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여배우에게 이렇게 표현하는 게 한참 큰 실례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가장 ‘혐오스럽게 음식을 먹는’ 여배우 순위를 굳이 꼽자면 서영희가 1위에 뽑히지 않을까 싶다. 본인도 이 얘기에 웃음을 터트리며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에서 ‘먹음직스럽게’라기 보단 꼴 보기 싫게 먹는 양푼 비빕밥 먹는 장면, ‘여곡성’에선 지렁이 국수를 먹여주는 끔찍한 모습, 그리고 이번 ‘뒤틀린 집’에선 전례 없을 정도로 기분 나쁜 ‘ASMR’을 동반한 갈비 먹방을 선보인다. 세상에 갈비를 먹는 장면이 이렇게나 끔찍해 보일 수 있단 사실이 굉장히 놀라울 정도였다. 이에 대해 서영희는 ‘의도한 것은 아닌데 영화를 보고 나 역시 상당히 불편해 보였다’고 말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사실 서영희는 이런 공포나 호러 장르보단 코미디적인 부분에 더 어울리는 평소의 톤을 보인다. 본인 역시 그런 장르 쪽에서 더 재미를 느낀다는 데 강력한 임팩트가 돋보이는 필모그래피는 언제나 공포나 호러 또는 스릴러였다. 이번 ‘뒤틀린 집’도 서영희에겐 상당히 기억에 남을 또 하나의 작품으로 기억될 듯하다. 한 번 보고 나면 절대 잊어버리기 힘든 서영희의 모습을 꿈에서도 나올까 소스라치게 놀랄 자신을 보게 될 테니 말이다.
배우 서영희. 사진=스튜디오디에이치엘
최근 ‘뒤틀린 집’ 제작사에서 만난 서영희는 영화에 얽힌 다양한 얘기를 전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여러 홍보 일정에 집중하는 서영희는 최근에는 예능 프로그램에도 얼굴을 비추며 열일 중이다. 그는 ‘이 정도는 해야 일하는 티도 나지 않느냐’고 웃을 정도로 넉살이 좋다. 이런 성격 좋은 서영희에게 호러 장르가 많이 전해지는 건 상당히 의외일 듯도 했다.
“그러게요(웃음). 저한테 유독 호러 장르가 많이 오긴 해요. ‘뒤틀린 집’도 처음 제안을 받고 제가 많이 해 본 연기라서 낯설진 않았어요. 그런데 그렇다고 똑 같은 얘기도 아니었었죠. 모녀 얘기인데 우리가 충분히 겪어 볼 만한 일을 담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영화이기에 극적으로 담아서 그렇지 우리 모두가 어쩌면 다들 겪어본 상황이 이 영화에 담겨 있는 건 아닐까 싶었죠.”
서영희는 ‘뒤틀린 집’에서 극중 딸 ‘희우’로 등장한 김보민에게 엄마로선 할 수 없는 수준의 짜증과 증오를 뿜어낸다. 영화적 판타지이고 공간이 주는 보이지 않는 힘을 표현해야 하는 것이기에 넘어갈 수 있는 지점이지만 ‘엄마와 딸’이란 설정 안에서 보자면 이해되기 쉽지 않은 부분이다. 서영희 역시 연기였기에 어떤 부분에선 너무도 불편했지만 또 한 편으론 눌러져 있던 부분이 터진 듯 시원한 감도 있었다고 말해 눈길을 끌게 했다.
배우 서영희. 사진=스튜디오디에이치엘
“정말 제가 평소에 느꼈던 스트레스를 짜증으로 다 풀어낸 것 같았어요. 온갖 짜증을 다 퍼부었으니 말이죠. 극중 제가 연기한 ‘명혜’가 가정을 완벽하게 만들고 싶어 했는데 그 노력이 어긋나면서 벌어지는 상황을 솔직하게 표현하잔 심정으로 생각하며 분출했어요. 명혜가 생각보다 감정의 폭이 많이 변하는 인물이에요. 1인 2역에 가깝게 변할 정도에요. 그 과정에서 쏟아지는 짜증을 보시면 흥미가 끌리실 거에요(웃음)”
이런 무섭고 뜻하지 않은 설정을 쏟아내야 하는 당사자인 어린 아역 배우에게 서영희는 세심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촬영 전 그리고 촬영 후에는 꼭 김보민을 앞에 두고 ‘이건 연기다’ ‘이건 본심에서 하는 게 아니다’ ‘이모가 이렇게 하는 건 연기를 위해서다’라고 꼭 선을 그어줬단다. 김보민 역시 충분히 모든 것을 알아 들을 만한 나이였지만 서영희의 배려가 어린 아역 배우의 속마음을 걱정했기에 더해 진 씀씀이였다.
