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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티세미콘에 2100억 투입하는 '인플루언서랩'…자금 조달능력 있나?
인플루언서랩, 국세청 사업자번호 등록도 안된 페이퍼 컴퍼니
거래소 "한계기업, 자금조달 여력 부족에 정정공시 빈번"
3월 공시한 2000억 CB·BW 발행…납입일은 10월
2022-03-15 06:00:00 2022-03-15 0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에이티세미콘(089530)이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통해 2100억원 규모의 자금조달 계획을 밝히면서 사흘 연속 상한가 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자금을 투입하는 주체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한 데다, 공시 이후 실제 자금 납입까지의 기간이 길어 향후 공시를 취소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최근 한국거래소가 3월 감사시즌을 앞두고 한계기업 주의보를 발령한 사례와 맞아 떨어지는 점에서 투자자 주의가 요구된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에이티세미콘은 자본시장을 통해 2101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한다. 250억원 규모의 CB와 BW를 각각 4차례씩 발행해 2000억원의 메자닌을 발행할 예정이며, 101억원의 3자배정 유상증자에도 나선다. 이는 에이티세미콘의 시가총액(약 800억원)의 3배에 가까운 금액이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에이티세미콘은 대규모 자금조달 소식 전부터 주가가 급등세를 보였다. 자금조달 공시 전날인 지난 10일 상한가를 기록한 데 이어 11일 장전에 자금조달을 공시하면서 장 시작과 함께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날까지 사흘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에이티세미콘의 주가는 3거래일 동안 118.67%나 급등했다.
 
대규모 자금조달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지만, 일각에선 자금 납입이 제대로 완료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다. 자금조달은 10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시작으로, 2000억원의 CB와 BW 납입 순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CB와 BW의 납입 기간이 최대 7개월에 달하는 만큼 자금조달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미 CB인수 대상자가 정해진 상황에서 인수자의 납입 기간이 길다는 것은 그만큼 인수자의 자금여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메자닌과 유증 발행 대상자는 모두 인플루언서랩이라는 법인이다. 이번 자금조달을 통해 에이티세미콘의 최대주주도 김형준 대표에서 인플루언서랩으로 변경된다. 유상증자 납입일은 4월28일이다. 신주 발행가액은 1089원으로 에이티세미콘은 총 928만8852주를 발행해 101억원을 조달한다. 신주를 발행이 완료되면 인플루언서랩의 지분은 20.07%로 김 대표의 지분율(15.83%)을 넘어서게 된다.
 
다만 2000억원 규모의 CB와 BW 발행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에이티세미콘은 5월26일과 6월16일, 7월7일, 7월28일 4차례에 걸쳐 각각 25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할 예정이며, 8월18일, 9월8일, 9월29일, 10월20일에 각각 250억원 규모의 BW를 발행한다. 가장 마지막에 발행되는 BW의 경우 납입일까지의 기간이 공시 이후 7개월을 넘어선다.
 
메자닌을 인수하는 인플루언서랩이 실제 자금납입 여력이 있는지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인플루언서랩은 2017년 자본금 3000만원에 설립됐지만, 실제 사업활동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세청에 사업자번호가 등록되지 않은 페이퍼 컴퍼니로 논현동에 위치한 15평형 주택에 사업지를 두고 있다. 주 사업목적은 교육 및 컨설팅, 교육콘텐츠 제공 등이다.
 
특히 최근 한국거래소가 3월 감사보고서 제출 시즌을 앞두고 한계 기업들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만큼 에이티세미콘이 실제 자금 납입이 이뤄지는지 여부에 대해 꼼꼼한 확인이 필요하다. 감사보고서 시즌을 앞두고 자금조달 공시 이후 실제 자금납입 여력이 없어 납입지연 등 정정공시가 빈번하게 이뤄지는 만큼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변경된 최대주주가 실체 확인이 어려운 투자조합, 비외감법인 등인 경우 부실한 내부통제로 인해 횡령·배임 혐의발생 가능성이 높다”며 “영업활동에 따른 직접 자금조달이 미미하고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및 CB·BW 발행 등 외부 자금조달이 증가할 경우 공시 이후 실제 자금납입 여력이 없는 기업들의 정정공시가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어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에이티세미콘은 반도체 제조 관련 테스트 기업으로 지난 2020년부터 영업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195억원으로 전년(94억원) 대비 107% 증가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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