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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윤 정부 과시' 용산공원 개방…'2시간' 논란만 키운 정부
용산공원 시범 개방…환경단체 반발
어린이·고령층, 오염물질에 더욱 취약
"시점보다 중요한 것은 오염 정도, 정밀 조사 해야"
2022-06-10 18:58:05 2022-06-13 18:13:17
[뉴스토마토 김현주 기자] 용산공원 일부가 시범 개방됐지만 오염물질 검출로 인한 국민 안전권과 건강권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환경단체는 “윤석열 정부가 국민 건강에 관심 없이 자신의 힘만 과시하는 쇼에 불과하다”며 시범 개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특히 오염물질에 노출되는 시간이 2시간이면 유해성이 없다고 했다가 체류 시간이 유해성 판단 기준은 아니라는 해명만 늘어놓는 환경당국이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오염물질은 어린이, 고령층 등 취약계층에게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등 정확한 오염도 파악을 위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오는 9월 용산공원 정식 개방에 앞서 대통령 집무실이 보이는 용산공원 일부를 6월 10일부터 시범 개방했다. 용산기지 전체 면적 가운데 미군으로부터 돌려받은 반환 부지 30% 중 일부를 개방하는 것이다. 매일 시간을 나눠 하루 5번 입장객을 받는 등 한 번에 500명까지만 입장이 가능하다.
 
방문자는 최대 2시간까지 공원에 머무를 수 있다. 개방되는 지역은 신용산역에서 장군숙소와 대통령실 남측 구역을 지나 국립중앙박물관과 스포츠필드에 이르는 1.1km 구간이다. 주한미군 숙소와 학교, 체육시설 등이 임시 개방 지역에 포함된다.
 
정부는 지난달 25일부터 13일간 임시 개방을 예고했다가 하루 만에 연기를 결정한 바 있다. 당시 국토부는 “편의시설 등 사전준비 부족으로 관람객 불편이 예상됨에 따라 시범 개방을 잠정 연기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환경 오염 문제 등을 고려하지 않은 졸속 개방이라는 비판을 의식해 개방 일정을 미뤘다는 의구심도 일었다. 임시 개방은 정부의 원래 발표 날짜보다 16일 미뤄졌지만 오염물질에 대한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한국환경공단 측에 따르면 용산공원 임시 개방 구역 오염물질은 공원이나 주거시설이 들어설 수 있는 기준을 초과했다. 심한 곳은 토양의 기름 오염 정도가 기준치의 36배를 넘고, 벤젠과 페놀류 등은 각각 기준치의 3.4배, 2.8배를 넘는다.
 
그럼에도 윤 정부는 시범 개방에 무리가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오염된 흙에 잔디로 덮는 등 조치를 취한 만큼, 신체가 흙에 직접 닿지 않게 했다는 논리다. 임시 개방 이용 시간을 최대 2시간으로 제한한 점도 들었다.
 
하지만 정부의 오락가락 설명은 혼란만 야기시키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노출시간이 2시간이면 인체 유해성이 없다고 봤다"고 말한 바 있다.
 
시범 개방 당일에는 "2시간에 한 팀씩 출입팀을 짜는 것은 위험해서가 아니라 하루에 다섯 번씩 돌리는 것이 최대 수용 인원이기 때문"이라고 말을 바꿨다.
 
환경부도 "과거 부산시민공원 임시 개방 사례, 1일 개방시간과 입장 회차, 편의시설 수용량, 공원 평균 이용실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1회 평균 이용 시간을 2시간으로 계획했다"며 "시간이라는 이용시간이 인체 위해성 여부의 판단 기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환경단체는 이번 시범 개방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최영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이번 시범 개방에 스포츠필드와 13번 게이트 등이 포함됐다. 13번 게이트는 지금까지 밝혀진 미군 용산기지 내부에서의 유류 유출 사고 중 가장 많은 유류가 유출된 곳이다. 스포츠필드도 운동장으로 활용된 곳임에도 불구하고 다이옥신 등이 검출됐다"고 언급했다. 다이옥신은 1급 발암물질로 꼽힌다.
 
이어 "가습기 살균제 참사 등을 생각해보면 환경 오염으로 인한 피해는 당장 눈으로 보이는 게 아니고 사람마다 역치도 다르다 보니 그 피해를 찾기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은희 용산공원시민회의 대표는 "유류 오염만 됐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다이옥신, 중금속도 나온다. 건설공사를 할 때에도 오염이 발견되면 공사를 중단하고 오염을 제거한 다음에 공사를 재개하는데 (이번 임시 개방은) 절차와 법이 통용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은희 대표는 "임시 개방 첫날 현장에서 보니 (방문자) 대부분이 어르신이다. 야외라서 마스크를 안 쓴 분도 있다. 오염이라는 게 건강에 취약한 취약계층에 더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영 활동가도 "특히나 환경 오염 피해에 취약한 사람들이 어린이와 노약자"라며 "특히 중금속은 분해도 쉽지 않고 땀이나 소변 등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되기도 어려워 몸속에 남게 된다. 정상적 세포 활동이 파괴되며 암에 걸리거나 특정 장기 기능이 약해질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개방이 앞으로 있을 미국과의 오염정화비용 협상에서 빌미를 제공할 거란 우려도 있다. 김은희 대표는 "정화비용, 책임과 관련해 미국에 면죄부를 줬다고 본다. 우리 정부가 오염 문제를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고, 빨리 반환을 받아서 정화되지 않은 상태로 개방하는데 미국이 왜 돈을 주겠나"라고 지적했다.
 
녹색연합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환경오염물질이나 환경오염원의 원천적인 감소를 통한 사전예방적 오염관리에 우선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환경정책기본법은 정부의 사전예방원칙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국토부는 오염 실상을 분명히 알고도 보여주기식 관람쇼를 위해 국민건강권을 걷어차고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환경오염이라는 책임은 거론하지 않고 개방부터 하는 행위는 국민 건강에 관심 없이 자신의 힘만 과시하는 쇼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확한 판단을 위한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는 "개방되는 곳은 학교나 병원 등이 있던 지역이라 당초에 오염 걱정을 덜 했던 지역인데 오염도가 이상하게 많이 높았다"며 "일단은 정밀 조사를 다시 한 번 진행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용산공원은 개방하는 시점보다 중요한 것이 토양 오염이다. 토양 오염 관련한 부분을 정확히 조사하고 어느 시기에 토양이 제대로 치환될 수 있는지 계획을 수립한 다음 개방해도 늦지 않다"며 "조사를 제대로 한 다음 대응을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6월 10일부터 19일까지 열흘 동안 용산공원 시범 개방을 진행한다. 사진은 시범 개방 첫날 용산공원을 찾는 시민들. (사진=뉴시스)
 
김현주 기자 kkhj@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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