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작년 한해 카드사 '휴면카드'가 140만장 가까이 급증했다. 휴면카드는 매분기 말일로부터 이전 1년 이상 기간 동안 이용실적이 없는 개인·법인 신용카드다. 카드사들이 가맹점 할인 혜택이 많은 '혜자 카드'를 줄이는 반면,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를 경쟁적으로 내놓으면서 휴면카드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여신금융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사들의 휴면카드 수는 총 1284만8000장으로 전년 동기 1146만장 대비 138만8000장(12.1%) 늘었다. 지난 2019년 1년 이상 미사용 휴면카드의 자동해지 규정이 폐지되면서 그해 해당 조건의 카드는 197만7000장 급증한 바 있다. 증가세는 2020년 97만3000장으로 둔화했는데, 지난해 들어 상승 반전했다.
NH농협카드가 1년 사이 18만7000장으로 휴면카드가 가장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카드의 휴면카드는 18만6000장 늘었으며 롯데카드가 18만5000장, 삼성카드 7만8000장, KB국민카드 5만9000장 불어났다. 같은 기간 신한카드만이 8만9000장 감소했다.
휴면카드 증가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는데,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혜택이 많은 카드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대신 카드사들은 특정 기업과 제휴를 맺고 특화된 혜택을 제공하는 PLCC로의 진출을 서두르고 있어 카드 발급량 자체가 늘었다. 여기다 휴면카드는 5년간 언제고 재사용이 가능하기에 미사용 카드가 쌓이는 양상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점유율 확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년간 시장 우위를 지켜온 현대카드의 PLCC 영역에도 카드사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수익 구조에 대한 확신과 경험이 현대카드 덜해도 일단 진출해보자는 주의가 강하다"고 귀띔했다.
고객 입장에서는 휴면카드를 유지해도 이 기간은 연회비가 청구되지 않아 구태여 해지에 나설 이유가 없다. 이 때문에 일부 카드사는 6개월 간 실적이 없는 휴면고객에게 10만원 이상 캐시백 혜택을 주면서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온라인 발급이 늘자 카드사들이 신규 가입자에게도 캐시백 이벤트를 적용하는 경우도 늘었다. 온라인 발급은 연회비도 면제해주는 이벤트를 겸하는 경우가 많아 처음부터 주기별 캐시백 이벤트만을 노리는 얌체 고객 발생을 유도하는 효과도 있다는 평가다.
마케팅 비용에도 불구하고 카드사들은 휴면카드를 부정적으로 볼 수 만은 없다는 반응이다. 이미 카드를 소유하고 있어 당장 새 고객을 유치하는 것보다 이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게 비용 측면에서 훨씬 낫다고 판단해서다.
또다른 관계자는 "이벤트, 혜택만을 노려 카드만 발급받는 고객도 존재하지만 카드를 제대로 사용하는 고객이 더 많다"며 "당장은 사용하지 않더라도 고객들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전략들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카드사들이 시장 점유율 확대 등을 이유로 카드 발급을 늘리고 있으나, 실제 고객으로 이끄는 데는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난해 휴면카드가 크게 늘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식당에서 카드 결제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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