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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비운의 '비윤' 검사들
2022-07-06 06:00:00 2022-07-06 06:00:00
"아까운 사람들이 참 많이도 떠난다."
 
윤석열 정부의 검찰 인사 전체를 지켜본 사람들의 말이다. 검찰 안팎의 평가가 모두 같았다. 인사 때마다 으레 나오는 상투적 평가가 아니었다. 검찰 내부가 다시 분열될 것이라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한숨과 함께 짙게 배어나왔다. 검찰 인사를 잘 아는 한 유력 법조인은 대검 검사급(검사장) 인사가 난 뒤 "전체 인사를 놓고 불과 2년 전과 비교해보면 양쪽 이름만 바뀐 듯하다. 검찰은 이제 완전히 정치화 됐다"고 했다. 
 
우려를 구체화 한 것은 지난달 28일자 고검검사급 인사였다. 일선에서 직접 수사하거나 수사를 지휘하는 차장·부장급 검사들이 그 대상이었다. 공식적으로 의원면직된 사람만 23명. 경력 20년 안팎의 검사들이 대부분이다. 
 
인사 발표 이후 중견 간부급 사의가 줄을 잇더니 결국 법무부가 추가 인사를 냈다. 대규모 사퇴에 따른 결원을 충원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 때 의원면직됐거나 그 절차를 밟고 있는 검사들이 12명이나 또 나왔다. 그 이후 지금까지 검찰 내부망에 사의를 밝힌 검사들까지 합하면 이번 고검검사급 인사 이후 사퇴한 검사들은 총 50명을 넘길 기세다. 법무부로서는 또 한번 추가 인사를 검토하게 생겼다.
 
이번에 옷을 벗은 차·부장급 검사들 중에는 특수부 검사들도 적지 않다. 이들이 새로 받은 보직은 죄다 비수사부서로, 사실상 좌천이었다. 인사 명령문을 받아 든 한 간부는 "나가라는 소리"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특수부 출신 검사들이 득세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는데, 이번 인사의 면면을 보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셈이 됐다.  
 
사표를 던진 특수부 검사들 상당수는 이른바 '반윤'도 아닌 '비윤' 검사들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검사 시절 그와 이렇다 할 인연이 없는 인물들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친문' 검사들 몇몇 빼고는 전 정부에서도 능력에 따라 주요 수사 일선에 배치됐던 사람들이다. '친윤' 아닌 것이 죄라면 죄랄까. 이러니 아직 인사 여진이 남은 검찰 내부에서는 '앞 뒤 안 보고 맡은 바 업무에만 충실했던 것이 동티가 됐다'는 자조와 함께 '검사로 출세하려면 사명감 보다 인맥'이라는 뒷말이 나온다.
 
검찰 인사에 앞서, 윤 대통령 당선 직후 공안검사들이 줄지어 검찰을 나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검찰 내 특수와 공안은 전통적인 라이벌 관계라 정부 성향과 그 정부에서 등용되는 검찰 인사가 누구냐에 따라 성쇠가 갈렸는데, 특수부 검사의 아이콘이었던 윤석열 검사가 대통령이 됐으니, 공안검사들로서는 일찌감치 볼 장 다 봤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2018년 9월, 35세라는 젊은 나이에 안타깝게 돌연사 한 대전지검 천안지청 소속 검사는 부임 5개월간 매월 평균 460.9권(8만9929쪽), 6개월간 합계 총 2764권(53만9574쪽)의 기록을 검토했다. 숨지기 전 두달 동안에는 453건을 배당받아 이 중 349건을 처리했다. 초과근무 시간은 최소 135시간이었다. 필자가 알기로는 일선의 대부분 평검사들이 비슷하게 일한다. 그러나 이들이 이번 인사의 시그널로 기록을 죄다 내던지고 권력의 눈치만 볼까 두렵다.
 
인사가 만사다. 의도된 것이든, 결과적으로 그리 된 것이든 검사들을 '친윤-비윤-반윤'으로 줄을 세우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권력에 줄 서는 검사들에게 국민은 공정한 수사와 기소를 기대할 수 없다. '검수완박' 사태는 '정검유착·권검유착'이 불렀다. 불과 한두달 전 국민 앞에 납작 엎드려 '검수완박'을 막아달라던 검찰이 과거 구태를 다시 반복할 조짐을 보이는 것 같아 개탄스럽다.
 
최기철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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