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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미중 패권싸움에서 살아남기
2022-07-26 06:00:00 2022-07-26 06:00:00
국내 반도체 업계가 '칩4' 동맹으로 연일 뒤숭숭하다. 동맹 가입을 종용하는 미국과 이를 규탄하는 중국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고심만 깊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에 다시 한번 희생양이 될 위기에 놓여있다. 
 
미국은 지난 3월 말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형성을 위해 자국과 한국, 일본, 대만이 참여하는 '칩4'를 처음 제안했다. 미국은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설계 기술을 보유했고 일본은 소재·장비에 특화됐다. 한국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유수의 제조사를 보유하고 있고 대만도 TSMC 등 반도체 위탁 생산 회사를 갖고 있다. 4개국의 기술과 생산, 공급을 한 데 모으면 글로벌 반도체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게 미국의 계산이다. 반도체 산업 발전을 꾀하는 중국을 견제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카드다. 미국은 다음달 말까지 한국의 칩4 동참 여부를 알려달라고 못을 박은 상태다. 
 
중국이 이를 가만히 두고 볼 리가 없다. 중국은 외교부 대변인의 입은 물론 관영매체를 통해서도 연일 한국 정부와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 반도체 산업 최대 시장인데 이렇게 큰 시장과 단절하는 것은 상업적 자살행위나 다름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기업들의 반도체의 대중 수출은 전체 수출액의 약 40%에 이른다.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현지에 생산 공장도 갖고 있고 생산라인 증설도 고려하고 있다. 미국의 '기술'과 중국의 '시장' 사이에 끼인 형국이다. 
 
정부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지난 2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가의 이익에 부합되도록 해야 한다"고 원론적인 입장만을 반복했다. 이 장관은 "냉철하게 판단을 하고 결정해야 한다"며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철저하게 살피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미국이 동맹을 만들자고 하는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며 "미국에서 (칩4를) 해서 어떤 계획이 있고 어떤 이득이 있는지를 살펴야 하지 않았을 때의 손해를 계산할 수 있다"고 우리의 실리를 따지는 것도 중요하다는 뜻을 넌지시 밝혔다. 단순히 미국의 국정 철학에 맞춰 '반도체 산업에서도 중국을 고립시키겠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인지 등을 신중히 알아봐야 한다는 얘기다. 
 
앞서 박근혜정부에서 사드 배치를 발표했을 때 중국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경제적 보복에 나섰다. 관광·유통 등의 산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지만 그 외의 업종에서도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다. '한한령'이라 이름 붙은 실체 없는 무역 장벽 앞에 기업들은 속앓이만 해야 했다. 게임 업계에서는 여전히 중국 시장 진입이 어려운 상태다. 정치도 그렇겠지만 경제야말로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 오로지 국익만 있을 뿐이다. 
 
김진양 중기IT부 기자(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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