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올들어 석달째 가계대출 잔액이 줄자 은행들이 결국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부의 총량규제에 지난해 10월부터 판매가 위축돼 고금리 정책으로 예대마진을 끌어올렸으나, 감소세가 심상치 않자 영업 방향을 고쳐 잡았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오는 5일부터 5월1일까지 한 달간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각각 최대 0.45%p, 0.55%p씩 인하한다. 앞서 지난달 7일부터 오는 6일까지 주담대 금리를 0.1~0.2%p 낮췄는데, 이를 복원하지 않고 추가 인하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고정금리(혼합형) 주담대 상품 금리는 0.45%p, 변동금리 상품 금리는 0.15%p 낮춘다. KB전세금안심대출 상품의 금리는 0.55%p, KB주택전세자금대출 금리는 0.25%p 하향 조정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주택과 전세 관련 자금 실수요자들에게 금융 부담을 덜어주고 은행 가계대출의 적정한 성장 관리를 위해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다른 은행들도 주담대 수요 확대를 위한 금리 인하를 잇고 있다. 농협은행은 올해 세 차례에 걸쳐 주담대와 전세대출 우대금리를 0.5%p까지 확대했다. 4월초 모든 대출 금리를 만기 종류별로 최대 0.12%p 인하한 신한은행은 전달 25일에는 전세대출 금리를 0.1%p 추가 인하했다. 우리은행은 5월 말까지 신규 주택·오피스텔 담보대출과 전세대출 금리를 0.2%p 낮추기로 했다.
은행들의 전략 변화는 줄어드는 가계대출이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올 1월부터 감소세다. 매월 감소폭도 커지지고 있어 월별 가계대출 감소액은 1월 1조3643억원, 2월 1조7522억원, 3월 2조734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이들 은행들은 전세대출 및 신용대출 한도폭을 확대했고, 일부 은행은 신용대출 우대금리를 올 초부터 점진적으로 확대했는데도 감소 폭은 되레 늘었다.
일단 은행들은 대출 감소에 대해 올해부터 확대 적용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지목한다. 소위 '영끌'현상을 크게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여기다 작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시장금리가 덩달아 올랐다는 설명이다. 은행들의 변동금리 주담대의 기준이 되는 신규코픽스(COFIX) 금리는 지난해 6월 0.82%에서 올 3월 1.70%로 두 배 이상 뛰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은행들이 정부 총량관리 규제에 맞춰 가산금리는 높이고 우대금리는 낮추거나 없애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끌어올린 점을 지적한다. 5대 은행이 이미 1월부터 대출감소에 대해 볼멘소리를 냈지만, 은행연합회 공시를 보면 작년 12~3월까지 취급한 신용대출 가산금리가 평균 2.7%대로 이자이익 확대에 집중했다. 은행의 연간 이자이익 증가를 위해선 상반기에 취급한는 대출이 많아야 한다. 결국 급격한 잔액 감소에 2분기 시작과 함께 수요 감소를 위해 진행했던 디마케팅 전략을 엎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1분기 은행 순이자마진(NIM)은 전분기 대비 0.02~0.03%p 개선될 전망으로, 자산 리프라이싱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전임에도 1분기 NIM은 상당히 선전했다"고 평가했다.
가계대출 잔액 감소세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주요 은행들이 그간 정부 규제를 이유로 올렸던 금리를 인하하면서 총량 확대에 나섰다. 서울의 한 국민은행 영업점에서 한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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