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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금융홀대론 '데자뷔'
2022-05-13 06:00:00 2022-05-13 07:17:21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금융당국 수장들도 교체 수순을 밟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에 이어 정은보 금융감독원장까지 사의를 표명했다. 전임 정부에서 선임된 당국 수장들은 임기가 남았어도 재신임 차원에서 사의를 밝히고 자리를 물러나곤 한다.
 
포스트 코로나19 국면에서 우리나라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가계부채 관리와 금융 안정, 기업 구조조정 등 복잡한 문제를 풀어야하는 문제가 산적한 만큼 차기 당국 수장들은 만만찮은 과제를 떠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새로 올 경제금융 수장들이 시급한 경제 현안 보다 KDB산업은행(산은)의 부산 이전을 속도전으로 처리할 수 있느냐가 업무 능력으로 평가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는 국정과제에 산은의 부산 이전을 포함시킨데 이어 대통령 임기 내인 2028년까지 이전을 못박았다. 마지막 방패 역할을 하던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마저 자리에서 물러난 상태다.
 
차기 금융위원장과 산업은행 회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사들 모두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라는 정책 과제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이들의 경력도 과거 정부에서 산은 구조개편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정책국장을 지내며 산은 민영화를 추진했던 실무자였다. 당시 글로벌 투자은행을 육성한다는 취지에서 산은 민영화를 주요 금융정책 과제 중 하나로 추진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산은 회장 후보로 부상한 황영기 전 회장 역시 지난 2008년 산은 당시 총재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인물이다. 그는 민유성 총재에 밀렸지만, KB금융지주 회장에 올랐고, 산은을 인수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산은 민영화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바는 없지만, 최근 산은 무용론과 맞물려 산은 민영화 논의에 군불이 지펴지는 모양새다. 대우조선해양, KDB생명의 매각이 잇따라 불발되며 산은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책임론을 앞세워서다. 산은 기능 재편과 맞물려 국정과제인 산은 부산 이전이 추진될 가능성이 농후한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집에 '금융선진화' 부문을 별도로 나눠져있지만, 정부 출범 전후 금융산업 발전에 대한 청사진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카드 수수료 산정체계 개편이나 빅테크 기업과의 공정한 플랫폼 구축, 보험사의 헬스케어 서비스와 금융권 데이터 공유범위 확대 등 시급한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인수위 국정과제에는 무엇 하나 반영되지않았다.
 
포퓰리즘적인 정책만 눈에 띈다. 은행권 예대금리차 공시가 대표적이다. 은행의 예대금리차를 비교공시 형태로 공개하고 공시 주기를 기존 3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은행이 이자장사로 돈을 많이 벌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것이다. 은행의 공적 기능을 감안하면 과도한 예대마진은 비난받을 수 있다. 그러나 공약집에 명시된 '금융선진화'라는 명분이 무색할 따름이다.
 
역대 정부에서 경험한 '금융 홀대론'이 데자뷔처럼 되풀이될까 우려스럽다. 박근혜·문재인 정부에서는 금융을 산업이 다른 산업보다 후순위로 밀려 있다는 비판이 따라다닌 바 있다. '포용금융'과 '기술금융', '혁신금융'으로 이름만 바꿔달면서, 금융이 경제민주화 정책의 수단으로 활용된 것을 말한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강하게 느껴지는 금융홀대론에 대한 기시감이 기우이기를 바란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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