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치며 손을 맞잡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3일 전격적으로 단일화에 합의했다. 대선 직후 즉각 합당도 추진키로 했다. 두 사람은 정권교체를 목표로 힘을 모으기로 했고, 대선 승리시 인수위 단계에서부터 공동정부를 구성키로 했다. 다만, 안 후보가 결렬 선언을 뒤집고 다시 단일화에 합의하는 등 말 바꾸기가 계속되면서 단일화 효과가 위력을 발휘할 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민주당은 이를 '야합'으로 규정하고 즉각 비상체제로 전환했다.
안 후보는 앞서 후보 등록일인 지난달 13일 윤 후보에게 여론조사 경선을 통한 단일화를 전격 제안했다. 단일화는 없을 것이라던 기존 입장에서 돌연 선회했다. 이로부터 일주일 만인 20일 안 후보는 윤 후보로부터 아무런 답이 없다며 단일화 제안을 거둬들였다. 결렬 선언이었다. 27일에는 윤 후보가 직접 나서 단일화 물밑협상 과정을 공개하면서 두 사람은 진실공방과 책임론 등 감정적 충돌까지 낳았다. 단일화는 끝났다는 지배적 평가 속에 두 사람의 심야 회동이 전격적으로 성사됐다.
과정은 극비리에 진행됐다. 단일화 발표 당일인 3일 새벽까지 양당 관계자 소수만 알았을 정도다. 안 후보는 국민의당 관계자들이 메신저로 사용하는 바이버에 합의 내용을 새벽녁에야 밝혔다. 윤 후보 측도 협상에 나섰던 소수인원을 제외하고 내용을 몰랐다.
그리고 이날 오전 두 사람은 국회 기자회견장에 나란히 섰다. 4일과 5일 진행될 사전투표를 하루 앞두고서다. 투표를 마감한 재외국민 표심은 일부 무효 처리가 불가피해졌다. 단일화에 따른 안 후보의 후보직 사퇴로 이번 대선은 4자 구도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 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간 양자대결로 구도가 전환됐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완주 태세를 굳혔지만, 이전과는 다르게 존재감 없는 지지율로 크게 고전하고 있다.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직 사퇴와 함께 이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거듭된 말 바꾸기 쏟아진 질문 "정권교체 대의 따랐다"
인수위부터 공동정부 구성…안철수, 입각 가능성 시사
윤 후보와 안 후보는 이날 오전 8시 국회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저희 두 사람은 원팀"이라며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뜻을 모으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늘 단일화 선언으로 완벽한 정권교체가 실현될 것임을 추호도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국민통합정부'를 통해 지난 4년 반 동안 내로남불, 거짓과 위선, 불공정 등 비정상으로 점철된 모든 국정운영을 정상화시킬 것"이라고 정권심판을 강조했다. 또 "인수위원회 구성부터 공동정부 구성까지 함께 협의하며 역사와 국민의 뜻에 부응할 것"이라고 했다
공동선언문은 안 후보가 읽어내려갔다. 안 후보가 회견문 마지막 부분에 "윤 후보를 지지하기로 했다"고 말하자, 윤 후보는 "안 후보의 뜻을 받아 반드시 승리해 함께 성공적인 국민통합정부를 반드시 만들고 성공시키겠다"고 큰 소리로 화답했다. 안 후보는 "국민 여러분, (단일화가)늦어서 죄송하다"고 언급할 때는 짧은 한숨을 내쉬면서 눈가가 촉촉해졌다. 또 "오늘 제 결심에 따라 실망한 분들도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제3당으로 존속하면서 투쟁하기를 원하는 분들이 계실 텐데 이 자리를 빌려 그분들께 죄송하다"고 거듭된 말 바꾸기를 사과했다.
특히 관심을 끈 건 인수위 단계부터 공동정부를 구성한다고 명시한 대목이다. 이에 따라 안 후보가 국무총리 등 내각에 직접 참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안 후보는 입각 가능성에 대해 "제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 게 국민께 정말 도움 되는 일인지 그리고 우리나라가 한 단계 앞서서 나갈 수 있는 일인지에 대해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면서도 "그간 국회의원으로 입법 활동했지만, 직접 성과를 보여주는 행정적인 업무는 하지 못했다"고 향후 입각 가능성을 시사했다.
안 후보가 입장을 또 다시 바꾼 배경과 공동정부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의가 쏟아졌다. 고집했던 여론조사 경선 대신 후보 사퇴를 선택한 것에 대해 "이미 여론조사가 가능한 시간은 지났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했다"고 했고, "단일화 결렬 이후 많은 고민을 했고 많은 분들의 말씀을 들었다. 개인적인 손해가 나더라도 그 대의를 따르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정권교체를 후보 사퇴 및 단일화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안 후보는 국민의힘과의 합당 결의로 다당제 소신을 버렸다는 지적에 대해 "다당제가 소신임을 다시 한 번 밝힌다"며 "민주당도 진정성을 갖고 있다고 믿고 싶다. 선거 승패와 관계없이 민주당이 얘기한 다당제에 기반되는 국회의원 선거구제 개편과 대통령제 개편, 권력구조 개편을 함께 합의해 진행하길 바란다"고 했다. 윤 후보와 손을 잡으면서도 민주당이 정치개혁안을 약속대로 이행해 달라는 요구였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치며 포옹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선언문까지 일사천리…안철수 대 이준석 '벌써부터 신경전'
그간 안 후보 측은 단일화 결렬 과정에서 "윤석열 찍으면 손가락 자르겠다"(안철수), "선의로 손 내밀었다가 잘려나간 불쾌감"(이태규), "단일화 곰탕처럼 우려먹는다"(권은희) 등 거친 반응을 쏟아냈다. 국민의힘에선 안 후보의 정치적 앙숙인 이준석 대표가 "안 후보가 조건 없이 후보직을 자진사퇴하고 윤 후보를 지지선언하는 것만이 유일한 단일화"라거나, 안 후보 측 유세차 사망 사고에 고인이 유서를 써놨나는 등의 발언을 하면서 양측의 감정의 골을 더욱 깊어졌다.
