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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돌봄 노동' 부담 커져…다른 경제 활동 영향"
"맞벌이하든 안 하든 남성보다 집안 일 3배 더 많이 해"
2022-03-08 16:43:31 2022-03-09 17:58:49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코로나 이후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여성들이 가사·육아 등 돌봄 노동에 내몰리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상대적으로 남성에 비해 더 많은 집안일을 떠안게 됐기 때문인데, 여성들이 노동시장에서 취약해 진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최대 회계법인인 삼일PwC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국 여성 고용성과를 측정한 결과 조사 이래 최초로 여성 고용 관련 지수가 하락했다고 8일 밝혔다.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성장해 왔지만, 코로나 이후 여성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관련 지수도 하락했다는 것이다. PwC는 “코로나 장기화에 따라 여성이 육아와 가사 등 돌봄노동에 대한 책임에 몰리면서 노동시장 이탈이 이뤄진 것이 주 원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각국에서는 팬데믹 이후 여성들의 돌봄 노동 부담이 커졌다고 말한다. 한국 딜로이트 그룹이 세계 10여국에 있는 5000명의 여성을 상대로 지난 2020년 팬데믹 이후 여성들의 커리어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59%가 팬데믹 기간 돌봄 노동에 대한 부담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51%는 돌봄 노동 부담 등에 따라 향후 커리어를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세계여성의날인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인근에서 참석자들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의 경우 팬데믹 발생 이후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밝힌 2019년 조사 결과 서울시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일 평균 여성이 2시간26분인데 반해 남성이 41분이었다. 맞벌이 부부의 가사노동 시간은 일 평균 여성이 2시간1분이었지만, 남성은 38분에 불과했다. 조한진희 '다른몸들 재단'의 여성인권 활동가는 8일 ‘가사·돌봄 사회화 요구 기자회견’에서 “한국 남성의 가사노동비율은 OECD국가 중 꼴지에 속한다”며 “맞벌이를 하든 안하든 여성의 가사 노동 시간은 별 차이가 없는데 한국 남성이 그만큼 집안일을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여성들은 가사·간병 등 돌봄 노동 부담이 비혼 여성에게도 가해진다고 증언했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 '안나(닉네임)'씨는 이날 “엄마가 아플 때 가사노동은 내 책임이 된다”며 “엄마는 친구에게 ‘이래서 딸이 좋아’라고 말한다, 만약 부모님 중 한 분이 아프다면 내가 일을 못하게 되는 상황에 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변 친구도 할머니를 간병하기 위해 학업을 포기했고, 여성들에게 이런 사례는 넘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돌봄 노동자에 대한 처우 개선과 공공 서비스 지원이 뒷받침 돼야 여성 노동자들의 경제활동이 원활해질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에서 근무하는 김정남 장애인 활동 지원사는 “돌봄이라는 업무에 대한 인식이 반찬 값이나 버는 일, 중년 여성이나 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있다”며 “다른 직군에 비해 처우가 유독 낮다”고 말했다.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대표는 “우리 사회에서 돌봄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돌봄 서비스가 민간에게 맡겨져 있는 한 소득별 격차에 따라 여성에게 부담이 가해지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가사돌봄사회화 공동행동의 지수 활동가는 “돌봄책임이 개인을 짓눌러 간병살인 등 가족 구성원 전체 삶을 무너뜨리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라며 “시장화 된 돌봄은 이를 해결할 수 없다”
 
샤런 버로우 국제노총 사무총장은 이날 열린 민노총 행사에 보낸 메시지를 통해 “돌봄에 대한 부담을 과도하게 여성이 짊어지고 있는데, 이는 다른 부분에서의 경제활동 참여를 가로막기도 한다”며 “우리는 여성의 동등한 참여를 원한다”고 했다.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장은 “코로나 이후 다른 고용지표는 회복됐지만 유독 3040여성들이 휴직 후 직장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며 “아이들 학교 문제 등 돌봄에 대한 부담이 여성들에게 전가됐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고 말했다.
 
세계여성의날인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인근에서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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