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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 제품·AI로 안전경영 확대
동국제강 현장 노동자 사망 등 업계 안전문제 반복
포스코 안전예산 4000억원→8000억원 대폭 늘려
인공지능 활용해 사각지대 없애고 안전사고 선제대응
비말 통한 바이러스 전파 막는 철강제품도 출시
2022-06-16 13:07:27 2022-06-16 13:07:27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중대재해 위험이 높은 철강업계가 현장과 제품으로 안전경영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안전예산을 늘리고 사후약방문식 대처를 없애기 위한 인공지능(AI)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1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001230)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중구 본사에서 고 이동우씨 유족과 합의안에 대한 조인식을 진행한다. 이씨는 지난 3월21일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 크레인 안전벨트에 몸이 감겨 숨졌다.
 
'동국제강 비정규직 노동자 고 이동우 산재사망 지원모임'이 지난 9일 오전 철의 날 행사가 열리고 있는 포스코 센터 앞에서 동국제강 장세욱 대표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철강업계에서 노동자 12명이 숨졌고 올해는 5월까지 5명이 일터에서 사망했다. 원인은 설비 설치·수리가 3건, 자재 인양·운반작업이 2건이었다. 정비 작업 전 설비 작동 중지 등 기본적인 안전조치가 없어 발생한 사고였다.
 
ESG 등급도 떨어졌다. 지난 4월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포스코(005490)의 사회(S) 부문 등급을 A+에서 A로 낮췄다. 현대제철(004020)과 동국제강도 S 부문이 각각 A에서 B+, B+에서 B로 떨어졌다. KCGS는 반복적인 산업재해 발생을 등급 조정 사유로 들었다.
 
정부도 안전경영을 촉구하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일 철강사 대표들과 모인 자리에서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에 대한 요청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기업이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자율적 사고예방 체계를 현장에 정착시킴으로써, 사망사고가 가시적으로 감소하는 모습이 우선 나타나야 한다"고 말했다.
 
철강사들은 ESG 경영 강화 기조와 함께 안전 예산을 대폭 늘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6개 철강사(포스코·현대제철·세아베스틸·세아창원특수강·동국제강·KG스틸)의 총 안전예산은 지난해 1조903억원에서 올해 1조3842억원으로 뛰었다. 현대제철이 2243억원에서 4388억원, 동국제강이 166억원에서 401억원으로 올랐다.
 
안전보건 예산 규모가 가장 큰 곳은 포스코다. 포스코의 안전보건 예산 규모는 지난 2018년~2020년 3000억~4000억원대였지만 2021년 8154억원으로 두 배 늘었다. 올해 예산은 전년보다 170억원 늘린 8324억원으로 편성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증액된 안전보건 예산을 유해 위험 개선과 관계사 안전관리 등에 투자함으로써 안전 최우선 경영 방침을 지속해 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안전기술 강화 방안으로는 AI가 부각되고 있다. KG스틸은 최근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와 AI를 활용한 스마트 안전기술 개발 업무협약을 맺고 지능형 안전 CCTV 솔루션을 공동개발에 들어갔다. 컬러강판 제조공정 등 작업환경 안전을 위해 선제적 감지·대응 체계를 만들기 위한 연구다.
 
우선 AI가 카메라로 축적한 대량의 데이터를 분석한다. 이렇게 찾아낸 패턴으로 작업자 움직임을 예측한다. 향후 신체 일부가 기계에 끼이는 협착 사고나 실족사고 등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시스템은 이르면 연내 KG스틸 당진·인천공장에 적용된다.
 
한국철강협회장인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이달 9일 철의 날 행사에서 "철강업계는 기존 안전 활동에 스마트 기술을 접목해 AI 중심의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철강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실질적인 안전문화 정착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앞서 포스코는 2일 미래기술전략회의에서 AI 플랫폼과 관련해 제조·장치사업에 특화된 안전한 근무환경 조성을 논의했다. 현재 사물인터넷(IoT)과 빅 데이터(Big Data), 인공지능(AI) 등 4차산업 기술 경향을 접목한 스마트팩토리 구현을 추진하고 있다. 작업 전 밀폐공간 내부를 파악하는 스마트 세이프티 볼, 스마트 워치, 스마트 CCTV 등 '위험 예지 스마트 기술'로 작업자의 불안전 행동과 위험 상황을 조기 감지한다는 방침이다.
 
KG스틸의 바이오코트플러스. (사진=KG스틸)
 
안전경영은 안전제품 출시로도 이어지고 있다. KG스틸은 항균·항곰팡이 기능에 코로나 바이러스(HCoV 229E) 확산 방지 성능을 갖춘 '항바이러스 용융아연도금강판(제품명 BioCOT+·바이오코트플러스)' 대량 생산에 성공했다.
 
바이오코트플러스는 물류센터 공기순환장치(Duct·덕트)와 고청정을 요하는 무균제약시설, 식품 제조 공장, 어린이집·유치원 같은 영유아 교육시설에서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들 시설은 신선한 공기를 실내로 순환시켜 호흡기 질환의 전파를 막을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KG스틸 관계자는 "생명과 안전에 관한 산업계의 요구사항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바이오코트플러스와 같은 고기능성 제품을 찾는 수요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바이오코트플러스는 비말에 의한 바이러스 전파 차단 기능이 우선적으로 검토되는 공간에 선제적으로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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