파국으로 치닫는 듯한 단일화 시계는 180도 다른 방향으로 급격히 전개됐다. 두 사람은 전날 마지막 TV토론 후 150여분간의 심야회동 끝에 공동선언문 초안을 만들었다. 대선을 불과 6일 앞두고서다. 복선은 있었다. 단일화 결렬 후 앙금을 드러냈던 안 후보가 3·1절 기념식 행사 후 "정치인들끼리 중요한 어젠다에 대해 논의하자고 한다면 어떤 정치인이든지 만날 용의가 있다"고 다소 유화적인 발언을 내놓은 적이 있다.
공교롭게 두 사람은 이날 회견에서 붉은 계열의 넥타이로 드레스코드를 맞춘 모양새였다. 특히 안 후보가 전날 TV토론과 이날 공동 기자회견 모두 국민의힘의 당색인 빨간색 넥타이를 매고 나타나 단일화에 성의를 보인 것이란 추측이 나왔다. 이양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의도하셨다면 안 후보가 (단일화)분위기 조성에 성의를 보이신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새벽 회동이 전격적으로 이뤄진 배경에 대해 "누가 먼저랄 것도 없다. 안 후보나 저나 서로 만나고 싶어했다"며 "TV토론이 끝나자마자 바로 연락이 됐다. 저도 TV토론이 끝나고 일정이 남아있어서 안 후보가 제 일정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줬고, 늦은 시간 만나서 새벽 2시가 넘도록 대화했고 오늘 아침에 국민 여러분께 저희가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여드리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후보는 그간 단일화 과정이 난항을 겪은 것과 관련해 "안 후보가 그동안 제3지대에서의 소신 있는 정치활동을 지지해준 많은 분의 헌신과 감사에 대해 마음의 부담이 크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했다.
안 후보는 기자회견문 성안 작성 과정에 대해 "초안을 새벽에 일어나서 밤새 다듬었고 그것에 대해 윤 후보가 '고칠 부분 없다. 그대로 하자'고 흔쾌히 동의해서 선언문을 읽게 됐다"고 했다. 두 사람 공약에 차이가 있다는 지적에 안 후보는 "그래서 인수위가 있는 것"이라며 "각자 전문가들이 있다. 함께 인수위에서 논의하면, 보다 더 대한민국을 위해 좋은 안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정권심판론 구도가 완성됐다며 단일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단일화가 늦어진 상황인데다 위기감을 느낀 여권 지지층이 결집할 수 있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치 않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윤 후보가 그간 문재인정부의 '갈라치기'를 비판한 만큼, 이와 대조적으로 야권 단일화를 통해 '통합' 메시지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복안이다.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후보단일화로 인해 국민적 염원인 정권교체가 성큼 가까워졌다"며 "진정한 국민통합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윤 후보에게 국민 여러분의 압도적인 지지와 성원을 당부 드린다"고 적었다.
다만 합당 및 공동정부 구성 과정에서 마찰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안 후보 간 감정적 골이 깊어 크고 작은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 합당 후 당내 주요 보직에 대한 인선과 지방선거 공천 등을 놓고도 양측이 충돌할 수 있다. 벌써부터 신경전은 오갔다. 안 후보는 '단일화 과정에서 있었던 이준석 대표의 조롱 섞인 모욕이 앙금으로 남지 않았냐'는 기자들 질문에 저는 별로 관심없는 얘기에는 귀를 안 기울인다"며 "그래서 그 사람이 어떤 얘기했는지 잘 모른다. 나중에 좀 알려달라"고 무시로 일관했다. 또 "다만 제가 꼭하고 싶은 일 중 하나는 현재 국민의힘을 보다 더 중도적·실용 정당으로 바꾸는 것"이라며 "그래야 대중정당이 된다. 일부 기득권을 보호하는 옛날 정당의 모습으로는 이번에 정권교체를 하더라도 다시 실패하고 또 다시 국민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권교체 대의를 위해 국민의힘 일원이 되기로 큰 결정을 내린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당 구성원을 환영한다"며 "조건 없는 우리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과 합당을 결심한 용기에 감사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지난 서울시장 선거 이후의 혼선과 같은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며 뼈 있는 말도 남겼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합당이 무산됐음을 상기시켰다. 앞서 이 대표는 안 후보의 단일화 제안이 있었던 당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처님 손바닥 안 손오공' 사진과 함께 "역시나 했더니 역시나"라고 조롱하는가 하면, 후보 사퇴 뒤 윤 후보 지지선언만이 유일한 단일화 방식이라며 안 후보의 백기투항을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여기에 단일화 과정에서의 피로감이 상당했고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물렸다는 점에서 효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안 후보의 지지율이 5% 정도로 3% 정도가 단일화에 박수를 보내는 반면, 2%는 기권하거나 이재명 후보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며 "안 후보의 주된 지지층이 2030과 합리적·중도층인데 이번 단일화를 보며 감동할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박 평론가는 "측근 자택에서 사전투표일 전날 전격적으로 이뤄진 단일화 야합을 공정과 정의를 추구하는 중도층이 바라볼 때는 역풍이 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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