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사진=국민의힘 제공)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김부겸 현 국무총리의 유임 카드를 만지작거린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그 배경을 놓고 여러 해석들이 제기됐다. 일단 다목적 카드라는 데 이견이 없다. 우선 김부겸 유임 카드로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동시에 172석의 제1당인 민주당과 협치하는 통합의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 김 총리나 민주당이 거절하더라도 부담은 없다. 오히려 새정부 출범에 대한 야당의 발목잡기로 인식될 경우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의 승리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에 대한 견제 카드로도 적절하다는 분석이 따른다.
윤 당선인 측은 일단 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는 'NCND' 반응을 내놨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14일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김 총리는 덕망 있고 존경하는 분"이라면서도 "총리 유임과 관련해서는 검토된 바가 없다"고 했다. 다만 '아니다'는 부인이 아니어서 가능성은 열어뒀다. 앞서 원희룡 인수위 기획위원장은 이날 오전 한 라디오에 출연해 김 총리 유임 검토에 대해 "너무 좋은 방안"이라고 환영했다. 원 위원장은 "저도 어제 들었다. 이미 회자가 되고 있더라"고 했다. 그는 김 총리의 유임을 제1당인 민주당과 협치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했다.
김부겸 유임 카드가 현실화될 경우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총리설이 아직 유력하지만 민주당 내 비토론이 강해 인사청문회 통과는 불확실하다. 원 위원장 역시 이 점을 짚었다. 그는 "다들 걱정하는 게 민주당이 국회에서 총리 인준을 안해 줄 것이란 것"이라며 "그래서 김부겸 총리가, 저를 한나라당으로 끌어들인 사람이라는 개인적 인연을 떠나 아주 허를 찌르는(방안)"이라고 김 총리 유임설을 반겼다.
문제는 김 총리나 민주당이 유임 카드를 받을 지 여부다. 당내에서는 "말도 안 된다"는 반대가 지배적인 가운데 채이배 비대위원은 "새정부가 연합하는 정치를 보이려는 노력을 존중할 필요가 있고, 그런 측면에서 김 총리를 유임시킨다면 그건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이변이 있을 수 있음을 보였다. 다만 채 비대위원은 "총리는 내각을 구성할 때 '제청권'을 갖기 때문에 여기에 어느 정도 권한을 주느냐에 따라 완전히 실질적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이 부분은 지켜봐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진짜 국민의힘이 대연정을 하겠다면서 민주당에 손을 내민다면 단순히 한두 사람을 쓰는 게 아니라 민주당의 정책과 국민의힘 정책에서 같이 할 수 있는 부분 중 정책협약을 통해 (이를)실현하기 위해 사람을 쓴다고 가야 한다. 이게 진정한 연정"이라고 했다.
민주당이나 김 총리가 거절한다 해도 부담은 적다는 게 중론이다. 윤 당선인이 야당을 존중하고 협치하려는 모습을 보였음에도 이를 민주당이 거절할 경우 후폭풍은 민주당이 떠안을 수 있다. 특히 새정부 출범부터 총리 인선을 둘러싼 정쟁으로 비칠 경우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이는 곧 정권심판론이 지방선거로까지 이어짐을 의미한다. 역대 대선 직후 열린 선거 대부분에서 국민들은 새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줬다. 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대선에서 이긴 정당이 직후 선거에서 승리한 건 7번 중 5번이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는 20대 대통령 취임식 후 한 달도 안 돼서 치러진다. 20대 대통령 취임식은 5월10일, 지방선거는 6월1일이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사진=연합뉴스)
김 총리 유임 카드는 안철수 인수위원장 견제라는 의미도 내포한 것으로 해석된다. 안 위원장은 계속해서 '단일화 덕에 대선에서 이겼다'며 자신의 기여를 강조하고 있다. 공동정부 합의를 반복하며 권력분점까지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 권력집중제에서 공동정부에 기댔던 권력분점은 결국 파국 수순을 밟았다. DJP 연합이 대표적이다. 안 위원장이 권력분점을 주장하는 데 대한 반대 카드로 김 총리 유임이 적절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를 노리는 안 위원장으로서는 '철수' 부정론을 극복하고 무게감 있는 정치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새로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 스스로도 행정경험을 언급하며 차기 내각에 대한 참여 의지를 피력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총리 경험을 바탕으로 대선주자로 발돋움했고, 의회 경험이 전무한 이재명 상임고문도 성남시장과 경기지사의 행정경험을 앞세워 대권에 도전했다. 이를 눈으로 확인한 안 위원장은 자신이 부족한 행정경험을 갖춰 집권여당의 후보로 다시 대선에 도전하겠다는 계산을 할 수밖에 없다.
다만 자칫 자리를 두고 욕심을 내는 모습을 보일 경우 정치적 행보에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안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를 의식한 듯 "총리를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지금 현재 제가 맡은 일에 집중하자는 생각 밖에 머릿속에 들어있지 않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이게(인수위원장이) 얼마나 중요한 일이냐"며 "국정과제 전반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중요한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이기 때문에 제가 어디 한 눈 팔고 다른 생각할 여유가 전혀 없다"고 했다.
한편 김 총리 측은 유임 보도에 대해 "매우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차기 정부에서 유임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 인수인계까지를 자신의 역할로 생각하고 있다는 게 김 총리의 의중이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김 총리 유임설은 정치공학적 요소가 담긴 언론 플레이"라며 "윤 당선인 측이 국민통합의 과제를 강조하면서 정파에 휘둘리지 않고 두루 사람을 중용한다는 이미지를 부각하는 동시에, 당사자에게는 물어보지도 않고 언론에 총리 유임이라는 소재를 던져 민주당을 흔들겠다는 속내가 담긴 것"이라고 풀이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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