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여부를 놓고 민주당 내에서도 미묘하게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김두관·박주민 의원은 16일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취임 후 사면을 결단하면 되고, 지금 건의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다. 김영배 의원은 "국민을 설득할 명분이 중요하다"라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박 의원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비록 당선인의 요청이 있다고 해서 현 정부에서 판단을 바꾸는 게 과연 바람직하겠는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정말 이게(사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당선인이 취임한 후에 결단 및 판단하면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7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 의원은 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이 전 대통령 사면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사면을 같이 언급한 것에 대해 "그 부분은 완전히 권 의원의 가정, 개인적 견해에 불과하다"며 "저는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기 때문에 그것을 넘어서서 김 전 지사와 같이 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이날 청와대에서 배석자 없이 단독 오찬 회동을 갖기로 했다. 윤 당선인이 대선에서 승리한 후 처음으로 문 대통령을 만나는 일정이었다. 윤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이 전 대통령 사면을 건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오전 8시쯤 청와대와 윤 당선인 측은 두 사람의 회동 무산 소식을 알렸다. 실무적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두관 의원도 이날 오전에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이런 부분을 현직 대통령에 건의하는 것 자체가 매우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1월7일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본부장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는 "개인적으로 중대한 범죄자가 정치적 이유로 사면되는 것에 대해 원칙적으로 반대지만, (사면은)대통령 고유 권한이고 대통령께서 합리적으로 판단하실 걸로 본다"며 "정말 사면하고 싶으면 (윤 당선인)본인이 취임한 후 하면 되는데, 물러나는 대통령에 대한 짐을 지우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들 입장에서도 재벌 사면이나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허탈해하신다"고 국민 정서에 맞지 않음을 사면 반대의 이유로 들었다.
김 의원은 또 이 전 대통령과 김 전 지사의 동시 사면에 대해 "정치적 타협 형태로 김 전 지사를 묶어서 사면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정략적으로 사면권을 행사했을 때 오는 여러 비판과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아울러 윤호중 비대위원장 체제 비판에 앞장선 것과 관련해 "이재명 상임고문이 비대위원장을 맡아서 이번 지방선거를 돌파해야만 수도권에서 선방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면서도 "(이 상임고문과)두 번 정도 전화를 해서 상황이 엄중하니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을 드렸지만, 패장이라고 생각하고 많이 힘들기 때문에 답은 못하고 계시다"고 전했다.
7일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민·김두관 의원이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부정적인 데 반해 김영배 의원은 다소 결이 달랐다.
그는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아무래도 사면 문제는 민감한 문제로 또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면서도 "그런데 대통령 당선인이 공식적으로 건의를 할 경우에는 그만큼의 무게가 있는 것이고, 한명숙 총리라든지 김경수 전 지사라든지 이런 분들의 문제까지도 조금 연관될 수 있는 것이어서 간단하게 'Yes, or No'로 답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결국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이 중요할 것"이라며 "만약에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실시가 된다면 아무래도 다른 여러 정치인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경제인들에 대한 문제도 포함해서 진행이 돼야 되지 않을까 싶다. 아무래도 국민통합이라고 하는 그런 가치를 함께 공유할 수 있을 때 이게 의미가 있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과연 취임하는 대통령이 그 짐을 져야 하느냐, 아니면 새로 당선된 사람이 그 짐을 지는 게 옳은가 이런 고민이 남아 있다"고도 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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