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쉽게 말해도, 그리고 어렵게 말해도 표현은 하나다. ‘설명 불가능하다’란 것. 필연적으로 장르는 숨길 수 없는 형태다. 기승전결로 구성된 전체 스토리 색깔 또는 생김새를 뜻하는 뚜렷한 ‘인장’ 같은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스토리를 숨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숨긴다면 구성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르는 숨길 수도 없고 반대로 너무도 또렷하게 드러나는 인장이다. 하지만 그걸 불가능하게 만든 영화가 등장했다. 기승전결에 대한 흐름 맥락이 붕괴돼 있다. 시간의 흐름, 즉 타임라인도 뒤죽박죽 뒤섞였다. 2022년 현재와 고려시대가 동 시간대에 흘러가기도 한다. 심지어 외계인까지 등장한다. 로봇이 나온다. 도사도 나온다. 이 모든 게 한 영화에 등장한다. 그럼 이 영화는 장르를 뭐라 불러야 할까. SF 아니면 사극 액션. 도사가 나오니 판타지 액션. 외계인이 나오니 크리쳐 장르. 그건 이 영화를 본 당신이 정하는 데로다.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2부작으로 구성됐다. 오는 20일 개봉하는 ‘외계+인’은 1부다. 1부는 현재에서 과거로 가는 얘기. 내년 개봉 예정인 2부는 과거에서 현재로 오는 얘기다.
제목이 ‘외계인’이 아닌 ‘외계+인’인 이유. 영화를 보면 짐작된다. 외계인이 등장한다. 그리고 사람이 등장한다. 외계인과 사람들 얘기. 두 세계 즉 ‘이계’(異系)를 그린다. 고려시대와 2022년 현재, 두 시점을 오가며 벌어지는 얘기. 그 안에 담긴 여러 세밀한 설정은 ‘장르’란 틀 자체를 깨버리는 최동훈 감독의 재기발랄과 구태의연 그리고 패기와 만용 등 서로 대립되는 상상의 근원이 양립하는 결과물로 도출됐다. ‘외계+인’은 최동훈이란 국내 최고 크리에티브 엔터테이너가 만든 영화적 스펙트럼의 번외편 같은 느낌이다. 그 형식과 구성이 극단적으로 파격적인 탓에 ‘번외’로 구분될 때 더 어울릴 듯하다.
영화 '외계+인' 스틸. 사진=CJ ENM
‘외계+인’, 기본적으로 ‘외계인’ 얘기. 인간 몸이 외계인 죄수를 가두는 감옥이란 설정. 지구는 거대한 교도소. 그리고 지구를 관리하는 교도소 직원은 가드(김우빈)와 썬더. 둘은 2022년에 머물고 있지만 시간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여러 시간대를 움직인다. 가드와 썬더 둘이 고려 시대에서 한 여인 몸 속에 있던 ‘탈옥’ 외계인을 처리하던 중 사고가 난다. 여인이 죽는다. 문제는 이 여인에게 어린 아이가 있었단 것. 가드와 썬더는 어쩔 수 없이 이 아이를 2022년 현재로 데려 와 키운다.
영화 '외계+인' 스틸. 사진=CJ ENM
비슷한 시간대 또는 영화적으로 같은 시간대 일수 있다. 고려 말. 얼치기 도사 ‘무륵’(류준열)은 현상금 사냥꾼이다. 무륵의 조력자는 부채 속에 사는 고양이 두 마리 ‘우왕’(신정근)과 ‘좌왕’(이시훈). 셋은 함께 힘을 합쳐 현상금을 싹쓸이하는 실력파 현상금 사냥꾼. 어느 날 엄청난 금액의 현상금이 붙은 ‘신검’ 존재를 알게 된 무륵. 신검을 쫓던 중 천둥을 쏘는 여자 ‘이안’(김태리)과 만난다. 그리고 도가의 두 신선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까지 신검을 찾고 있음이 드러난다. 무엇보다 음흉한 기운을 품기는 밀본의 수장 ‘자장’(김의성)까지 신검을 찾고 있었다. 이런 혼란 속에 무륵은 고려 시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옷차림의 한 남자를 발견하게 된다. 이 남자, 고려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멋들어진 양복을 입고 있다. 이들 모두가 뒤엉키며 신검을 놓고 대결을 펼치던 중 하늘이 열리고 알 수 없는 존재가 그 틈새로 들어온다.
영화 '외계+인' 스틸. 사진=CJ ENM
또 다시 2022년, 가드와 썬더 둘이 10년 동안 키운 고려 시대에서 데려 온 아이. 누구보다 똑똑하고 당차게 컸다. 어린 아이지만 자신의 존재를 의심하고 또 궁금해 했다. 가드가 자신의 아버지가 아닌 것을 알고 있다. 또한 로봇이자 프로그램인 썬더의 존재도 알고 있었다. 가드와 썬더는 10년 넘게 아이를 키우며 자신들의 진짜 정체를 철저히 숨기고 살아왔다. 하지만 어느 날 우연히 아이에게 정체를 들켜 버렸다. 지구로 오는 죄수 호송선, 그리고 죄수 호송선에서 불특정 다수 인간들에게 죄수를 주입하는 장면을 들켜 버렸다.