“보민이와는 함께 하는 거지만 너무 심하게 대하는 설정이라서 마음 아팠죠. 그래서 일부러 보민이에게 현장에서 ‘희우’라고 안 부르고 ‘보민’이라고 불렀어요. 극중 설정이 제가 ‘엄마’임에도 제가 절 ‘엄마’라고 소개 안하고 ‘이모’라고 했어요. ‘이모가 보민이 이렇게 하는 거 이모의 진짜 마음이 아니야 오해하면 안돼’라고 보듬어 줬죠. 보민이도 사실 다 아는 나이인데 그래도 혹시 상처 받을까 봐 싶어 걱정이 돼 그랬죠.”
배우 서영희. 사진=스튜디오디에이치엘
‘뒤틀린 집’에서도 그랬고 서영희는 유독 힘든 배역을 많이 연기했다. 장르적으로 공포와 스릴러 호러에 필모그래피가 집중돼있다 보니 정말 고생하는 연기와 배역은 대부분 서영희의 몫으로 돌아가는 듯했다. ‘추격자’에서의 ‘김미진’,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에서의 ‘김복남’ 그리고 ‘마돈나’의 ‘혜림’ 여기에 ‘뒤틀린 집’의 ‘명혜’까지. 하나 같이 힘들다 못해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의 배역들이다.
“사실 되게 힘들긴 해요. 그런데 요령이 있어요. 제가 그렇게 힘든 배역들을 놀이라고 생각을 하고 대하면 육체적으로 힘든 게 좀 덜해지는 것 같아요. 정신적으로 또 육체적으로 소모가 정말 많아요. 그런데 생각을 좀 바꾸면 제 태도도 좀 달라지는 듯해요. 일상이랑 너무 다른 얘기 들이니 반대로 생각하면 내가 생각한 대로 연기하면 그냥 끝이잖아요. 현실에서 있을 법하지 않은 일을 재현하는 것이기에 놀이라고 생각하면 사실 되게 재미있어요(웃음)”
2011년 결혼, 슬하에 7세와 3세 두 딸을 두고 있는 ‘엄마’ 서영희는 워낙 기운이 강한 작품들만 하다 보니 집에서도 영향을 받지 않을까 우려됐다. 특히 아이들이 아직 엄마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 7세와 3세의 어린 딸 들이었다. 하지만 서영희는 절대 그럴일 없다며 손사래다. 일에서 만큼은 철저하게 분리된 삶을 추구한다는 서영희다.
배우 서영희. 사진=스튜디오디에이치엘
“저는 철칙 중에 하나가 가정과 일의 분리에요. 오늘 정말 힘든 촬영을 하고 집에 들어가지만 집에 딱 도착하는 즉시 전 ‘엄마’ 서영희 그리고 ‘아내’ 서영희가 되요. 하지만 다음 날 촬영 나올 때는 다시 배우 서영희가 되죠. 그래야 제 일에도 집중이 잘 되고 또 일상 생활에서의 회복 속도도 빠르더라고요. 가끔씩은 정신 없이 육아에 빠진 엄마의 삶을 살다가 작품 준비에 들어가면 오히려 더 집중이 잘 될 때가 많아요(웃음)”
인터뷰 말미에 영화 속 끔찍한 장면이 떠올라 ‘비밀’을 물어봤다. 극중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 가운데 갈비, 그리고 먹을 수 없는 음식 가운데 농약을 탄 ‘이상한 찌개’가 등장한다. 사실 스크린으로 보기엔 둘 다 끔찍해 보였다. 그리고 육회와 덩어리째 접시에 담긴 생간도 끔찍해 보이긴 마찬가지였다. 이들 음식에 얽힌 뒷얘기가 재미있었다.
“갈비는 정말 소품팀이 한우 갈비를 사다가 진짜 맛있게 조리를 해주셨어요. 먹을 때는 그렇게 끔찍해 보였는데 사실 되게 맛있었어요(웃음) 그리고 반대로 육회는 되게 별로였어요. 제가 날 음식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날 육회는 녹아서 더 이상하더라고요 하하하. 마지막에 생간은 제가 손으로 짚는데 감독님이 컷을 안 하시는 거에요. 속으로 이거 어떻하지? 먹어야 하나 싶었는데. 하하하. 감독님이 ‘내가 선물을 줄께요’하면서 결국에는 안 먹어도 되는 장면으로 찍어 주셨어요. 보민이에게 먹이려고 했던 농약 탄 찌개는 사실 매생이에요. 그건 티가 좀 났죠. 하하하.”
배우 서영희. 사진=스튜디오디에이치엘
유난히 서영희를 표현할 때 ‘호러 퀸’이란 수식어 그리고 타이틀이 많다. 서영희 본인은 예전에는조금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그런 장르에서 자신의 존재감이 독보적이라면 그것 역시 배우로서 큰 의미가 있고 또 앞으로 해 나가야 할 부분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며 마음에 든단다. 이젠 뭘 해도 즐겁게 그리고 길게 가고 싶다고.
“전 진짜로 ‘가늘고 길게’ 가고 싶어요. 그렇게 하려면 저 스스로가 나아져야 할 것이고. 지금처럼 계속 꾸준하게 나아가다 보면, 그리고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또 다른 제 모습을 보여 드릴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기회를 계속 이렇게 노력하면서 엿보고 또 기다려서 맞이해야죠.”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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