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벌써 데뷔 19년차인 이기우. 하지만 스스로를 두고 쓰기 좋은 도구가 아니라고 자신을 낮췄다. 감독 입장에서 자신보다 더 적합한 도구가 널려 있음에도 자신을 꾸준히 써주는 이유도 작품이나 사진 속 이미지보다 직접 만났을 때 주는 느슨하고 헐렁한 부분이라고 했다. 그렇기에 이번 작품도 기존에 보여주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단다. 이기우는 지금껏 가져온 질문, 자신의 색이 무엇인지를 이번 작품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시간이 됐단다.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는 견딜 수 없이 촌스런 삼남매의 견딜 수 없이 사랑스러운 행복소생기를 다룬 드라마다. 이기우는 극 중 미정(김지원 분)의 직장 동료이자 아내와 이혼 후 딸을 홀로 키우고 있는 조태훈 역할을 맡았다.
이기우는 ‘나의 해방일지’를 처음 만났을 당시를 떠올리며 “데뷔한 지 내년이면 20년이다. 그동안 많은 대본을 봤는데 처음 볼 때부터 다른 느낌의 대본이었다. 이렇게 말이 없어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고 작품의 첫 인상을 언급했다. 이어 “읽다 보니 다양한 냄새가 나는 대본이라서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여러 번 봤다”고 말했다.
조태훈은 회사 내에서도 미정만큼이나 말이 없는 인물이다. 그러다 보니 이기우는 “감독님이 말이 많은 것보다 오히려 말이 없어서 연기하기 쉽지 않다고 이야기해줬다. 몇 안 되는 대사에서 어떤 표정으로 어떻게 대사를 뱉을 지 고민이 많이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많은 걸 준비해 가기 보다는 오히려 태훈스럽게 무기력한 듯 힘 빠진 톤으로 연기를 했다. 대사가 많지 않다 보니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공부를 많이 했다. 연기자 입장에서 도움이 됐던 작품”이라고 밝혔다.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이기우 인터뷰. (사진=네버다이엔터테인먼트)
이기우가 연기한 조태훈은 이혼남에 싱글 대디다. 이기우는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부분이다 보니 주변에 도움을 구했단다. 그는 “실제로 절친이 싱글 대디다. 그에게 이야기도 들어보면서 느낀 건 그 친구에게 예전에 없던 색깔이 생겼다. 태훈을 잡아갈 때 그 색깔에서 착안했다. 또 표정이 예전보다 많이 없어졌다. 사회 생활을 하다 보면 상대방에 호의를 얻기 보다 사회 생활이니까 웃기도 하지만 대부분 미소 없이 건조하게 지나가는 모습이 많다. 이런 부분을 신경 썼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기우는 이번 작품을 통해 친구들에게 인정을 받았단다. 그는 “너무 친한 친구들은 이기우라는 사람을 잘 아니까 드라마를 봐도 내가 늘 실장님 같은 캐릭터로 나오다 보니 감정 이입이 안 됐단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들이 입고 있는 옷과 비슷한 옷을 입고 있어서 태훈으로 보였다고 했다. 그런 칭찬을 들었을 때 배우로서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이기우는 태훈을 연기하면서 때로는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단다. 그는 “저는 사교적이고 사람을 만나 같이 있는 시간을 즐긴다. 하지만 태훈은 그렇지 않다. 더구나 싱글 대디, 이혼남, 드센 누나들 사이에서 더욱 표현을 하지 못 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에서 해방 클럽이 모일 때도 정적이 흐를 때 불편함이 있었다. 태훈이 분위기를 이끌어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딸 아이에게 조금 더 다정할 수 있음에도 건조하고 재미없는 아빠일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답했다.
그러다 보니 처음 태훈을 연기할 때는 태훈 자체가 아니라 이기우가 섞여 있었단다. 그는 “최대한 저의 성격이 드러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드라마가 중반이 지나면서 저도 현장에서 말이 없어지고 태훈화 됐다. 그러니까 ‘이제 태훈 같다’고 감독님이 좋아하셨다. 저도 태훈을 이해하니까 편해졌다”고 밝혔다.
특히 이기우는 미정의 고백에 태훈이 ‘그럽시다’라고 말하는 부분이 연기할 때는 아쉬웠다고 했다. 그는 “좀 더 로맨틱한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방송을 보니 긴 말보다 훨씬 더 태훈의 의지가 느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제야 태훈의 옷을 억지로 입으려고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이기우 인터뷰. (사진=네버다이엔터테인먼트)
미정을 비롯한 해방클럽 멤버들은 자신을 짓누르는 무언 가에서 해방되기 위해서 노력한다. 이기우는 이번 작품이 끝난 뒤 여행을 하면서 해방처를 찾았단다. 그는 “직업이 화려하다 보니까 남들의 시선을 많이 의식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여행을 하고 캠핑을 하면서 만난 분들에게 좋은 영향을 받았다. 물질적인 부분에서 벗어날 수 잇는 구멍을 찾은 느낌이었다”고 했다. 더불어 “진짜 잘 사는 삶이 뭔지, 가치에 대한 서열도 바뀌고 답답하고 억눌린 것에 해방되는 과정이었다. 소소한 행복을 찾아가는 모습이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기우는 스스로를 돌아보며 “이렇게 오랜 시간 배우를 할 줄 몰랐다. 스스로 대견하다 생각하기도 하면서도 좀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공존한다. 20대 초반 같이 드라마 오디션을 보고 단역 촬영을 하던 친구들이 지금 어디 있는지 뒤를 돌아보면 이 시장에 없는 친구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여전히 연기를 하고 있는 자신이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단다.
이기우는 “내 색깔을 찾으려고 노력을 많이 하게 된다. 솔직히 연장으로 비유하면 쓰기 좋은 도구가 아니다. 감독님 입장에서도 좋은 도구는 아닌 것 같다. 더 적합한 도구들이 널려 있다. 그럼에도 작품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직접 만난 자리에서 다른 느낌을 받는 감독님이 많다. 부유하게 자라 실장님이나 재벌 2세 같은 성격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미팅을 했다가 생각보다 느슨하고 헐렁한 부분을 발견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점 때문에 감독에게 ‘이 녀석을 내가 어떻게 요리해볼까’라는 호기심을 느끼게 만든 것 같다고 했다.
늘 비슷한 이미지로 대중 앞에 섰던 이기우는 이런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을 할 때 ‘18어게인’을 만났단다. 그리고 그 최일권 역할을 통해 그 동안 보여주지 않은 자신의 모습으로 대중의 뒷통수를 제대로 쳤다. 이기우는 “다른 역할을 할 때 대중의 반응을 보는 묘미가 있다. 태훈은 일권과는 다르지만 그래도 그동안 이기우가 해왔던 역할과 달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도 앞으로 제가 맡을 역할에 대해 흥미가 생기게 만들어준 작품”이라고 밝혔다.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이기우 인터뷰. (사진=네버다이엔터테인먼트)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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