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할리우드 파괴지왕이 드디어 돌아왔다. ‘블록버스터는 때려 부수는 맛’을 원한다면 이 보다 더 좋은 선택은 있을 수 없다. 반면 정교하고 촘촘한 서사의 연결고리와 개연성을 추구하는 관객이라면 이 감독의 영화는 사상 최악의 선택적 극장 재난이 될 수도 있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영화는 언제나 이런 극단적 평가를 받아왔다. 재미란 측면에서만 접근하자면 그의 영화는 최고의 엔터테인먼트이자 최고의 킬링 타임용으로 각광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런저런 과학적 근거와 스토리와 설정의 개연성 및 인과관계의 빈틈을 논하고 들자면 사실 롤랜드 에머리히의 영화는 영화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문자 그대로 ‘파괴의 광기’ 그 이상 그 이하로 아니게 된다. 결과적으로 상업 영화의 여러 미덕 가운데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재미란 측면에서 가장 극단적 상황을 끌어 오는 것으로 자신의 영화적 상상력을 언제나 출발시킨다. ‘파괴지왕’이란 별명에서 기대할 수 있듯이 그의 장기는 단연코 재난 영화다. 재난 상황도 상상 이상이다. 언제나 그랬다. 지구 전체를 위험에 빠트리기도 했었다. 이번엔 그 재난의 시선을 우주로 돌려봤다. 하늘에 떠 있는 ‘달’. 그 달을 추락 시킨다. 바로 ‘문 폴’(Moon Fall)이다.
‘문 폴’은 아주 간단한 설정에서 출발한다. 누구나 익히 들어봤음 직한 음모론. ‘달이 인공 구조물이다’란 의심에서 출발한다. 이 음모론을 영화적 현실로 가정하고 출발한다. 달이 서서히 추락하면서 일어나는 전 지구적 재난은 끔찍한 수준을 넘어선다. 지구의 중력과 달의 인력 그리고 이에 따른 각종 지구의 자연석 현상이 상상을 초월한 재난을 일으킨다. 인간의 힘으론 도저히 감당키 어려운 재난 상황 속에서 인간들은 도대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방법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까.
영화 '문폴' 스틸. 사진=누리픽쳐스
영화의 출발은 우주 공간에서 시작한다. 달 착륙에 성공한 인간의 여정은 위대한 발자취다. 하지만 그 발자취는 많은 의문은 남겨왔다. 앞서 언급한 ‘음모론’의 출발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소속 우주비행사 브라이언(패트릭 윌슨)과 나사 연구원 파울러(할 베리)는 우주에서 위성 수리 임무를 맡던 중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에 공격을 당한다. 당시 그 공격으로 동료 한 명을 잃었다. 나사는 이들의 증언을 조직적으로 은폐시킨다. 브라이언은 동료 죽음의 책임을 떠 안고 불명예스럽게 나사를 떠난다.
영화 '문폴' 스틸. 사진=누리픽쳐스
이로부터 10년 뒤다. 자칭 거대구조물 전문가 박사인 KC(존 브래들리)가 달의 궤도가 달라졌단 걸 감지하게 된다. 이와 동시에 나사 역시 달 궤도 변화를 탐지한다. 계산대로라면 3주 안에 달이 지구에 충돌한다. 나사는 원인 조사를 위해 유인 탐사선을 달로 보낸다. 그리고 10년 전 브라이언을 덮친 의문의 ‘그것’이 다시 한 번 탐사선을 공격한다. 달에 무언가 있단 걸 확신하게 된 나사다. 파울러는 브라이언을 찾는다. 그리고 브라이언은 우연한 기회에 KC를 만나 달 궤도 변화를 전해 듣는다. 하늘에 떠 있는 달이 궤도를 이탈하면서 지구는 엄청난 대 변화를 겪고 있었다. TV를 통해 지구 종말에 대한 소식이 보도되면서 세상은 무법천지가 된다. 브라이언과 파울러 그리고 KC는 이 모든 것을 해결하기 위해 다시 한 번 달로 향한다.
영화 '문폴' 스틸. 사진=누리픽쳐스
이 얘기는 앞서 언급한 ‘달 음모론’에서 출발한다. 영화에서도 언급된다. 달에 인류 최초로 착륙한 아폴로 11호 때부터 나사가 조직적으로 은폐한 어떤 사실이 있단 것에 설정은 시작한다. 달이 자연적으로 생긴 구조물이 아니다. 그럼 도대체 달은 왜 누가 무엇 때문에 만들어 진 것일까. 그리고 달이 왜 갑작스럽게 궤도를 이탈해 지구로 떨어지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문 폴’을 이끌어 가는 동력이다. 꽤 흥미진진하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영화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두 가지다. 설정 자체가 워낙 터무니없는 상황이지만 그에 따른 대규모 물량 공세로 만들어진 비주얼 언어가 모든 것을 설득하게 된다. 아이맥스 스크린을 통해 구현되는 달 추락에 따른 여러 자연 재해 현상은 끔찍하다 못해 온 몸을 얼어 붙게 만든다. 날씨 변화, 지진, 화산 폭발, 쓰나미 등이 연이어 발생한다. 지구 중력과 달의 인력이 유지시켜온 자연 법칙의 위대함이 이 정도였을까 싶다.
영화 '문폴' 스틸. 사진=누리픽쳐스
영화 중반부 이후 등장하는 달의 실체에 대한 비주얼 또한 꽤 흥미롭다. 지금도 종종 허블천체망원경을 통해 인터넷에 공개되고 떠도는 달의 괴이한 현상과 확인되지 않은 실체를 담은 사진이 떠돌고 있다. ‘만약 그 사진이 실제라면’이란 가정으로 ‘문 폴’ 속 달의 실체를 마주하는 기분은 소름을 돋게 하기에 충분하다. 달 속에 담겨진 실체가 이 정도라면 수 십 억년 동안 진화를 거듭해 온 인류의 비밀은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일까라는 또 다른 의문까지 이어진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큰 그림이라면 영화적 상상력으로서 충분히 합격점이다. 이에 대한 힌트는 영화 속 달의 실체와 그 실체를 만든 주체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진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 담긴 속편을 암시하는 듯한 대사도 이런 상상력과 추리에 부합된다. 달의 실체를 구현한 장면은 ‘음모론자’들에겐 축복과도 같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영화 '문폴' 스틸. 사진=누리픽쳐스
물론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특유의 자기 복제 시스템은 여전해 보인다. 그의 재난 영화 전작 ‘투모로우’ 그리고 ‘2012’와 비교해 기본 설정이 거의 유사하다. 브라이언과 파울러 KC 3인의 쓰임새가 너무도 전형적이다. 지구에 남은 미국 정부 측 고위 관료들의 평면적 상황 해결 능력도 마찬가지다.
영화 '문폴' 스틸. 사진=누리픽쳐스
기대를 갖고 접한다고 실패할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영화가 아니다. 어차피 그의 영화는 공식대로 움직인다. 그 공식 안에서 관객은 재미만 건져 올리면 된다. 이번에도 그는 여전히 ‘파괴지왕’이다. 시원스럽게 부셔 버리고 또 부셔 버린다. 그 안에서 재미는 온전히 완벽하게 살린다. 달은 떨어졌지만 재미는 완벽하게 끌어올린다. 개봉은 오는 16일.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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