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국민의힘과 정부는 11일 첫 당정협의를 열고 "코로나19 영업제한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 370만명을 대상으로 1인당 최소 6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는 새정부 출범 후 첫 편성되는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반영된다. 앞서 불거졌던 공약 후퇴 논란을 덮고 6월 지방선거 민심을 수습하겠다는 차원이다. 하지만 확장적 재정에 따른 재원마련 대책은 충분치 않다.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 따른 인플이레이션과 금리인상 역시 불가피할 전망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600만원을 추가 지원하고 1·2차 방역지원금을 포함해 최대 1000만원까지 실질적 보상을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며 이를 위해 "1회 추경에 기반영된 17조원를 뺀 33조원+α 규모로 2회 추경을 정부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손실보상 보정률을 현행 90%에서 100%로, 분기별 하한액도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올릴 것"을 정부와 합의했다.
추경안은 12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13일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정부는 16일 국회에서 추경 편성 관련한 시정연설도 예고했다. 사안의 중요성과 시급성에 따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대신 윤 대통령이 직접 연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11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첫 당정협의에서 권성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인수위는 지난달 28일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과 함께 소상공인 손실보상 대책을 내놨다. 2020년~2021년 코로나19로 소상공인이 입은 손실을 약 54조원으로 추산, 구체적 지원 대책은 정부 출범 이후로 미뤘다. 대신 차등지급 방침을 명확히 했다. 약속했던 소급적용도 법률적 한계를 들어 없던 일로 돌리면서 공약 후퇴 논란에 시달렸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즉각 논평을 내고 "윤 당선인은 대선 1호 공약으로 '50조원 이상 재정자금을 확보해 정당하고 온전한 손실보상'을 확약했으나 이번 발표에선 지원의 총규모도 나오지 않은 데다 소급적용 관련한 부분도 언급되지 않았다"며 "차등지급안은 문재인정부 방안보다 크게 퇴행된 것으로, 소상공인들을 더는 희망고문 하지 말라"고 비난했다.
당정이 새정부 출범 하루도 안 돼 부랴부랴 당정협의를 열고 인수위 발표까지 번복한 건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심이 이반될 조짐을 보인 데 따른 후속 조치 차원이다. 윤 대통령의 1호 공약이 파기 논란에 휩싸이는 것은 정부로서도 부담이었다. 이번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거듭 "공약을 이행하겠다"며 수습에 애썼다.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혼선에도 불구, 방역지원금 600만원 지급안은 반드시 추경안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급적용 대신 알파도 제시됐다. 권 원내대표는 당정협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최소 600만원이기 때문에 업종별로는 600만원+α(알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4월28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인수위 방침을 틀며 '약속 이행'으로 방향을 고쳐 잡았지만 재원 마련 대책은 마땅치 않다. 게다가 대규모 유동성이 시중에 공급될 경우 물가인상과 이에 따른 금리인상의 악순환이 거듭될 수도 있다. 윤 대통령조차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제일 문제가 물가"라며 물가안정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앞서 인수위의 고민 또한 여기에 있었다. 안철수 위원장은 당시 "지금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굉장히 심해지고 금리도 올라가는데, 이럴 때 갑자기 많은 돈이 풀리면 금리를 또 더 올릴 수밖에 없고 이건 가계부채가 많은 사람들에게 굉장히 큰 이자 부담이 된다"며 "그런 악순환을 어떻게 최소화하면서 손실보상을 해 드릴 수 있을지 방법을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당정협의에선 "추경 재원 마련을 위한 국채 발행은 없다"고 공언, 추가 세수와 지출 구조조정으로 재원 마련 방향을 잡았지만 이 또한 한계가 극명하다는 지적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53조원의 천문학적 세수는 국가 살림의 근간을 흔들 만큼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예산·세정 당국의 의도성을 철저히 따져보고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금권선거'라는 비판에도 직면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검토할 때마다 "돈으로 표를 사는 매표행위"라고 비판한 바 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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