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존버·트통령…존재 구원 모색한 고 이외수의 반세기(종합)
소외당한 약자들 서사…'들개'·'장외인간'·'괴물' 등 숱한 베스트셀러
"'끝까지 버텨내어' 아름다운 인생을 꽃을 피우십시오!"
2022-04-26 12:07:28 2022-04-26 12:07:28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25일 세상을 떠난 소설가 이외수는 '괴짜', '기인'으로 불리며 지난 반세기 동안 기발한 작품 세계를 선보여왔다.
 
작품들은 지독한 가난으로 절망의 시절을 보낸 삶의 투영이었다.
 
고인은 1946년 외가인 경남 함양에서 태어나 본가인 강원도 인제에서 자랐다. 모친은 초등학교 교사였으며 그가 3살 때 질병으로 타계했다. 직업군인이었던 부친은 6.25전쟁에 참전했고, 예편 후 교사가 됐다. 고인이 초등학교 6학년 땐 담임교사를 맡기도 했다.
 
고인은 춘천교육대학을 8년간 다니다가 1972년 중퇴했다. 같은 해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견습 어린이들'이 당선됐지만 주목을 받지 못했다. 지독한 가난으로 점철된 당시 크림빵 하나로 하루를 버티거나 라면 한 봉지로 며칠을 버틴 것으로 유명하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젊은 시절로 다시 돌아가면 무엇을 하고 싶으냐 질문에 "내가 미쳤나"라고 답했을 정도였다. 훗날 다큐에서도 당시 회상하며 '춘천 거지라 불렸다'는 일화를 털어놓기도 했다. 
 
고인은 1975년 '세대'지에서 중편소설 '훈장'이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정식으로 등단했다. 등단 후에는 첫 장편 소설 '꿈꾸는 식물'(1978)을 시작으로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들개'(1981), '칼'(1982), '벽오금학도'(1992), '황금비늘'(1997), '괴물'(2002), '장외인간'(2005) 등을 차례로 써내며 대중 작가가 됐다.
 
작품에선 주로 소외당한 약자들의 서사를 그려냈다. 출간 당시 70만 부가 판매된 '들개'는 두 남녀가 문명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기를 원하며 다 쓰러져 가는 교사(校舍)에서 1년간 살아가는 이야기다. '칼'에서는 부조리한 현실에서 처한 연약한 인간이 어떻게 정신을 무장해야 하는가를 속도감 있는 사건 전개로 그려냈다. '괴물'에서도 왼쪽 안구가 함몰된 장애인으로 태어난 주인공이 악마적 본능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벽오금학도'부터는 인간 존재의 진정한 구원에 대한 탐구도 병행했다. 출간 3개월 만에 120만부가 판매된 베스트셀러로 선도(仙道)와 예술의 세계를 다루며 인간 존재의 본질에 관해 파고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작품은 고인이 방문에 교도소 철창을 달고 아내가 사식처럼 갖다주는 것으로 식사를 하며 4년간 집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로 인해 '괴짜', '기인'이라는 별칭도 붙었다.
 
동명이라는 한 소년의 성장 소설이자 우화 형식을 빌린 '황금비늘'과 인간성을 잃어버린 삭막한 사회에서 '참다운 인간'에 천착한 '장외인간'도 구도 소설의 연장이었다.
 
지난 2013년 서울 종로구 종로1가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열린 신간 '마음에서 마음으로' 출판 사인회에서 고 이외수 모습. 사진=뉴시스
 
2000년대 중반 들어서는 방송활동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텔레비전 광고도 찍고 MBC 시트콤 '크크섬의 비밀'에서 고정 배역도 맡았다. 2008년 라디오 '이외수의 언중유쾌'를 진행하기도 했으며 같은 해 '존버 정신'에 관한 메시지로 유명한 에세이 '하악하악'도 펴냈다.
 
'존버'는 '존재하기에 버틴다' 등의 줄임말이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끝까지 버티자, 혼자서 버티지 말고 함께 버티자"는 메시지를 대국민 문화 캠페인 운동으로 확장시켰다.
 
'트위터 대통령(트통령)'이란 별칭으로도 불렸다. 177만여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트위터 계정으로 독자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며 세상만사 고민들을 나눴다. 2015년 출간된 책 '뚝' 역시 트위터 계정을 타고 이외수의 '존버 정신'을 세상에 알린 창구가 됐다. 해당 책에서 고인은 눈물, 슬픔, 고통의 진흙에서 힘차게 떨치고 일어나는 것을 울음을 멈추듯 '뚝' 하라고, 그리고 끝까지 '존버' 하라고, 얘기한다. 대표 문장은 "사랑하는 그대여, '끝까지 버텨내어' 아름다운 인생을 꽃을 피우십시오!"다. 그는 당시 위암 판정을 받은 상태였다.
 
2014년 위암 2기 판정을 받았으나, 수술 후 회복하면서 2017년에는 마지막 장편 소설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도 펴냈다. 당시 기자간담회에서는 "건강 관리를 위해 휴식도 많이 취하고 ‘포켓몬 고’도 열심히 하며 많이 걸었다"고 여유를 보였다. 2019년에는 '불현듯 살아가야겠다고 중얼거렸다'는 에세이를 출간하기도 했고, 2019년 부인 전영자씨와 결혼 44년 만에 졸혼을 선언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부인은 고인이 2020년 3월 뇌출혈로 쓰러진 뒤 제일 먼저 달려와 병간호를 하며 재활을 도왔다. 
 
올해 3월 초 고인은 코로나19 확진 후 후유증으로 폐렴을 앓아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유족은 부인 전영자씨와 아들 한얼, 진얼씨가 있다. 빈소는 강원도 춘천시 호반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트위터 대통령'으로 불리며 방송 출연이 활발하던 시기의 고 이외수.사진=아이엠지글로벌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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