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윤석열정부가 시중은행의 과도한 예대금리차 손질을 예고하면서 업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실효성이 크지 않은데다 강제 조정은 시장 원리를 거스르는 행위란 지적도 나온다.
27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및 금융권 등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공약집에서 "예대금리차 확대로 인해 소비자 금융 부담과 금융회사의 과도한 이익이 발생하고 있다"며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과도한 격차를 해소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예대금리차 공시제도를 도입하고, 필요할 경우 시중은행 가산금리의 적절성을 검토하는 것과 함께 은행 간 담합 여부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인수위에서는 예대금리차 공시제도 공약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 현재 유력하게 검토 중인 방안은 은행들의 예대금리차 월별 공시 방안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도 각 은행의 예대금리차를 매달 은행연합회 홈페이지 등에 일괄 공시하는 방안을 가장 많이 거론하고 있다.
현재 은행들은 사업보고서나 IR자료 등을 통해 예대금리차를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자료가 매 분기 공시되는 탓에 최신 자료를 확인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을 뿐만 아니라, 예대금리차는 공시 의무 대상이 아니어서 은행별 공시 방법도 제각각이다. 때문에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불편함과 번거로움이 있었다.
이 같은 공약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시중은행들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계대출이 폭증한 틈을 타 예대마진 수익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는 비판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지주사별로 7조~11조원의 이자 이익을 각각 거두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예대마진은 2018년 6월 말 2.35%를 정점으로 하락해오다 2020년 10월 말 2.01%를 저점으로 지속적인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예대마진은 2.21%까지 올라온 상태다.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금융당국은 뒤늦게 은행들의 예대마진을 들여다보겠다고 여러번 입장을 밝혔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최근 은행별 예대금리차 실태 조사를 마치고, 이를 토대로 한 제도 개선안을 인수위에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역시 시중은행의 예대마진 폭리를 지적하며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들은 원리금 상환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은행들은 예대금리차로 지난 4년간 168조원 이상의 천문학적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예대금리는 은행의 자율 권한이지만, 길어지는 코로나로 인해 국가와 국민 모두가 고통을 분담하고 있는 현실에서 금융당국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당선인의 공약처럼 은행들의 예대금리차 공시와 금융당국이 정기적으로 가산금리 적절성 검토 및 담합요소를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장에서는 이에 대해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고 불만을 쏟아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예대금리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는 것인데, 이같은 정부 개입은 시장 원리 자체를 거스르는 것"이라며 "이는 자율성 침해"라고 비판했다.
또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수준은 대출 수요와 유동성 등 여러 시장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개입해 인위적으로 금리를 조절하는 것은 시장 논리에 맞지 않다. 시장의 원칙은 존중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은행연합회를 통해 가산금리, 우대금리 등 제한적 공시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예대금리차를 공시하는 것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시각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차주마다 금리차 등이 다른데, 이를 일괄적으로 공시하는 것이 실효성이 있을까 싶다"며 "시장의 자율적 판단을 존중하지 않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가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 손질을 예고하면서 금융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에 은행 ATM 기계가 나란히 설치된 모습.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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