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개정 시도에 시민사회 "뻔뻔"…대립 심화
참여연대 "시행 6개월도 되기 전 경영책임자 처벌 면제 요구"
민주노총·한국노총 "법의 무력화·사문화"…일제히 비판 성명
경총, 전날 시행령 개정 관련 경영계 건의서 관계부처 전달
입력 : 2022-05-17 13:59:11 수정 : 2022-05-17 13:59:11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00일이 넘은 가운데 재계가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자 시민사회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법 제정 과정부터 나타났던 경영계와 노동계의 대립도 더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참여연대는 17일 논평을 내고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시도를 강력히 규탄하며, 안전 사회 건설을 위해 정부의 흔들림 없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 이후에도 현장에서는 아주 기본적인 안전보건 조치마저 하지 않아 어이없게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그러나 경영계는 이에 대한 자숙과 반성의 태도도 없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불과 6개월도 되기 전에 경영 책임자의 처벌 먼저 면제해 달라는 법 개정 요구는 너무나도 뻔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총은 중대재해 사망의 범위를 현재보다 축소하고, 직업성 질병 중증도 기준을 마련해 달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미 법에서 경영 책임자를 '대표이사 또는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규정했는데도 경총은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안전보건담당이사 또는 임원)'을 선임한 경우 대표이사(사업주) 또는 경영 책임자의 의무를 완전히 면제하자는 규정을 제시하고 있다"며 "이는 핵심 의무 주체인 경영 책임자의 의무를 완전히 면제해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 취지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언론 호도 넘어 대기업 위한 시행령 개악"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성명에서 "현장에서 기초적인 법 위반을 밥 먹듯 하고, 위험의 외주화로 하청·특수고용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고 가던 경영계가 국민의 72% 찬성으로 제정된 법의 무력화를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후안무치한 행태에 경악을 금치 못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요구안에는 경영 책임자 규정 관련 시행령에 안전보건담당이사를 선임하면 대표이사는 책임에서 면제하게 해달라고 노골적으로 적시하고 있다"며 "이는 안전담당이사를 선임할 정도의 재벌 대기업을 위한 시행령 개악이란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정부의 최우선 가치라던 윤석열 정부는 대외적인 국정과제 발표에는 두루뭉술하게 집어넣고, 세부 이행 계획에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과 법 개정을 명시했다"며 "경영계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통령 취임식 이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첫 번째 경영계의 요구로 시행령 개악 요구를 제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적용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노동조합총연맹도 지난 16일 성명을 내고 "시행된 지 100일 갓 넘은 법에 대해 경영계는 지속해서 산재 감소 효과 없이 현장 혼란이 심화하고, 경영 활동이 위축되고 있다고 호도하고 있다"며 "특히 경총은 언론을 호도하는 것을 넘어 지속해서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건의서를 제출하고 있고, 이 건의서는 헌법상에 보장된 국민의 생명권을 전면으로 부정하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또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해야 할 일은 경영계의 입맛에 맞게 중대재해처벌법을 사문화시키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노·사·정이 합의한 산재 예방 예산을 과감하게 확대하고,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통해 실질적인 산재 예방과 감소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기업 71% "고의 없는 중대재해 면책 신설해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6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에 대한 경영계 건의서를 법무부, 고용노동부,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에 제출했다. 
 
해당 건의서에는 "중대재해처벌법 취지에 맞지 않은 경미한 질병도 중대산업재해로 간주할 수 있고, 중대시민재해 질병자 규정(3개월 이상 치료 필요)과의 정합성 고려 시 직업성 질병자 기준에 중증도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며 "인과관계 명확성, 사업주 예방 가능성, 피해의 심각성을 충족하지 못하는 뇌심혈관계질환 사망 등은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받지 않도록 시행령에 관련 조문을 신설하고, 사망자 범위를 시행령에 따른 급성중독 질병자로 한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경영 책임자 대상과 범위가 구체화할 수 있도록 시행령에 별도의 조문을 신설하고, '또는' 문구에 따라 경영 책임자에 적합한 자가 선임된 경우 사업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안전과 보건 확보 의무 이행의 책임이 면해지도록 관련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100일을 맞은 지난 6일 오전 서울 시내 한 건설 현장에서 건설 노동자가 작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한상공회의소는 15일 기업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을 제안하기도 했다. 대한상의가 5인 이상 기업 93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8.7%가 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중대재해처벌법에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해당 조사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중 보완이 시급한 규정으로 '고의·중과실 없는 중대재해에 대한 면책 규정 신설'(71.3%)을 가장 많이 꼽았고, △'근로자 법적 준수 의무 부과'(44.5%) △'안전보건 확보 의무 구체화'(37.1%) △'원청 책임 범위 등 규정 명확화'(34.9%)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27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 또는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과 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중대산업재해 또는 중대시민재해에 이르게 하면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 등을 처벌하고, 해당 사업주, 법인 또는 기관이 중대재해로 손해를 입은 사람에 대해 그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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