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로 공직사회 전체가 술렁일 수도 있다. 이미 정부는 공공기관을 적대시하며 고강도 개혁을 예고, 내부로부터 상당한 볼멘소리가 나온 바 있다.
반면 경찰의 집단행동을 '항명'으로 규정, 지지층 결집을 통한 지지율 반등을 꾀할 수 있다는 반대된 전망도 나온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너무 많이 빠진 상황이어서 경찰국 신설 논란 자체가 지지율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지금은 지지율 하락세가 다소 주춤해졌는데, 국민의힘이 '항명' 등의 말을 써서 진영논리로 끌고가면 지지층을 모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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