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이제 ‘영화관’은 정말 포기하신 겁니까
2022-04-12 04:01:02 2022-04-12 04:01:02
‘영화관 무용론’ 대세. 시대 흐름에 따른 변화로 받아들여야 할까. 아니면 영화관을 살려 흥행 신드롬 중심에 버틴 K-콘텐츠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더욱 노려야 할까. 선택은 이제 정부의 손에 달렸다. 
 
영화관은 국내 콘텐츠 산업 독재자였다. 하지만 불과 2년 만에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영화관은 이제 시장 최약자다. “돈을 줄 테니 제발 영화를 개봉해 달라”며 쩔쩔매는 처지일 뿐이다. 이런 상황, 제작사 입장에선 나쁠 게 없다. 
 
우선 그 동안 개봉관 확보를 위해 애쓰고 관객수 여부에 따라 손익분기점이 정해졌던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제작비에 적절한 ‘플러스 알파’를 더해 판권을 OTT 플랫폼에 넘겨 버리니 큰 손해 보는 결과 없이 차기작 제작 여건을 갖추게 됐다. 
 
결국 영화는 갈수록 더 OTT로 몰릴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되고 있다. 처음에는 ‘코로나19’ 때문이었다면 지금은 계산기를 두드려본 뒤 내리는 경제적 선택이 앞선다. 대박이 나거나 쪽박을 찰 모험에 뛰어들기보단 적지만 안정적 수익 확보에 주력하게 되는 것이다. ‘스크린 개봉 화제작’은 이제 영화관에선 찾아보기 힘든 타이틀이 됐다. 
 
이렇게 적자 누적으로 사업 지속을 고민하던 영화관이 관람료 상승 카드를 꺼냈다. 성인 2인 기준 3만원. 주말 데이트에 밥 먹고 영화 한 편 보는데 최소 6만원까지 소비된다. 당연히 부담스럽다. 관객의 영화관 외면 동참 조건까지 갖춰지게 됐다. 
 
이런 분위기, 소비자인 관객 입장에서도 사실 나쁠 게 없다. 오히려 경제적이고 합리적 투자와 소비인 OTT로 눈을 돌릴 기회를 맞게 됐다. 그럼에도 “영화관을 살려야 한다”는 주장을 줄기차게 하는 이유는 영화와 음악 양대 산맥으로 구성된 K-콘텐츠의 지속 가능한 부흥 때문이다. 
 
넷플릭스 성장을 보면서 수많은 후발주자가 국내 OTT시장에 뛰어들었다. 토종 OTT출범 소식이 연이어 쏟아졌지만 투자 규모와 인지도 부족으로 콘텐츠 확보 및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거대 글로벌 OTT플랫폼의 발걸음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다. 
 
문제는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이란 가정이 현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너무 크다. 영화관이 망해 사라지고 국내 영화 배급 시장이 글로벌 OTT에 종속된다면. K-콘텐츠의 전 세계적 인기 이익은 오롯이 글로벌 기업에게 돌아간다. 국내 영화 배급 주도권을 글로벌 기업이 쥐게 되는 것이다. 국내 영화 시장의 사실상 붕괴를 뜻한다. 
 
현재 영화 산업 부흥은 상영관 개수로 갑질은 했을지언정 거미줄처럼 연결된 영화관이란 국내 유통망 구축이 동력이었다. 마블 영화 개봉 당시 주연배우가 제일 먼저 한국에 인사를 왔던 건 영화관이 만들어 놓은 거미줄 유통망에 대한 글로벌 시장 기준점으로서의 역할이 두드러졌기에 가능했다. 본전을 보장해주는 작은 이익에 만족하는 게 아닌 그 이상의 꿈과 열정이 있기에 가능했다. 이 모든 게 영화관이 일궈낸 성과며, 현재 K-콘텐츠로 불리며 세계 일류 수준이 된 한국 영화의 원동력이다. 
 
지금 영화관은 꺼지기 직전이다. 적자를 버티며 심폐소생 중이지만 언제까지 가능할지 모르겠다. 이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건 정부뿐이다. K-콘텐츠가 대한민국 위상을 높이고 온 국민의 자부심이라면 정부는 경각심을 갖고 영화관 살리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 이미 숨이 멎어버린 다음엔 아무리 비싼 치료를 해 봤자 소용없다. 단순히 영화관을 살리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의 한 축을 살리는 일이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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