영화 '외계+인' 스틸. 사진=CJ ENM
‘외계+인’을 연출한 최동훈 감독에게 대중은 몇 가지를 확신하고 또 요구한다. 그의 얘기는 재미있다. 그리고 단 한 번도 본적 없는 새로운 것이다. 여기에 기대 이상의 만족을 준다. 이런 전제 조건 아래에서 출발한다면 ‘외계+인’은 최동훈이 자신의 장기를 박박 긁어 담은 이른바 ‘갈아 넣은’ 영화라 소개해도 무방하다. 또한 ‘외계+인’은 최동훈 감독 필모그래피 가운데 가장 이질적인 작품이라 해도 또한 무방하다.
영화 '외계+인' 스틸. 사진=CJ ENM
우선 최동훈의 장기. 그는 도술과 신선 얘기에 개인적 흥미를 느껴왔던 점을 여러 차례 언급해 온 바 있다. ‘전우치’는 그의 취향이 상당 부분 녹아 든 예고편이었다. ‘외계+인’은 마른 하늘에 비를 뿌리고 바람을 부리는 도사들 얘기의 확장판 개념이다. 도술 세계에서 도사보다 상위 레벨인 신선들까지 등장한다. ‘부적’ 한 장에 불꽃을 일으키고 분신술을 일으키는 도사에서 주먹이 집채 만하게 커지는 신선의 도술까지 ‘외계+인’에선 모두 등장한다. ‘전우치’의 예고편 수준 도술이 ‘외계+인’에선 본편 개념의 확장으로 표현된다. 최동훈의 상상력이 도술의 신묘함처럼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볼거리는 차고 넘친다.
영화 '외계+인' 스틸. 사진=CJ ENM
이렇게 바람을 일으키고 하늘을 날라 다니는 도사들과 신선들이 외계인과 싸운다. 이런 허무맹랑함은 최동훈의 상상력이기에 가능하다. 눈에서 레이저를 쏘고 온 몸에서 한 없이 뻗어나가는 촉수가 쏟아진다. 그리고 도사와 신선들 사이에서 천둥을 쏘는 소녀 ‘이안’. 천둥의 정체는 바로 권총. 참고로 이 모든 게 등장하는 시대적 배경은 고려 말. 이런 근본 없는 황당 복합 장르는 다시 말하지만 최동훈 감독 상상력 밑바탕에서 그려지는 영화적 세계관이다.
영화 '외계+인' 스틸. 사진=CJ ENM
앞선 ‘도사+신선’ 도술 액션 장면은 보는 맛과 신선함의 향연이다. 하지만 후자에서 설명되는 ‘복합 장르’적 설정은 2022년 현재 그리고 1380년 대 고려 말을 오가는 타임 라인이 뒤엉키면서 관람의 집중도를 흐트러트린다. 사실 좋게 말해 즐기고 볼 게 많은 것일 뿐, ‘외계+인’ 1부의 장르적 이견을 제시하자면 ‘너무 많다’가 딱 맞다. 너무 많은 ‘그것’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해체되는 과정이 주기적으로 드러나고 사라진다면 더 없이 만족스러울 듯하다. 하지만 천하의 최동훈 감독 조차 이 정도의 ‘너무 많은’ 무엇은 감당하기 힘들었던 듯싶다. 무차별적으로 시간대가 혼합돼 있는 타임 라인과 해당 타임 라인 속 인물들의 교차 스토리, 여기에 두 시간대를 오가는 가드와 썬더의 활약. 그리고 ‘외계인’과 사건의 혼합. 최동훈 감독이 보여주려 했던 욕심과 연출적 기대치는 스크린을 뚫고 오롯이 쏟아져 들어온다. 다만 ‘거기까지’일 뿐. 이 모든 ‘너무 많은’ 것들이 142분 러닝타임에서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둥실’거리며 떠다닌다.
시간대 별 서사에 대한 구체성의 편차도 크다. 가드와 썬더, 무륵과 이안, 흑설-청운과 자장, 문도석과 어린 소녀 등 스토리 개연성이 인물간 관계성, 전체 스토리 시퀀스 배열에 따른 의도적 높낮이 배열 등에서 너무 눈에 띌 정도로 뚜렷한 편차를 보인다. 이 역시 ‘너무 많은’ 것들이 문제였을 듯하다.
영화 '외계+인' 스틸. 사진=CJ ENM
CG 완성도는 상당하다. 하지만 예고편에 등장한 바 있는 거대 우주선 도심 초토화 시퀀스는 최동훈 감독 상상력이라 하기엔 극단적으로 평범함을 강조한 듯 보여 의아스럽다. 이 장면에 등장한 바 있는 문도석(소지섭)의 도심 카체이싱 장면도 너무 익숙하다 못해 구태의연할 정도.
‘외계+인’은 1부와 2부로 구성돼 있다. 오는 20일 개봉하는 영화는 1부다. 전체 스토리의 정확하게 절반이다. ‘반쪽’짜리 영화만으로 최동훈 감독 영화를 평가하는 것은 분명 적절하지 못하다. 1부에서 보여 준 절반의 기대와 나머지 절반의 실망이 2부에서 봉합된다면 여전히 우린 ‘최동훈의 상상력’에 지배될 시간을 기분 좋게 기다릴 용의가 있다.
영화 '외계+인' 스틸. 사진=CJ ENM
P.S 쿠키 영상 하나가 있다. 2부로 이어지는 내용이다. 또한 1부에 등장한 ‘밀본’. 1부 과거 배경이 고려 말이다. 여러 사극에서 조선 건국 이전과 이후 존재했다 상상으로 등장해 온 ‘밀본’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2부의 키 포인트이자 힌트가 될지 궁금하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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