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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개입에도 1300원 뚫은 환율…"정부 영향력 한계"
원달러 환율 단기 상단 1350원 전망도
구두개입 약발 안 먹혀…외환보유액도 감소세
"통화스와프 체결 등 강력책 필요"
2022-06-23 14:05:25 2022-06-23 14:05:25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돌파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고물가와 긴축정책, 우크라이나 전쟁 등 변수로 강달러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 전망했다. 단기 상단을 1350원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환율 안정을 위해 경제수장들이 여러 차례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는데다 정부 차원에서 환율을 끌어내릴 물리적 수단도 부재한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이 23일 오전 1300원을 돌파하면서 정부가 또 다시 구두개입에 나섰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환율 상승에 따른 시장 불안 등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필요하면 시장안정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 들어 환율이 1300원을 위협할때마다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앞서 당국은 지난 3월7일, 4월25일, 이달 14일, 20일에도 공식 개입을 했다.
 
환율이 금융위기 수준까지 치솟은 것은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강력한 금리인상 정책을 시행중이기 때문이다.
 
연준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1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함에 따라 고강도 긴축 정책을 펼쳐오고 있다. 지난 15일 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p 인상)’을 단행하고, 연내 2~3차례 추가 인상까지 예고한 바 있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00원을 넘어선 것은 2009년 7월 이후 12년11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사진=뉴시스)
 
특히 이날은 파월 연준 의장이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금리인상 의지와 함께 경기침체 우려를 표하며, 안전자산으로의 자금 이동을 촉발시켰다는 분석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위기,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중국의 대도시 봉쇄 등 대외 불확실성에 지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심리적 저항선인 달러당 1300원선이 뚫린 만큼 단기적으로 1350원선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심리가 지배적이고, 한국의 수출 전망도 악화해 원화 약세 압력이 커지는 상황"이라며 "달러당 1350원까지도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무역수지의 추세적 감소도 원화 약세 압력을 지지하고 있다"며 "미국 연준의 통화긴축이 정점에 달할 올 2분기에 단기 고점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율 진정을 위해서는 당국 개입 차원을 넘어선 정책 대응 공조가 시급하다는 제언이다. 통상적으로 나올 수 있는 안정 조치는 외환당국의 구두개입, 한은의 금리인상이나 외환보유액 판매 등을 이용한 미세조정 등이다.
 
그러나 당국 구두 개입은 약발이 먹혀들지 않았고, 외환보유액은 환율 변동 확대로 석달째 감소세다. 외환 당국이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로 달러를 매도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부터 4차례나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렸기 때문에 금리인상도 추가 인상 여력이 떨어진다. 현재로선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환율 안정 장치가 없는 셈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을 추진하는 등 시장에 강력한 안정화 신호를 보내야 원화 약세가 수그러들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비상시 원화를 미국에 맡기고 달러를 빌릴 수 있도록 미리 약속하는 것으로 외환보유액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미국 역시 국채 금리가 너무 올라서 한미 통화스와프 등의 요청에도 적극적으로 응할 가능성이 오히려 높아진 상황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세종 영상으로 열린 제2차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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