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이 집, 뒤틀렸대!!!” 남편 현민(김민재) 귀에 대고 말하는 아내 명혜(서영희)의 목소리가 소름 끼친다. 건물 자체가 뒤틀렸단 소리일까. 이사온 첫 날 방안 화장대 거울이 순간 ‘쩍’하고 금이 간다. 집이 뒤틀렸기에 균형이 맞지 않아 생긴 사고일까. 하지만 뭐 큰일 일까 싶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좀 다른 사람이 된 듯한 ‘명혜’의 표정, 그리고 그런 명혜가 현민 귀에 대고 속삭이는 듯하면서도 경고하는 듯한 끔찍한 목소리. ‘뒤틀린 집’에 대한 전제 조건은 그랬다. 집도 뒤틀렸지만 이 집에 들어온 모든 사람의 모든 것을 뒤틀어 버리는 것. 온전한 마음도 뒤틀리고, 불행했던 마음은 더욱 더 뒤틀린다. 이 집, 그냥 그 자체로 이상하다. 살아 있는 듯한 이 집의 공포는 상상이 아니라 실제 그 자체다.
‘오귀택’을 소재로 한 동명 소설이 원작인 ‘뒤틀린 집’은 여러 중의적 의미를 담는다. 집 자체가 뒤틀렸단 것이 첫 번째다. 앞서 언급한 구조적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오귀택’이란 소재로 들어가면 얘기는 달라진다. ‘뒤틀린 집’ 근본적 시작은 ‘오귀택’에서 출발한다. 동양권 특히 국내에서 집을 지을 때 얘기하는 방위에 대한 개념. 쉽게 말해 ‘오귀택’은 방위 자체가 뒤죽박죽 ‘뒤틀린 집’이다. 뒤틀린 틈바구니 사이로 온 갖 귀신이 모여드는 흉가 중의 흉가, 그게 바로 ‘오귀택’이고 ‘뒤틀린 집’이다. 결국 공포 영화의 전형성인 귀신을 소재로 한 흉가 스토리를 예상케 한다. 하지만 그보다 좀 더 나아간다. 공포 영화가 제시하는 여러 근본적 문제점을 과감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모든 지점을 좀 더 ‘콤팩트’하게 다져간다. ‘구구절절’한 사연과 인물 전사는 필요없다. ‘뒤틀린 집’은 주인공 명혜의 심리, 그리고 그 심리 변화를 이끌어 내는 ‘오귀택’을 부차적으로 배치한다. 사실상 명료한 심리 스릴러로서의 콤팩트와 타이트함을 유지한 꽤 괜찮은 결을 지닌 결과물을 선보인다.
영화 '뒤틀린 집' 스틸. 사진=테이크원 스튜디오
육아스트레스와 함께 신경쇠약증까지 겹친 명혜(서영희), 그의 남편은 무능함에 경제력까지 미약한 직업적 능력으로 가족을 곤궁에 빠트린다. 이런 점이 겹치면서 명혜의 현실은 더욱 더 불안한 상태로 돌입한다. 이들 부부와 어린 딸 그리고 아들, 네 가족은 결국 지금 집을 처분하고 좀 더 값싼 시골 외딴 집으로 이사를 결정한다. 명목상 명혜의 병 치료를 위한 요양이라 하지만 그건 남편의 허울 좋은 핑계일 뿐. 경제적 무능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남편 현민의 현실 도피다.
서울 집에서도 그리고 이사 온 시골 집에서도 명혜의 신경쇠약증은 나아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서울 집에서도 그리고 이사 온 시골 집에서도 명혜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건 막내 ‘지우’뿐. 반면 둘째 희우(김보민)에 대한 미움은 날이 갈수록 더 극심해 진다. 자신의 육아 스트레스와 육체적 고단함을 온 통 희우에게만 푸는 명혜다. 그런 명혜의 히스테리를 지켜보며 죄책감을 떠 앉는 현민의 괴로움도 나날이 커가기만 한다. 큰 아들은 가족들에게서 벗어나 혼자 주변을 겉돌 뿐.
