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여신전문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무리한 영업 확장은 자제하고 유동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부동산 가격 하락이 우려된다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취급 시 담보물 보다 채무상환 능력을 우선해 달라고도 강조했다.
이 원장은 5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여신금융협회에서 14개 여전사 CEO와 만나 업권의 유동성·건전성 등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 원장은 "2020년 코로나19 발생 당시 여신전문회사채 스프레드가 확대되면서 여전채 신규 발행이 사실상 중단돼 일부 중소형 여전사는 수개월 간 유동성 애로에 직면했었다"며 "추가적인 대출처 확충이나 유상증자, 자금지원 등 대주주 지원방안 확보 등을 통해 충분한 규모의 유동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단기 수익성 확보를 위한 무리한 영업 확장이나 고위험 자산 확대는 자제하라"고 경고했다.
실제 여전업권을 둘러싼 유동성 악화 위기감은 높아지고 있다. 만기가 도래하는 여전채 규모는 올 하반기 30조6000억원에서 내년에는 67조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다 올 6월 이후 여전채 스프레드는 2020년 유동성 위기 당시 최고점(0.92%p)을 상회해 자금조달 여건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계대출에 대해선 상환능력에 맞는 대출 관행 정착을 주문했다. 금리 인상기에 따른 취약 차주들의 건전성 악화가 우려되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말 가계대출 잔액(74조4000억원) 중 카드대출·신용대출 비중은 77.3%를 차지한다. 직전 금리 상승기인 2016년 4분기부터 2019년 1분기까지 저소득·저신용·다중채무자 연체율은 6.4%에서 8.4%로 오른 바 있다.
특히 이 원장은 7월부터 강화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조치에서 제외되는 현금서비스, 결제성 리볼빙 등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강조했다.
또 부동산과 건설업에 대출 편중이 심각하다며 관련 감독을 강화할 것을 언급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여전사의 부동산·건설업 대출 금액은 2018년 말 14조6000억원에서 작년말 35조원으로 20조4000억원 증가했다. 대출 비중으로는 34.4%에서 48.3%로 13.9%p 늘었다.
이 원장은 "부동산 가격하락 등 시장악화에 대비해 기업대출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해야 한다"며 "대출취급 시 담보물이 아닌 채무상환능력 위주로 여신심사를 하고, 대출취급 이후에는 차주의 신용위험 변화 여부를 주기적으로 점검해달라"고 했다. 이와 함께 향후 금감원은 여전사와 함께 '기업여신 심사 및 사후관리 모범규준'을 마련할 것이라고도 예고했다.
한편, 이 원장은 여전사에 코로나 프로그램 종료 등에 대비해 여전사의 취약차주 지원에 대한 관심을 주문했다. 여전사가 자체 운영 중인 채무조정 지원 프로그램과 금리인하요구권 제도를 통해 이용자 부담이 덜 수 있도록 협조를, 결제성 리볼빙에 대한 불완전 판매가 발생치 않도록 관리를 당부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서울 중구 여신금융협회에서 실시한 여신전문금융회사 최고경영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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