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게이션)‘탑건: 매버릭’, 영화가 체험이 되는 가장 완벽한 순간
1986년 ‘탑건’ 그리고 36년 만에 등장한 속편…‘매버릭’ 또 다시 ‘탑건’
출연 배우 중력 가속도 직접 체험...관객 ‘관람’ 아닌 ‘체험’ 수준 ‘경험’
2022-06-14 01:00:01 2022-06-14 01: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두 가지를 먼저 언급하고 시작해야 할듯하다. 100년 영화 역사가 이어지면서 풀지 못했던 단 한 가지. 바로 체험’. 영화는 관람을 위한 전제였다. 하지만 21세기로 넘어오면서 체험의 영역을 정조준했다. 물론 어떤 방식으로든 영화적 체험은 간접이란 장벽을 넘을 수 없었다. 그런데 그걸 무너트린 첫 번째가 등장한 듯하다. 두 번째는 상영 포맷. 필름 시대부터 디지털로 넘어온 뒤 체험의 영역을 제시한 여러 상영 포맷은 관람 환경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켜 왔다. 영화 산업의 부가 영역으로 인식돼 온 상영업을 산업적 측면으로 끌어 올린 모멘텀이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또 한 번의 모멘텀이 등장할 듯하다. 물리적 측면에서의 관람 환경 변화도 중요하지만 본질적으로 영화는 비주얼과 사운드 그리고 그 두 가지를 조합하는 방식의 결정체다. 이걸 전제로 들어간다면 이 영화는 영화 본질이 닿을 수 있는 가장 궁극적 체험의 실체를 제시한다. 앞선 두 가지 공통된 개념인 체험을 좀 더 논의해 완숙된 결정체를 끌어 내야 할 이견이 남아 있다면 반론으로 탑건: 매버릭을 제시하면 논쟁의 마침표는 완성된다. 영화가 체험이 되는 가장 온전한 순간이자 모멘텀이 탑건: 매버릭이다.
 
 
 
무려 36년 만의 속편이다. 1986년 고 토니 스콧 감독에 의해 만들어 진 탑건은 톰 크루즈의 출세작이자 항공액션레전드로 꼽히는 걸작이다. 그리고 2022년 선보이게 된 탑건: 매버릭은 전편 주인공 피트 매버릭미첼(톰 크루즈)의 이후 얘기다. 전편에서 비행 도중 불의의 사고 목숨을 잃은 파트너 구스와 그의 아내 캐롤을 위해 한 가지 약속을 했다. 구스의 어린 아들 루스터’(마일즈 텔러)가 전투기 파일럿이 되는 것은 절대 막겠단 것. 루스터의 엄마 캐롤이 매버릭에게 전한 간곡한 부탁이었다. 매버릭은 죽은 파트너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진급도 마다하고 제대도 하지 않은 채 한 직을 떠돈다. 이미 전편의 동기들은 모두 장군이 됐다. 하지만 매버릭은 파일럿이다. 그리고 그 무모한 성격은 36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그대로다.
 
영화 '탑건: 매버릭'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그런 매버릭에게 마지막 기회가 주어진다. 자신에겐 고향이나 다름 없는 해군조종사 훈련학교 탑건으로의 복귀. 다만 파일럿이 아닌 교관이다. 이 곳에서 교육 중인 해군 최고 후배 파일럿들을 교육하는 게 임무. 36년 전 자신의 모습과 똑같이 오만하고 독선적인 후배들. 매버릭이 교육한 파일럿 가운데 일부가 차출돼 테러 지원국 우라늄 농축시설 파괴 작전에 투입된다.
 
이 작전은 실전이다. 하지만 특급 조종 기술을 보유한 파일럿도 순간의 실수로 목숨을 잃을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한 작전이다. 지상 수십 미터에 불과한 초저공 비행 진입. 이후 급상승과 급강하 그리고 불과 수 미터짜리 목표물 정밀 타격. 여기까지 진입하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수십 개의 지대공 미사일. 이 모든 관문을 통과해 목표물을 타격했다 해도 안심할 수 없다. 테러 지원국이 보유한 최신예 5세대 전투기가 하늘을 장악 중이다. 사실상 불가능한 작전이며 작전에 성공한다 해도 살아 돌아올 가능성은 제로다.
 
영화 '탑건: 매버릭'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그러나 매버릭에겐 불가능은 없다. 오만하고 기고만장한 그의 성격은 교관이 된 뒤에도 여전하다. 그는 최고다. 실력도 당연히 최고다. 불가능한 미션은 있다. 하지만 그건 파일럿의 문제일 뿐. 그는 언제나 주문처럼 읊조린다. “실패할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오늘은 아니다라고.
 
