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은행들이 가계대출 잔액 감소로 총량관리에 여유가 생기자 신용대출 한도를 잇따라 확대한다. 하지만 대출 억제를 빌미로 올린 가산금리는 여전히 2.7%대를 유지하면서 취급금리는 4%대 중반을 유지했다. 대출을 조일 때는 금리를 올려놓고 풀 때는 한도만 조정하는 얌체 영업으로 이자장사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오는 30일부터 마이너스통장(한도계좌) 한도를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확대한다. 엘리트론 등 직작인 대상 신용대출 한도도 현재 최고 1억5000만원에서 2억원까지 늘린다. 상품별 한도는 조금씩 다르다는 게 신한은행 측 설명이다.
다른 은행들도 신용대출 한도를 확대했거나 조만간 늘릴 방침이다. 국민·하나은행은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최대 1억5000만원까지 확대했다. 농협은행은 올 들어 신용대출 한도를 2억5000만원까지 높였고, 다음달 4일부터는 마이너스통장도 취급 한도가 같아진다. 우리은행 역시 내달 4일부터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상향할 예정이다.
은행들이 갑작스럽게 대출 빗장을 푸는 것은 가계대출 감소세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해서다.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5대 은행의 이달 24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05조2932억원 전달말 대비 6441억원 감소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올 1월과 2월에도 1조원이 넘게 줄었다.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효과가 겹치면서 감소세가 커졌다는 게 은행들의 판단이다. 최근에는 전세자금대출 한도를 늘리기도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확대에 부동산 관망세가 겹치면서 주택담보 대출이 크게 늘지 않고 있다"며 "신용대출은 기준금리 인상 영향이 즉각 반영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은행들은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고 있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5대 은행의 2월 기준 신용대출 단순평균취급 금리는 4.46%로 전달 4.41% 대비 0.05%p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은행들이 영업 마진 등의 이유로 덧붙인 가산금리(가감조정금리 포함)는 평균 2.71%다. 지난해 11월 3.07%까지 치솟았던 가산금리 평균은 12월 2.72%로 낮아졌지만 이후 3개월은 2.7%대를 유지했다. 1월부터 줄기 시작한 대출 잔액에 일부 은행들은 연초부터 신용대출 문턱을 낮춰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도만 늘렸을 뿐 실질적인 금리 인하는 사실상 단행하지 않은 셈이다.
은행들은 높은 시장금리 상승 탓이라고 해명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대출 지표금리인 금융채 AAA등급 1년물 금리(민평기준)는 지난해 11월29일 1.738%에서 올 2월28일 1.944%로 0.206%p 오르는데 그쳤다. 해당 채권 금리는 이날 기준 2.194%까지 급상승한 데다 내년까지 오를 것으로 관측되는데, 은행들은 이를 빌미로 계속해 고금리를 책정할 가능성이 크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대출 잔액이 줄긴 했지만, 은행 한곳으로 고객 쏠림 현상이 우려되는 것도 여전하다"며 "한도 확대에도 영업점 한도 조절을 하는 은행들은 여전히 자체 규제를 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은행들이 신용대출 등 대출 문턱을 낮추고 있지만, 가산금리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차주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사진은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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