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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거품론에도…블록체인·게임업계는 투자 잰걸음
국내 업체들 중심으로 메타버스 투자·합종연횡 활발
전문가 "게임 범주에 속한 메타버스, 함정서 빠져나와야"
2022-07-06 16:42:22 2022-07-06 16:42:22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지난해부터 신성장동력으로 급격하게 떠오른 메타버스 분야에서 투자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코인 시장 위축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대기업을 중심으로 메타버스 시장 선점을 위한 공세는 격화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메타버스는 게임 속 가상세계와 다를 바 없고, 현재의 기술은 거품이 많이 껴 있다면서 과장된 관심 유도를 하는 마케팅성 홍보는 지양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수 메타버스 플랫폼은 블록체인 경제 시스템이 적용돼 자체 발행된 토큰 유통까지 이어지는 구조의 로드맵을 가지고 있다. 이때문에 최근 심화된 코인 시장의 변동성이 메타버스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을 것이라 전망됐지만, 실제 업계에선 아직까진 미래 시장 선점 의지가 더 우세한 분위기다. 국내 주요 IT기업들은 메타버스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업체들과 합종연횡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 
 
메타버스 체험 관련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는 글로벌 사업 확장에 적극 나서는 중이다. 지난달 30일 네이버제트는 시나몬, 언플레이, 로코코 일렉트로닉스 등 총 3곳의 회사에 총 116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했다. 제페토 서비스 내 기술 협력과 메타버스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적 투자의 일환이다. 지난달 24일에는 일본 통신사 소프트뱅크와 협업해 메타버스 영업점인 '소프트뱅크 샵 인 제페토'를 론칭하기도 했다. 이 곳에선 아바타 및 채팅을 활용해 365일 24시간 고객 지원과 제페토 내에서 포토 부스, 한정 아이템 등을 통해 기존 오프라인 영업점에서의 브랜드 경험을 제공한다.
 
넥슨·넷마블·컴투스·크래프톤 등도 메타버스 성장성에 기대를 걸며 사업 확대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4일 넷마블에프앤씨 자회사 메타버스월드는 글로벌 메타버스 협의체인 '메타버스 표준 포럼'에 합류했다. 지난달 21일 발족한 메타버스 표준 포럼은 메타버스 기술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글로벌 협의체로, 메타(전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유니티, 어도비 등 30여개 글로벌 기업이 모여 창립했다.
 
메타버스가 구현된 게임 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넷마블은 부동산 기반 메타버스 플랫폼 '모두의 마블: 메타월드'를 개발 중이다. 가상 부동산을 활용한 경제활동이 특징으로, 전작 '모두의 마블'의 전략적 보드 게임성은 계승하면서 이용자는 실제 도시 기반 메타월드에서 부지를 매입해 건물을 올리고 NFT(대체불가능토큰)화된 부동산을 거래하게 된다. 이용자들은 랜드 거래를 통해 암호화폐를 획득할 수 있으며, 현금화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다.
 
컴투스는 지난 4월 자회사인 위지윅스튜디오·엔피와 함께 메타버스 전문 조인트벤처인 컴투버스를 출범하고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컴투버스를 통해 우리 삶의 모든 것을 메타버스에서 구현하겠다는 것이 목표로, 금융부터 엔터테인먼트 등이 파트너사로 참여한 상태다. 우선 하반기 중으로 컴투스 그룹 임직원들이 '오피스 월드'에 입주해 업무를 보고, 이후 파트너사 입주와 커머셜 월드 오픈 등 순차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는 지난달 메신저 카카오톡을 통해 문자를 기반으로 한 메타버스를 구축하겠다는 사업 구상을 밝혔다. 카카오의 다양한 서비스들을 관심사 기반으로 연결된 '카카오 유니버스'를 토대로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용자가 콘텐츠를 창작해 돈을 벌 수 있는 'B2B2C' 생태계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제작한 콘텐츠로 경제활동이 가능해지도록 서비스 전반에 수익 모델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더 샌드박스가 롯데월드와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메타버스 사업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사진=더 샌드박스)
 
코인발행사 더 샌드박스는 최근 CJ ENM 엔터테인먼트 부문과 협업해 K콘텐츠 메타버스 구축에 나선 데 이어, 롯데월드와는 롯데월드의 콘텐츠 IP(지식재산권) 라이선스를 활용한 글로벌 NFT 게임 개발에 착수했다. 더 샌드박스는 이더리움 기반 글로벌 메타버스 게이밍 플랫폼으로 이용자가 NFT를 통해 게임을 만들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현재 국내외 200여곳이 넘는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메타버스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메타버스 사업의 경우 이제 막 태동을 시작한 상태로 장밋빛 미래를 보장한다고 확신하기 어렵다. 가상현실에 일부 기능을 추가한 방식에 그쳐서는 메타버스가 제대로 실현됐다고 볼 수 없는 데다, 지속적으로 고도화된 기술들이 콘텐츠와 잘 맞물리도록 해야 하는 수고가 따르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사업까지 맞물리면 더욱 고난도의 기술 구현이 요구된다. 최근 페이스북의 모기업인 메타의 암호화폐 관련 프로젝트가 잇따라 실패한 것도 메타버스 사업이 쉽지 않음을 입증하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메타는 지난해 10월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와 손을 잡고 전자지갑 서비스 노비 시험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불과 9개월 만에 이 사업을 접게 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메타버스 함정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메타버스는 새로운 신기술이 아닌 게임 확장 혹은 융합의 개념으로서, 기존 기술이 메타버스란 이름으로 둔갑한 것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메타버스 거품이 일면서 잘못된 환상을 키우고 있다면서, 게임과 메타버스를 분리하는 관점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교수는 "메타버스는 게임 융합 현상 중 하나에 불과한데, 메타버스라는 키워드에 의존해 새로운 성장동력이라는 과도한 기대감을 계속 설파하는 옹호론이 여전히 많다"면서 "수익모델이 비교적 탄탄하고 정교한 게임사들조차도 가상공간에서 플레이어 마음을 얻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 주장된 메타버스 내용을 보면 게임의 일부 요소라든지, VR·AR 등 하드웨어 기반 장점들만 가져와 포장하는 형국에 다름없다"고 말했다. 플레이어들이 자발적 참여를 하게 해 몰입하게 만드는 '플레이어 인게이지먼트'라는 게임의 본질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암호화폐와 메타버스 사업 연계와 관련해선 "블록체인의 기본 철학은 디센트럴라이즈(탈중앙화)인데 여기에 사기업들이 메타버스 플랫폼을 코인 등과 접목한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대기업들의 경우 알아서 투자하고 치고 빠지면 되지만 중소업체들의 경우 생존 자체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메타버스를 대하는 정부의 관점에 대해서도 제언했다. 김 교수는 "정부도 메타버스를 강조하고 지원에 나섰는데 (메타버스를) 게임 내 포괄되는 개념으로 바라봐야 한다"면서 "게임과 메타버스가 상생할 수 있는 그런 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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