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안종주 안전보건공 이사장 "중대법 6개월 남짓, 개정 시기상조"
기업 안전보건체계 선행…2~3년 후 논의 필요
중대법 기업 이해·안전보건체계 지원 노력해야
50인 미만 '산재 80% 발생'…기술·재정지원 병행
"창원 사고, 매출 0.01%만 투자해도 예방 가능"
"한 명의 노동자 생명 구하기 위해 모든 수단 동원"
입력 : 2022-07-05 06:00:00 수정 : 2022-07-05 11:51:28
[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6개월 남짓된 상황이기 때문에 법 개정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아직까지 기소도 한 건밖에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경과를 2~3년 지켜본 뒤 문제가 있다고 보일 경우 본격적으로 개정하는 방향이 맞는 것 같다."
 
안종주 한국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4일 산업안전보건 강조주간 행사를 맞아 진행한 <뉴스토마토>와의 비대면 인터뷰에서 지난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법의 개정 움직임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50인 이상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안전 및 보건을 확보하도록 경영책임자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법률인 중대재해법을 놓고 새 정부 들어 시행 반년 만에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대재해법 완화를 골자로 한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황이다.
 
안종주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그런(중대재해법 개정)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기업들이 나름대로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보건관리체계도 잘 구축하는 등 '어느 정도 기업이 노력하는구나' 이런 것이 보일 때 국민들한테도 설득력을 가질 수 있지 않겠나"며 "노동계에서도 반발하는 부분도 많기 때문에 개정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특히 중대재해법이 적용되지 않는 50인 미만 사업장은 사각지대다. 지난해 기준 50인 미만 사업장 수는 282만7083곳으로 전체 사업장(287만6635곳)의 98%를 차지하고 있다.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의 경우는 670명으로 전체(828명) 산재 사고 사망자의 81%에 달한다. 
 
안종주 이사장은 "산재의 80% 이상이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50인 미만 사업장은 대기업에 비해 안전보건 관리 인력이 턱없이 모자라고 안전 시설과 장비를 갖출 경제적 여력도 없어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공단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현장을 방문해 위험요인과 개선점을 알려주는 '기술지원'과 사업장의 위험시설이나 설비 개선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는 '재정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5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안전보건공단의 재정사업은 고위험설비개선에 소요비용의 70%를 최대 3000만원까지 지원하는 '클린사업'(2022년 예산 1197억원), '위험기계 교체' 소요비용의 50%를 최대 7000만원까지 지원하고 '노후공정 개선' 소요비용의 50%는 최대 1억원까지 지원하는 안전투자혁신사업(3271억원)이 있다.
 
또 고위험 기계기구 신규 설치 및 교체 시 공단 판단금액의 100%를 연리 1.5% 금리로 최대 10억원까지 지원하는 융자지원사업(3563억원)도 대표적이다.
 
특히 안전보건공단은 중대재해법을 좀 더 쉽게 이해하되,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제때 구축할 수 있는 지원에 방점을 찍고 있다.
 
안종주 이사장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2000여개 제조업 및 서비스업 사업장(50인~300인 미만)에는 민간기관을 활용한 컨설팅을 실시하고 고위험업종인 건설업과 화학업종은 각각 326개, 1000개 사업장에 공단이 직접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컨설팅은 사업장을 3~4회 방문해, 현장 수준평가 및 경영자 면담에 기초해 사업장이 실질적인 안전보건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종주 한국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4일 <뉴스토마토>와의 비대면 인터뷰를 통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6개월 남짓된 상황이기 때문에 법 개정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사진은 안종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 모습. (사진=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지난 2월 '집단 독성 간염'이 발생한 창원의 에어컨 부품 제조업체 사고와 관련해서는 "아주 작은 비용, 즉 매출액의 0.01%만 투자해도 막을 수 있는 것을 외면해 벌어진 후진적 직업병 사건"이라고 피력했다.
 
안 이사장은 "첫 기소 사례라는 의미도 중요하지만, 대한민국 사업장의 후진적 화학물질 관리 실태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며 "이 사고는 유해화학물질인 트리클로로메탄이 포함된 세척제를 사용하면서도 사업장에 환기장치를 아예 설치하지 않거나 별 효과 없는 장치 하에 노동자가 장시간 노동을 하도록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사업장의 대표가 중대법 위반으로 기소된 반면에 비슷한 시기에 김해지역에서 같은 물질에 노출돼 13명의 근로자가 독성간염에 걸린 자동차 부품업체의 대표에 대해서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춘 것으로 확인돼 중대법 위반 부분은 무혐의 처분됐다"며 "경영책임자가 근로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안전보건관리체계를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 이사장은 수십년간 직업병에 대한 문제의식을 지목해온 전문가다. 그는 1988년 한겨레신문 기자 재직 시절 원진레이온의 이황화탄소 중독 피해에 대한 특종 보도로 우리나라 직업병 문제에 한 획을 그은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안종주 이사장은 "지금 당시를 떠올려 보면 우연과 필연이 씨줄과 날줄이 돼 저로 하여금 대한민국 직업병의 상징이자 사망 등 피해 노동자가 1000명 가까이 되는 최대 참사를 세상에 알리라는 계시였고 당시 언론인으로서 그것을 충실히 실행한 것이 아닌가한다"고 회상했다.
 
안 이사장은 "산업현장에서 직업병들이 최근 핵심 의제가 되고 있는 것을 볼 때 당시 저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광주 아파트 건설 현장 붕괴 사고 이후) 단 하루라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지난 1월 10일 취임한 안종주 이사장은 취임 이틀만에 광주 아파트 건설 현장의 붕괴사고를 접해야했다. 일명 광주 화정아이파크 사고는 6명의 노동자가 숨진 대형 붕괴사고다. 이후에도 승강기 추락사고, 창원·김해 등지에서 발생한 유독성 세척액 집단 급성중독사고, 울산 석유화학공장 폭발사고 등이 연달아 발생한 바 있다.
 
그는 "공단에서 근무하는 마지막 날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단 한 명의 노동자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안종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 프로필
 
△1957년 출생 △서울대 미생물학 학과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 석사 △서울대 보건대학원 산업보건학 박사 △서울신문 과학의학 전문기자 △한겨레신문 환경보건 전문기자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지속가능분과위원장 겸 안심사회소분과장 △사회적 참사 특별위원회 위원(비상임)  △단국대학교 보건복지대학원 교수 △서울시 안전명예시장 및 안전자문단장
 
안종주 한국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4일 <뉴스토마토>와의 비대면 인터뷰를 통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6개월 남짓된 상황이기 때문에 법 개정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사진은 안종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 모습. (사진=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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