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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구호에 그친 '대출 규제 정상화'
2022-05-26 06:00:00 2022-05-26 06:00:00
금융권이 대출상품 만기 연장에 나섰다. 시중은행이 4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내놓은 데 이어 10년 만기 신용대출까지 내놓았다. 일부 보험사들도 만기 연장 대출을 내놓고 있다. 
 
윤석열정부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는 일부 완화하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하면서 만기를 늘리는 방식으로 대출한도를 키우려는 것이다.
 
당국과 금융사들은 대출자의 상환부담을 줄여준다고 설명하지만, 만기 연장 대출 상품의 속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40년짜리 주담대로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것은 맞지만 은행에 내야 할 이자도 함께 커지기 때문이다. 금리는 계속 오르고 있어 차주 부담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올해 들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상했고, 이번 달에도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달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금리는 1.75%가 된다. 추가 금리인상도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기준금리가 2.5%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물론 40년짜리 주담대 상품을 실제로 40년 동안 유지하는 고객은 많지 않을 것이다. 대출 한도를 높이려고 40년짜리 상품에 가입하더라도 중도 상환하려는 고객이 대부분이라는 게 은행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금융당국과 은행들이 40년짜리 주담대를 두고 소비자들의 선택폭이 넓어졌다고 자화자찬하는 모습은 씁쓸하기만 하다. 엄밀히 말하면 만기 연장 대출상품들은 DSR 규제를 우회한 상품이고, 당국이 대출 한도 확대에 급급한 나머지 규제 우회를 허용한 것이다.
 
지난해 초장기 주담대를 검토될 당시 난색을 표하던 은행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은행들 입장에서도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올 들어 가계대출 수요가 줄면서 호실적을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는데, 더 많은 이자 이익을 챙기면서 대출 한도를 키웠다고 생색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정부의 대표 공약인 '대출 규제 정상화'도 구호에 그칠 공산이 크다. 정상화라는 표현에는 과거 정부의 비정상적인 규제를 바로 잡겠다는 뜻이 담겨있다. 그러나 초장기 주담대 상품의 경우 이미 공공연하게 검토해온 과거의 대책이다. 당시에도 '집값은 잡지 못하고 고작 내놓은게 40년 모기지냐'는 비난이 이어진 바 있다.
 
정권이 바뀌면 내 집 마련의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기대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달라진게 없는 셈이다. DSR은 그대로 두고 LTV만 손대는 것으로는 대출한도가 늘지 않는다는 것은 시뮬레이션을 돌리지 않고서도 나오는 결론이다. LTV 한도를 40%에서 80%까지 올린다 해도 소득이 늘지 않으면 DSR 규제에 대출이 막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를 관리하겠다며 대출을 과거의 규제로 그대로 옥죄면서도 대출 한도는 늘리겠다는 모순된 상황의 연속이다. 말로만 '포스트 코로나',긴'축의 시대'를 준비한다고 될 게 아니다.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미봉책만 내놓는다면 전 정부의 과오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새기길 바란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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