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한국수출입은행과 신용보증기금 등이 기관장 공백 상태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차기 수장에 대한 하마평조차 감감무소식이다. 정치권 갈등에 금융위원장 임명 절차가 늦어진 탓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은은 방문규 전 행장이 지난 8일 국무조정실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보름 이상 행장 공석 상태다. 현재는 수석부행장인 권우석 전무이사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 중이다. 수은은 기획재정부 소관 정책금융기관으로 행장은 기재부 장관이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수은 행장은 장관급 고위직으로 가는 등용문으로 여겨지면서 금융권의 관심이 높다.
하지만 국회에서 하반기 원 구성 협상을 둘러싼 여야 갈등으로 김주현 금융위원장 인선도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어 수은 차기 수장 인선 역시 지체되고 있다. 수은은 오는 7월1일 46주년 창립기념일을 맞이하지만, 행장이 공석인 까닭에 조용히 보낼 계획이다. 보통 창립기념일에는 수은의 지난 성과를 짚어보며 향후 비전과 계획 등을 발표하는데, 이번 창립기념일에는 없을 예정이다.
신용보증기금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윤대희 신보 이사장은 지난 4일 임기가 만료됐다. 하지만 차기 이사장 임명이 늦어지면서 법률에 따라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신보 이사장은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금융위원장 인선이 늦어지면서 차기 이사장 임명도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통상 기관장 임기 만료를 앞두면 차기 이사장 자리를 놓고 다양한 인물의 하마평도 나오기 마련인데, 현재까지는 특정 인물조차 거론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신보는 지난 4월 후임 이사장 인선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 구성도 완료했지만, 회의는 아직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문제는 정책금융기관의 수장 공백 사태가 지속되면서 각 기관의 업무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수은의 경우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의 영향으로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수출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행장이 없는 관계로 업무 추진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신보 역시 장기 사업계획 및 혁신금융 신규 사업 등 의사 결정 속도가 더디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금융위원장 임명이 늦어지면서 각 기관장 인선도 지연되는 모습"이라며 "인선 작업이 장기화되면 향후 업무 진행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제 상황이 급박한 만큼 인선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방문규 전 한국수출입은행장(왼쪽) 및 윤대희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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