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윤석열 당선인(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 간 대립이 예사롭지 않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놓고 신구 권력이 한 차례 충돌하더니 이번에는 진실 공방까지 벌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과 차기 한국은행 총재 지명에 대해 서로 엇갈린 주장을 펼치며 각을 세웠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회동도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됐다.
이 전 대통령 사면은 윤 당선인 측에서 군불을 뗐다. 윤 당선인의 최측근인 권성동 의원은 23일 한 라디오에서 "청와대도 MB 사면 요청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면 문제에 있어서는 서로 간의 이견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장제원·윤한홍 의원과 함께 일명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으로 불렸다. 장 의원은 당선인 비서실장, 윤 의원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을 주도하며 윤 당선인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다. 사실일 경우 파장이 큰 사안이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도 "사면 입장은 당선인은 일관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윤 당선인 측은 그간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을 요청하겠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견지해왔다"고 언급, 이를 문 대통령과의 회동 의제로 상정했다. 명분은 '국민통합'이었으며, 결자해지 차원에서 문 대통령이 이 문제를 풀 것을 요청했다. 정치권에서는 권 의원을 비롯해 장제원, 윤한홍, 원희룡, 김은혜 등 윤 당선인 핵심 참모진이 과거 모두 친이계였다는 점에서 이를 친이계의 '작업'으로 바라봤다.
그러자 청와대가 반박하고 나섰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사면 협의를 해본 적 없다. 왜 그런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당선인과 대통령이 만나서 검토돼야 하는데, 현재 진행되는 바 없다"고 했다. 그간 청와대는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신년 특별사면도 수석들이 모를 정도로 문 대통령이 독자적으로 결정했다.
건강 상태를 고려한 박 전 대통령과 달리 이 전 대통령 사면의 경우 문 대통령으로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지층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6월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동력이 되어야 할 국민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다. 앞서 22일 발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정기 여론조사 결과, MB 사면에 대해 국민 절반이 넘는 53.2%가 반대했다. 찬성은 38.2%에 그쳤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차기 한국은행 총재 지명을 놓고도 양측의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한국은행 총재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현 이주열 총재는 오는 31일 임기가 종료된다. 청와대는 이 후보자 지명 과정에서 윤 당선인 측과의 사전 협의가 있었다고 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인사에 관한 사항이라 자세한 사항은 답변드리기 곤란하지만 한은 총재 직위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당선인 측의 의견을 들어 내정자를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윤 당선인 측의 입장은 달랐다. 윤 당선인 측은 청와대의 이 후보자 지명 소식이 전해진 직후 기자들에게 "한국은행 총재 인사 관련, 청와대와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공지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도 나섰다. 그는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이창용씨 어떠냐고 해서 '좋은 사람 같다'고 그랬다. 그게 끝이다. 그걸 가지고 당선인 측 얘길 들었다는 게 납득이 가냐"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추천하는 상호 간 협의나 절차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은행 총재 지명)발표 10분 전에 (청와대에서)전화 와서 발표하겠다고 하길래 웃었다"며 "무슨 소리냐. 일방적으로 발표하시려면 그건 마음이니까 마음대로 하시라. 저희는 그런 분 추천하고 동의한 적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다시 "그쪽(윤 당선인 측) 인사를 원하는 대로 해주면 선물이 될 것 같기도 하고 계기가 되어 잘 풀릴 수 있겠다 싶었는데 당황스럽다"며 "진실공방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누구 말이 맞는지 다 아실텐데 이창용도 그쪽에서 흘러나온 것 아니냐"며 "자꾸 그렇게 거짓말 하면 저도 다 공개한다"고 불쾌감마저 드러냈다.
양측 주장이 계속해서 엇갈리면서 신구 권력 충돌도 이어지는 모양새다. 앞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지난 16일 단독 오찬 회동을 예정했지만 이 전 대통령 사면 여부와 한국은행 총재와 감사위원 등 인사권을 놓고 이견을 보인 끝에 만남이 결렬됐다. 여기에다 최근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대해 청와대가 안보 공백을 이유로 제동을 거는 등 정권 교체기에 신구 권력이 정면 충돌하는 양상으로 비화됐다. 현재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두 사람의 회동 재개를 위한 의제 조율 중이지만 합의점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진실공방과 감정적 충돌로 해석되는 발언까지 쏟아내는 등 양측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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