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왼쪽)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3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비전코리아 제31차 국민보고대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합당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역시 새로운물결에 합당을 제안했다. 여야 거대 양당이 합당에 나서면서 양강 체제는 더욱 공고화되는 반면 3지대는 위기에 처했다.
28일 민주당에 따르면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에게 합당을 공식 제안했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상임고문과 김 대표는 국민을 위한 통합정치, 정치교체를 위한 공동선언을 했다”며 “양당의 통합 논의를 위한 정치개혁 추진기구를 먼저 공동으로 구성하자”고 했다. 김 대표가 서울시장과 경기지사를 놓고 출마 가능성을 저울질 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이 김 대표를 향해 교통정리를 위한 합당 손짓을 보인 것이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도 최근 실무협상단 구성을 완료하고 합당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 측 실무협상단은 홍철호 전략기획부총장, 김철근 당대표실 정무실장, 노용호 총무국장으로 구성됐다. 국민의당측은 유주상 사무부총장, 구혁모 최고위원, 노진웅 조직국장으로 꾸려졌다.
국민의힘은 내달 초 국민의당과 합당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국민의당측 공천 신청자들이 국민의힘 공직후보자 역량 강화 시험(PPAT)에 응시해야하는 만큼 시험 시행 날짜인 4월9일 이전에 합당이 완료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7일 MBN ‘시사스페셜’에 출연해 “(합당 과정에서) 큰 장애가 없다고 본다. 4월 초쯤에 무리 없이 합당 과정이 완료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3지대 바람을 일으켰던 국민의당이 국민의힘과 합당을 추진하면서 한국정치 지형에서 3지대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중이다. 지난 20대 대통령선거에서 득표율 2%에 그쳤던 정의당은 존재감을 상실했다. 정의당 역시 ‘거대한 소수’를 표방하며 진보적 의제를 제도권에 던졌던 민주노동당의 영광을 재연하기에는 현재 불가능하다. 3지대 지형에서 앞장섰던 국민의당과 정의당이 흔들리면서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등 군소 원내정당에서는 우려와 반성, 성찰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안철수 (바람) 이후에 제3지대가 가장 위축된 상황이다. 국민의당 합당, 새로운물결 합당 이런 일들이 제3지대 정치를 희화화시키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3지대 또는 중도 진영의 정치인으로서 굉장히 깊은 고민과 반성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중도 (진영)에서 많이 던지는 의제와 이슈가 없었다. 양당 기득권들이 건들지 못하는 문제들을 중도 정치가 투쟁하는 정치로서 나가보자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정의당 여영국 대표와 의원들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공직선거법 및 지방선거구제개편 심사 소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기초의회 중대선거구 확대’를 촉구하는 가운데,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회의장에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히 다당제를 현실화하기 위한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개편 등 정치개혁안 논의가 국회에서 공전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현재 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등 원내 정당들은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개편에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국민의힘은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민주당은 현행 ‘2명 이상 4명 이하’인 기초의원 정수를 최소 3인으로 하고, 4인 이상 선거구 쪼개기 규정을 삭제하자는 안을 국민의힘에 제안했다. 대선 당시 국민들에게 약속한 기득권 양당의 독점 체제를 깨고 다당제 실현의 의지를 취지를 담은 것이다. 현재 4인 이상 선거구의 경우 2인 선거구로 쪼개기가 가능하다는 규정 때문에 사실상 2인 선거구로 운영되면서 다당제를 가로막는 병폐로 지적돼 왔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개편 대신 광역의원 정수 조정, 격리자 투표 문제, 지방선거 선거구 획정 등을 우선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게 국민의힘의 입장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3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5인 선거구가 되면 지역에 따라 기초의원 선거구가 너무 넓어서 사실상 정치신인이 도전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든지, 관리에 큰 시간과 금전적 비용이 들어서 기초의원이 활동할 수 없는 폐해가 있다”고 부정적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한 명을 뽑는 선거에서는 제3의 후보들이 존재감이 없다. 제도적으로 준비가 안 돼 있으면 개인이 돌파하는 건 굉장히 어렵다”면서 “다당제는 제도가 보장해 줘야 된다”며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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