1986년작 탑건은 하나의 문화 코드로 전해지는 전설로 지금까지 존재한다. 당시로선 최신예 해군 전투기 F-14 톰캣, 해군 파일럿 가죽 점퍼, 고성능 오토바이 질주, 보잉 스타일 선글라스, 그리고 근육질 남성들의 해변가 스포츠 경기. 이 모든 장면에 카타르시스와 아드레날린을 공급하는 또 하나의 전설적 OST까지. 무엇보다 이 영화가 개봉한 뒤 해군 파일럿 지원율이 급상승했단 소문은 단순 루머라 하기엔 그 신드롬이 너무 거셌음을 기억하는 마니아들이 너무 많다. 단순 상업영화 속 자극을 위한 비주얼 향연만이 탑건속에 녹아 들었다 여긴다면 미숙한 판단이다. 해군 파일럿들의 돌발적 공항장애와 심리불안에 대한 기본 이상 터치까지 더해지면서 탑건은 상당히 의미 있는 걸작 반열에 오른 작품이었다. 때문에 속편이 나오기까지 무려 36년이 걸렸다. 전작이 너무 완벽하다란 아이러니가 공교롭게도 이 영화 속편 제작을 막는 유일한 걸림돌이었다.
 
영화 '탑건: 매버릭'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이 걸림돌을 제대로 부셔 버리기라도 하듯 탑건: 매버릭은 영화의 본질이 무엇을 의미해야 하는지를 고스란히 증명한다. 관객들에게 대리 체험한계를 넘어선 물리적 체험을 온전히 선사한다.
 
마하10에 도달하는 최신예 전투기 탑승은 물론 F-18전투기가 하늘에서 곡예를 펼치는 모든 것을 관객은 가장 완벽하게 체험할 수 있다. 이 장면들은 모두 36년 전 절대 불가능했던 촬영이었다. 하지만 현대 영화 제작 기술에선 완벽하게 가능하다. 배우가 직접 전투기를 타면 된다. 주연 배우 톰 크루즈는 이 간단한 비밀을 풀어냈다. 극중 모든 배우들 얼굴에 실제 전투기 파일럿들이 받는 중력 가속도(G)가 걸리는 모습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잡힌다. 전투기들의 공중전 그리고 공중 기동 장면에서의 시점 샷(SHOT) 자체가 실제 파일럿들의 시점과 같다. 때문에 아이맥스 스크린에서 느끼는 관객들의 체감은 체험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수준이다.
 
영화 '탑건: 매버릭'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탑건: 매버릭압권은 단연코 영화 마지막 한 시간 동안 이어지는 일명 도그 파이트. 전투기와 전투기가 벌이는 공중전 비주얼은 그 자체로 관객들을 파일럿으로 만든다. 이 장면에선 상영관 자체가 뒤 흔들리는 물리적 체감도 가능할 정도다. 이 장면에선 1편의 상징이자 아이콘과도 같은 F-14 톰캣이 등장한다. 2006년 실제 미 해군에서 퇴역한 F-14 톰캣은 등장과 함께 1편을 기억하는 팬들의 가슴을 뛰게 만든다. 날개를 변형시킬 수 있는 가변익 시스템 톰캣을 위해 톰 크루즈는 첫 등장에서 날개를 활짝 펴는 팬 서비스로 탑건마니아들 추억에 화답한다.
 
영화 '탑건: 매버릭'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눈으로 보고 몸으로 즐기는 물리적 체험 외에 탑건: 매버릭은 갈등과 화해 그리고 세대의 퇴장과 응원도 잊지 않는다. 전편에서 이어진 속편 정체성을 위한 탄탄한 스토리는 그래서 또 다른 체험이 된다. 전편을 기억하는 세대에겐 아낌 없는 박수를 전하며 그들의 또 다른 시작을 응원한다. 전편을 기억 못하지만 지금을 살아가는 다음 세대에겐 할 수 있단 응원을 보낸다.
 
영화 초반 파일럿이 사라진 무인 전투기 시대를 의미하는 21세기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주장이 등장한다. 물론 그 새로운 세대는 당연히 온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라고 피트 매버릭미첼은 말한다.
 
영화 '탑건: 매버릭'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코로나19 펜데믹을 통해 영화 자체 패러다임 변화 그리고 영화의 의미와 목적에 대한 본질적 고민이 제시돼 왔었다. 하지만 탑건: 매버릭이 그 모든 것에 대한 반론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라며 기분 좋은 미소를 머금게 한다. ‘탑건: 매버릭은 영화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궁극적 본질 그 자체로 기록돼야 마땅하다. 개봉은 오는 22.
 
P.S ‘탑건: 매버릭은 무조건 스크린에서 봐야 한다. 되도록이면 큰 스크린에서 봐야 한다. 아이맥스가 최적화된 포맷이라 확신한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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