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뱅크 설립, 대출 상환 안하게 부추기는 꼴"
인수위, 세금+금융사 출자 '배드뱅크' 도덕적해이 비판 커져
정부가 키운 코로나 대출 부실, 결국 혈세로 막는 셈
2022-04-04 06:00:00 2022-04-04 06:00:00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검토 중인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 금융지원안인 '배드뱅크' 설립을 놓고 상환을 안하게 부추기는 꼴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계속된 만기연장을 통해 대출 부실을 키워놓고 결국 혈세로 틀어막는 셈이라는 의견도 있다. 
 
3일 인수위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인수위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외환위기 당시 긴급구제식 채무 재조정 추진' 공약의 실현 방안으로 배드뱅크 설립을 검토 중이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지난달 31일 경제분과 업무보고에서 "당선인의 공약으로 소상공인 부채 해결을 위한 특별기금을 만드는 안이 나왔다"며 "소상공인진흥공단, 정부, 은행이 공동 출자하는 일종의 '배드뱅크'를 만들어서 주택담보대출에 준하는 장기간 저리로 연체된 대출을 상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관련 분과에서 적극 검토해 달라"고 말했다.
 
배드뱅크는 부실자산 또는 채권을 매입해 별도로 관리하는 기구다. 은행이 소상공인 대출 등 부실채권을 배드뱅크에 양도(매각)하고, 배드뱅크는 채무자의 상황에 따라 채무를 재조정해 연착륙을 지원하는 구조다. 이 같은 배드뱅크는 경제위기 국면마다 도입된 바 있다. 외환위기 당시엔 부실채권정리기금, 신용카드 대란 때는 한마음금융,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엔 신용회복기금 등이 각각 설립됐다.
 
배드뱅크가 설립될 경우, 금융권 입장에서는 무작정 충당금만 쌓는 대신 매각대금을 받고 장부에서 부실채권을 떨쳐내면서 건전성을 강화할 수 있다. 이재학 신한은행 고문도 이 같은 이유로 지난달 30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배드뱅크 성격의 '소상공인 대출 관리기구(가칭)' 설립을 제안한 바 있다. 이 고문은 "소상공인 대출 관리기구는 소상공인, 정부, 은행 모두가 윈윈(Win-Win)하면서 코로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선순환 구조의 개념"이라며 "부실채권에 대한 신속한 매각을 토대로 은행의 건전성을 개선하고, 동시에 추가 금융지원을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은행 관계자는 "설립 구조에 따라 업권에서도 일부 환영할 만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구체적으론 신용대출은 상환이 어려울 경우 상각처리하는 게 많은데, 배드뱅크가 설립되면 이러한 부실 채권 회수는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정부가 키운 코로나 대출 부실을 결국엔 국민 혈세로 막고 금융권과 고통 분담을 나누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배드뱅크 설립 시 재원 마련도 숙제다. 금융권의 부실 채권을 사들일 배드뱅크의 자본금을 조성하는 데는 재정 지원이 필수다. 적지 않은 나랏돈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B은행 관계자는 "자영업자 부실을 막기 위한 조치인데, 코로나 대출의 경우 연착륙 프로그램 등 부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가 이미 내려진 상황"이라며 "충당금 전입 등 손실 버퍼를 최대한 키운 상황에서 은행 출연금까지 언급되는 배드뱅크 논의는 '옥상옥' 조치가 아닐까 싶다"고 꼬집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배드뱅크가 필요하긴 할 것"이라면서도 "금융사에 일부 부담이 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 교수는 "정부와 금융사가 서로 얼마를 부담할 지를 두고 옥신각신 할 것"이라며 "금융사들이 억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배드뱅크 얘기가 너무 나오면 소상공인들이 나중에 진행되는 상황을 보고 판단하려고 대출을 안 갚으려고 할 것"이라며 "오히려 상환을 안 하게끔 부추기는 꼴이다. 금융사들도 난감한 입장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금융당국은 배드뱅크 설립과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다. 인수위에서 검토되고 있는 내용으로, 현재까지 구체화된 내용이 없어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인수위에서 나온 얘기고, 인수위에서 논의될 사안"이라며 "구체화되서 어떻게 절차가 진행될 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열린 제6차 코로나비상대응특위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