영화 '뒤틀린 집' 스틸. 사진=테이크원 스튜디오
명혜의 불안과 신경쇠약은 이사온 당일부터 더 극심해지는 모멘텀을 겪는다. 기괴한 느낌의 시골집 한 켠에 자리한 목재 지하 창고. 희우는 이사 당일 이 창고에서 이상한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명혜 역시 이 소리에 시달리며 점차 더욱 더 히스테릭한 신경쇠약증으로 폭발시킨다. 급기야 환청과 환시 그리고 악몽에 시달리기까지. 그럴수록 명혜의 공격성은 온통 딸 희우에게 집중된다. 그리고 어느 날 명혜의 눈앞에 나타난 의문의 여자. 이웃이라 밝힌 이 여성.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명혜의 불안함을 더 자극시킨다.
‘뒤틀린 집’은 기본적으로 보이지 않는 영적 존재에 대한 두려움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각색과 연출과정에서 방향을 조금 수정했다.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유지하지만 실질적으로 이 영화가 드러내는 공포의 방향성을 다른 지점에서 찾도록 유도했다. 불안과 죄책감 그리고 관계다.
영화 '뒤틀린 집' 스틸. 사진=테이크원 스튜디오
먼저 명혜의 불안이다. 오프닝에서 등장한 명혜는 극도로 지쳐 있다. 그리고 여전히 불안하다. 이어진 충격적 장면을 통해 명혜가 떠 안고 있는 근원적 불안에 대한 힌트를 던진다. 하지만 영화적 설정에서 이 불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등장하지 않는다. 해석의 여지를 남겨뒀을 수도 있지만 관객이 보다 더 명혜의 감정적 흔들림에 집중할 수 있게 한 연출의 배려로 여긴다면 장르적 체감률은 높아진다.
‘죄책감’으로 포장된 감정은 부모인 명혜와 현민 두 사람 모두가 갖고 있다. 엄마로서 그리고 아내로서 가족들을 돌보지 못하는 명혜 스스로의 자책은 영화 전반에 흐른다. 자책이 극단적으로 흘러가면서 분노와 공격성으로 전환되는 지점은 결과적으로 가족 모두에게 드러내는 구원의 신호일 수 있다. 현민이 느끼는 죄책감은 남편으로서 그리고 아빠로서 가족의 삶을 이끌어 가지 못하고 있단 경제적 손실에 대한 자책이다. 그리고 아내 명혜의 병약에 대한 자책도 포함돼 있다.
영화 '뒤틀린 집' 스틸. 사진=테이크원 스튜디오
하지만 앞서 두 지점보다 가장 확장적으로 볼 수 있는 건 ‘관계’다. 제목 ‘뒤틀린 집’은 얽히고설킨 이들 가족의 개인사에 대한 감정적 ‘뒤틀림’을 말하는 직유일 것이다. 가족을 향한 공격성이 만들어 내는 공포의 근원적 문제 그리고 죄책감이란 이름 속에 철저히 자신을 숨기고 현실을 망각하는 무책임의 무게. 부모로서 짊어질 수 밖에 없는 삶의 무게와 그 무게를 당연시하고 넘어가는 자녀들의 방관. 이 모든 건 현대 사회 속 가족이란 개념의 붕괴를 시사하는 꽤 의미 있는 은유적 표현 방식일 수도 있을 듯싶다.
참고로 ‘뒤틀린 집’은 기존 공포와 달리 사건의 개연성과 서사성에 큰 의미를 두고 출발하지 않는다. 중심 축에 자리한 메인 캐릭터들의 현재 상황에만 집중하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 자체에만 포커싱을 맞춘다.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치고 나가는 힘의 강도는 상당히 콤팩트하게 느껴진다. 다만 메인 서사의 해결책으로 등장하는 스토리 하이라이트의 변곡점은 전체 구성의 단단함을 상쇄시키는 유일한 단점이지 않을까 싶다.
영화 '뒤틀린 집' 스틸. 사진=테이크원 스튜디오
미니멀한 사이즈 속에 확장적 의미를 콤팩트하게 담아 낸 연출 솜씨가 인상적이다. 덧붙여서 서영희의 공포 연기는 혐오스러운 감정적 표출에서 그 힘을 느끼게 한다. ‘한국의 호러퀸’이란 찬사보단 오히려 이 장르의 색채를 만들어 내는 ‘호러 메소더’란 표현이 그에겐 더 적절할 듯하다. 오는 13일 개봉.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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