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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방어 역부족…"확실한 금리 인상 시그널 없으면 더 오른다"
6일 장중 1311원까지 올라…13년 만에 최고치
외환보유액 소진으로 환율 방어도 무용지물
"시장 개입에 앞서 확실한 유동성 회수 시그널 전달돼야"
2022-07-06 17:15:22 2022-07-06 17:15:22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1300원을 다시금 넘어서며 시장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는 모양새다. 외환 당국이 시장 안정화를 위해 달러를 매도하며 환율 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점차 약화하면서 외국 자금 유출 가속화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문제는 환율 급등이 미국의 긴축 통화 정책 가속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 주로 외부 요인에 기인하다 보니, 이를 진정시킬만한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업계는 환율 방어에 앞서 당국이 지속적인 유동성 회수 신호를 시장에 보내야 현 위기가 진정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8.2원 오른 1308.5원에 출발했고, 6원 상승한 1306.3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 마감 기준으로 2009년 7월 13일(1315원)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다.
 
특히 환율은 장중 한때 1311원까지 오르면서 지난달 30일 기록한 연고점(1303.7원)을 다시 경신했다. 장중 기준으로도 2009년 7월 13일(1315원)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다.
 
이 같은 환율 급등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력한 긴축 통화 정책과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등 원자잿값 상승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준금리의 경우 우리나라는 1.75%, 미국은 1.5~1.75%로 상단이 동일한 상황이다. 한은이 오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단번에 0.5%포인트 높이는 '빅 스텝'을 밟는다 해도, 미국이 0.75%포인트를 높이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경우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은 불가피하다.
 
금리가 역전되면 외국인 자본 유출과 물가 상승 압력은 더욱 거세진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소비자물가는 지난달 6%를 기록할 정도로 상방 압력이 거세졌고, 이는 다시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리는 악순환으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5일 미국 채권시장에서 2년물 국채금리가 10년물 채권금리를 추월하는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나며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달러 선호 심리가 강해진 점도 환율 상승세를 키웠다. 통상 장기물 금리는 단기물 금리를 웃도는 경향을 보이는데, 반대가 되면 시장은 이를 경기 침체 신호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환율이 급등하자 외환 당국은 환율 방어에 나선 상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외환보유액은 전월 대비 94억3000만 달러 줄어든 4382억8000만 달러로 파악됐다. 감소폭으로 따지면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8년 11월(-117억5000만 달러) 이후 13년 7개월 만에 가장 크다. 외환보유액은 보통 국가 경제 위기 상황에 대응하는 완충 역할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가파르게 감소하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하는 적정 수인 6810억 달러 아래까지 떨어진 상태다. 앞으로도 환율 급등세가 이어지면 한은이 외환시장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에 나서 외환보유액 역시 더 감소할 우려가 있다.
 
전문가들은 당국의 시장 개입에 앞서 확실한 금리 인상 신호가 시장에 전달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우리 통화 가치의 약세는 미국과의 금리 격차 이슈, 스태그플레이션의 진행 여파에 따른 것"이라며 "우리도 금리를 올리긴 하겠지만 미국만큼 금리를 올리기 쉽지 않다는 점을 시장이 이미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기본적으로 금리 인상을 통한 유동성 회수 시그널이 시장에 확실히 전달될 필요가 있다"며 "또 정부와 공공기관들의 재무 건전성도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석진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환율 급등은 우리나라와 미국의 금리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치가 이미 반영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무역 수지의 적자까지 진행되고 있어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 시기만 못지않은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고, 이는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최근 한은이 외환보유액을 소진하면서까지 환율 방어에 나섰지만, 금리 문제에 대해 너무 신중한 입장을 내비치다 보니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금리 인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적극적으로 밝혀야 하고, 이를 통해 외화 유출 심리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8.2원 오른 1308.5원에 출발했고, 6원 상승한 1306.3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한 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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