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대선 승리에도 이준석 책임론…"이대녀 잃었다"
"분열 반사이익만으론 못 이겨…정치는 전략이 아니다"…합당과정도 과제
2022-03-13 15:26:30 2022-03-13 21:39:06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대선은 이겼지만 전략은 실패했다."
 
대선에서 신승한 국민의힘에서 흘러나오는 '이준석 책임론'이다. 20대 대선 승패를 결정한 격차는 불과 0.73%포인트(24만7077표)였다. 정권교체 여론이 큰 상황에서 넉넉하게 이길 것이란 당초 예상과는 정반대의 결과였다. 당장 이준석 대표 책임론이 불거졌다. 꾀돌이로 불렸지만, 고집으로 관철시켰던 세대포위론은 2030 여성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고 자신했던 호남 득표도 이전과 다를 바 없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한 거듭된 조롱으로 단일화에서도 걸림돌이 됐다는 평가다. 자칫 대선에서 졌다면 역적이 될 수도 있었다. 
 
이 대표는 대선 대전략으로 세대포위론을 제시했다. 기존 보수 기반인 60대 이상에 2030을 묶어 민주당 지지 기반인 4050을 포위하자는 전략으로, 그의 첫 비단 주머니였다. 그는 자신이 당대표가 된 전당대회와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그 가능성을 눈으로 확인했고, 자신했다. 이 과정에서 이대남(20대 남성)에 과도하게 집착해 이대녀(20대 여성) 표심을 날렸다. 무엇보다 갈등을 조정하고 화합과 통합으로 가야 할 정치권이 앞장서서 젠더 이슈를 악용해 갈라치기에 집중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자신했던 호남에서도 참패했다. 이 대표는 이번 대선에서 호남 득표율을 20%에서 25%, 다시 30%로 재차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호남은 이 후보의 압승이었다. 당초 각종 여론조사에서 20% 안팎의 지지를 얻었던 윤석열 당선인은 호남에서 13%대의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어야만 했다. 
 
이에 따라 대선 직후 당 안팎에선 이 대표의 전략적 실패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다만 대선을 승리한 상황에서 당대표 책임론을 제기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지적과 함께, 이 대표 특유의 공개적 망신주기에 휘말리는 것을 염려해 갈등으로 비화될까 직접적 비판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호남에 기반을 두고 있는 국민의힘 한 의원은 13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반짝하는 아이디어는 좋지만 그것에만 집중한다"며 "특히 '호남은 내꺼'라는 식으로는 절대 호남의 빗장을 열 수 없다"고 했다. 짧게는 노원병 총선을, 길게는 차차기 대선을 노리는 이 대표가 당권을 바탕으로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20대 남성과 호남으로 설정하고 있지만 전략에만 집중하는 태도로는 민심을 얻을 수 없다는 게 그의 지적이었다. 또 다른 의원 역시 "여성가족부 폐지 같이 누구를 갈라치기 하고 분열을 일으켜 반사이익을 얻는 전략으로는 성공하지 못한다"며 "어쨌든 선거에서 이겼으니 대놓고 비판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문제가 있다"고 당내 우려를 전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에서 '절박함을 호소해야 하는데 막판에 이 대표가 8~10%포인트 승리라고 호언장담하다시피 했다'는 질문에 "원래 선거판에서 가장 잘못된 모습이 다 된 듯이 행세하는 것"이라며 "혹시 그런(오만한) 모습으로 비쳐지지 않을까 걱정을 하는 분들이 많이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우리 선거 전략 과정도 한 번 돌이켜 봐야 될 것"이라고 이 대표를 우회적으로 조준했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적절한 전술은 아니었다. 진짜 반성해야 된다"고 대놓고 질타했다. 정 최고위원은 "상대적으로 여성들에게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배제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을 우리가 못한 것"이라며 "그 분노의 표가 이재명 후보에게 간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단일화 과정이 너무 늦게 되는 바람에 국민들께서 많은 짜증을 내셨다"며 "그런 점에 있어서 단일화 효과가 100% 다 나오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안 대표와의 단일화에 처음부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며 자강론을 고수했다. 안 대표가 단일화를 제안한 당일 "역시나 했더니 역시나"라고 조롱하거나, 안 대표 측 유세차량 사고에 대해서도 '고인 유지' 운운해 국민의당의 강한 반발을 샀다. 우여곡절 끝에 단일화가 이뤄졌지만 호남에서의 역풍과 동시에 안 대표 주된 지지층인 2030세대와 중도 표심이 분산되는 후폭풍만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사진=연합뉴스)
 
홍문표 의원은 "실질적인 여성 문제에 대해 우리가 제대로 정책을 못 내놓은 것이 실책이었다"고 진단했다. 윤희석 대변인은 "이 대표가 많은 차이로 이길 거라고 많이 말했는데 (그것과는)너무 차이가 많이 나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와서 다들 놀란 게 사실"이라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번 일을 계기로 이준석 대표의 2030, 특히 이대남과 이대녀 이른바 20대 여성들을 갈라치는 식의 행태는 정치권에서 추방해야 된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반드시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된다"며 "솔직히 말해 선거가 하루, 이틀만 길었어도 질 선거"였다고 이 대표를 크게 나무랐다.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도 이 대표에 대한 비판 글이 쏟아졌다. '이준석 때문에 압도적 표차로 이길 걸 겨우 이겼다', '이준석 대표는 이번 대선에서 분탕질과 단일화 방해로 대선을 망친 원흉', '이준석 대표를 사퇴시키든가 자기주장 입을 못 열게 하든가 제발 빨리 부탁드린다', '이준석 탄핵해야 지방선거 승리한다. 윤석열도 질 뻔 했는데 지방선거를 승리한다고?'라는 등의 글이 줄줄이 달렸다.
 
이 대표는 발끈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젠더 갈라치기 비판에 적극 반박했다. 그는 허드슨강에 비상착륙으로 승객을 구한 비행기 조종사를 언급하며 "'왜 라과디아로 바로 회항해서 착륙 시도하지 않았습니까' '시도했으면 됐을 겁니다' '시뮬레이터로 테스트했습니다' 보통 조종석에 앉을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글을 올렸다. 자신을 비상 착륙으로 승객을 구한 조종사에 빗댔다. 그러자 진 전 교수는 "꼭 비행 안 해본 사람들이 이런 얘기를 한다"며 "어느 조종사가 하중 줄이려고 비행 중에 여성 승객들을 기체 밖으로 내쫓나"고 맞받았다. 진 전 교수는 경비행기 조종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이 대표가 향후 국민의당과의 합당 과정에서 안철수 대표와 정면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 대표 측은 무리한 당권 요구보다는 인수위 참여 등 공동정부 구성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 공천이나 당 주요 보직 등에 대한, 일종의 지분 요구는 필수적이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국민의당과 당 대 당 통합으로 조기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며 이준석 비토론을 내세우는 점도 이 대표에게 유리하지만은 않다. 이 대표는 당대표 권한을 양보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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