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대통령령으로 보완 가능할까
법조계, 부패·경제범죄 '등' 문언 놓고 해석 분분
"법이 대통령에 위임" vs "모법 개정 취지 못 벗어나"
입력 : 2022-05-24 06:00:00 수정 : 2022-05-24 06:00:00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따라 축소된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보완할 수 있는지를 두고 법조계 견해가 갈린다. 법 개정 취지를 고려하면 검찰 수사범위가 늘어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반면, 법률상 문언에서 수사범위 확대의 가능성을 남겨둔 만큼 대통령령으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난 9일 개정된 검찰청법에 따라 오는 9월10일부터는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중요범죄로 줄어든다. 기존에는 이외에도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등이 수사범위에 포함됐다. 이중 선거범죄 수사권은 내달 지방선거를 고려해 12월까지 한시적으로 유지된다.
 
당초 법제사법위원회의 개정안은 ‘부패·경제 중’이라는 문장으로 검찰 수사권을 제한했다. 부패와 경제범죄에 한해서만 수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본회의에 올라간 안건은 부패·경제 '등'으로 디테일이 바뀌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령으로 검찰이 직접 수사가 가능한 부패범죄의 범위를 확대하거나 부패·경제범죄 이외의 범죄까지 검찰 직접 수사권을 확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이를 두고 해석이 갈린다. 일부 법조인들은 ‘부패·경제 중’에서 ‘부패·경제 등’으로 수정된 만큼 대통령령으로 충분히 수사범위를 넓힐 수 있다고 본다. 대통령령으로 부패범죄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서도 수사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고 해석한다. 
 
23일 수도권 지방검찰청의 한 차장검사는 “수사권 축소는 법 개정의 배경일 뿐이고 사실은 대통령에게 다 위임한 셈”이라고 말했다.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검찰청법이 수사범위를 줄였지만, 대통령령으로 벗어날 수 있다”며 “대통령령 제정은 행정부 권한이기 때문에 그대로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대통령령은 국회 동의가 필요 없어, 대통령 독단으로 도입이 가능하다. 대통령령을 통해 검수완박 법률을 반쪽짜리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검찰청법 개정의 취지가 검찰 수사권을 줄이는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령으로 검찰 수사범위를 대폭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대통령령 내용이 상위법의 취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수사권이 확대되더라도 검수완박 입법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지청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경제, 부패라는 단어가 명확히 있기 때문에 시행령으로도 수사범위를 넓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부패범죄는 규정하기 나름이지만 선거사범이나 공직자 범죄를 부패범죄로 정하려 하면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 수사범위를 대통령령으로 확대하더라도 상위법과 충돌한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대통령령을 통한 검찰 수사권 보완 시도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위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하위법인 대통령령은 상위법인 법률을 위반할 수 없다.
 
이 경우 검찰의 수사권을 보완할 방법으로는 여·야 합의에 따른 검찰청법 보완 또는 헌법재판소가 국민의힘이 청구한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인용하는 것 등이 거론된다. 다만 검찰개혁을 주장해온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의석의 과반 이상을 차지한 상태에서 여야 합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에서 검수완박 입법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봐 권한쟁의 청구를 인용하더라도, 검수완박 법률이 곧바로 효력을 잃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는 지난 1997년과 2011년 입법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제기된 권한쟁의심판에서, 절차상 하자는 인정하면서도 법률이 위헌이라거나 법률안 가결이 무효라고 판단하지는 않았다. 검수완박 법률이 효력을 잃으려면 별도의 위헌법률심판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서울시 서초구 대검찰청. (사진=연합뉴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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