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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돌아온 검투사 황영기, 사모운용사 회장 행보에 시장 이목 집중
아이트러스트자산운용 이달 등록…6개 IB서 출자 받아 자본금 39억
"사모시장 활성화·규제완화"…당국에 쓴소리 아끼지 않은 검투사
문 정부 시절 '환영받지 못한 사람' 자평…정권교체 맞물려 시장 복귀
2022-05-19 06:00:00 2022-05-19 11:52:47
[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장이 사모전문운용사 회장으로 업계에 돌아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는 증권, 은행 등에서 수장을 맡으며 금융·자본시장을 두루 경험했으며 금투협회장 시절에는 사모시장 활성화와 관련 규제 완화 목소리를 높였던 인물이다. 특히 자산운용업계와 사모시장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남달랐던 만큼 그의 사모운용사 회장으로서의 행보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황영기 아이트러스트자산운용 회장. 사진=아이트러스트자산운용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황영기 전 협회장과 김철배 대표는 작년 12월 사모전문운용사인 아이트러스트자산운용을 설립, 이달 신규 사모전문운용사로 등록을 완료했다. 아이트러스트자산운용은 지난 1월 6개 투자은행(IB) 전문 증권사에서 추가 출자를 받아 자본금 39억원으로 출발했다. 아이트러스트자산운용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펀드와 메자닌 펀드, 프리IPO 펀드 등 대체자산 펀드를 중심으로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황 회장은 금투협회장 시절 운용업계 및 사모시장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 바 있기에 본인이 직접 등판한 운용사 설립 행보는 더 주목받고 있다.
 
그는 지난 2015년 2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제3대 금투협회장을 지내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 도입 등의 업적을 남겼다. 그는 금융투자업계 권익을 대변해 정부와 금융당국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아 '검투사'로 불리기도 했다.
 
은행과 증권 등 업계에서 실무를 두루 경험한 그가 금투협회장으로 재직하며 가장 관심을 보인 곳은 자산운용업계와 사모펀드 시장이었다. 그는 "자산운용업이 가장 글로벌화 가능성이 높은 업종, 우리나라 금융업의 삼성전자는 자산운용업에서 나올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하여 운용업계 발전에 힘쓴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임기 말 그가 업계 사장단과 정리한 '30대 핵심 과제'에서도 규제 완화와 시장 활성화에 대한 그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기업금융 강화,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 등 내용을 골자로 한 증권업계 발전 방안은 당시 모든 관계기관에 전달됐다.
 
핵심 과제에는 △모험자본 투자 활성화를 위한 사모시장 및 전문투자자 확대 △기업공개(IPO) 업무 원활화 방안 △비상장주식 거래 활성화 지원 △신성장기업 성장을 위한 자금 조달 지원 △기업금융 등 특화 증권회사 육성 지원 △기금형 퇴직연금 및 '디폴트옵션(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 제도 도입 등이 포함됐다.
 
그의 적극적인 규제 완화 노력에 지난 2019년 전문투자자 범위가 확대됐으며 비상장기업투자전문회사(BCD)의 국내 도입이 이뤄졌다. 또한 올해 7월부터 디폴트옵션이 시행,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IRP) 퇴직연금에서 가입자의 운용 지시가 없을 시 회사와 근로자가 미리 정한 방식으로 퇴직연금이 운용된다. 이에 따라 퇴직연금 자산이 예·적금에서 투자 자금으로 대거 이동할 것으로 운용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그가 정권 교체 시기와 함께 업계로 복귀한 점에도 관심이 쏠린다. 임기 말이던 2017년 말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황 전 협회장은 본인을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연임하지 않겠단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렇게 업계를 떠났던 그가 윤석열 대통령 취임과 함께 운용사 등록이 완료되며 시장 복귀를 알리게 된 것이다.
 
한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때 한국성장금융을 통해 정책펀드를 만드는 방식으로 모험자본을 공급했다면, 이번 정부에서는 BCD나 SAFE(채무 성격이 없는 전환증권)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SAFE는 채권도 주식도 아닌 형태로, 우선 돈을 투자하고 나중에 미래 주식 가격으로 돌려받는 전환증권이다. 비상장 투자 시장과 사모시장이 이번 정부 들어 활성화될 수 있다는 업계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로 돌아온 그에게 과제도 있다. 규제 완화 이후 터진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사고로 실추된 사모시장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일이다.
 
김철배 아이트러스트자산운용 대표는 "최근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침체된 한국 사모펀드 시장에서 고객에게 믿음을 주는 건강한 회사가 될 수 있도록 경쟁력과 노하우를 갖춘 회사로 거듭나겠다"며 "향후 고액자산가 그룹을 대상으로 하는 자산배분 사업과 투자일임업 등으로 업무 영역을 확대하고 최종적으로 종합 자산운용사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한편 황 회장은 1999년 삼성투자신탁운용 사장으로 업계에 첫 진입, 2001년 삼성증권 사장을 역임했으며 2004년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2008년 KB금융지주 회장 등을 거쳐 2015년 제3대 금투협회장을 지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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