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게이션)‘더 배트맨’…‘다크 나이트’와 ‘조커’ 중간 어디쯤
‘역대 배트맨’ 시리즈 최초, 빌런 아닌 주인공 ‘배트맨’에 대한 감정 집중
배트맨 ‘트라우마’ vs 고담 부패 권력 vs 현실적 한계… ‘보이지 않는 힘’
2022-03-02 01:00:01 2022-03-02 10:00:08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분명 좀 더 마이너적 분위기로 변했다. 그리고 좀 더 어두워졌다. 하지만 이게 찬사를 받아 마땅한 평가의 일부분인지에 대해선 히어로 영화, 다시 말해 코믹스원작 영화에 대한 무한 면죄부와 어떤 충돌 작용이 발생하는지 따져봐야 한다. 앞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다크 나이트’ 3부작에 대한 찬사는 코믹스 영화의 분명한 지표로 존재했다. ‘코믹스’, 즉 만화를 현실로 온전히 치환시켰단 점이 그 지표의 기준이었다. 이 문장 속 치환은 특히 기준이 명확했다. 절대 만화적이지 않으면서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붕괴된 또 다른 세계관을 만들어 낸 단 것. 놀란 감독 다크 나이트’ 3부작을 보고 굳이 무엇을 어떻게 지적하고 논쟁할지 고민한다면 이 설명의 근거는 명확해진다. 또 다른 기준점도 있다. 토드 필립스 감독의 조커. 한 인간의 자아가 어떻게 붕괴되고 재조립되는지, 이보다 더 끔찍한 상업 영화 보고서가 있었을까 싶다. 굳이 설명 안 해도 되지만 조커배트맨 세계관속 희대의 악마적 캐릭터다. 영화 조커가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코믹스 원작 영화 사상 최초 황금사자상(대상)을 수상한 이유도 그랬다. 상상이 기반인 코믹스를 현실로 치환시킨 설득력. 물론 설득력의 원칙론적 밑바탕은 배우들의 연기다. 호아킨 피닉스의 바닥을 가늠키 힘든 강박적 우울증은 연기가 아니라 그 자체로 정신과적 병리현상을 짚어봐야 할 듯한 몸짓이었다. 여기까지가 코믹스 원작 영화에 대한 일종의 대중적 요즘지표다.
 
 
 
1일 공개된 더 배트맨을 논하기 전 앞서 이 내용을 전제하고 들어간다면 맷 리브스 감독이 만든 고담시와 배트맨 그리고 브루스 웨인의 트라우마를 이해하는 데 좀 더 도움되지 않을까 싶다. ‘더 배트맨은 완성도적 측면에서 놀란 감독 다크 나이트’ 3부작과의 비교는 무리다. 일반적 상대 비교로 논할 지점은 아니지만 쉽게 말하면 자체가 다르다. ‘차이와 함께 눈에 띄는 점은 해석 방향. 놀란 감독 다크 나이트가 주인공 배트맨보단 빌런의 태도에 더 집중된 세계관이란 점은 부인 못할 팩트다. 특히 다크 나이트속 빌런 조커를 통해 구현된 상대적 존재론을 통해 놀란 감독은 빌런구현과 동시에 주인공 배트맨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끌어내는 과정을 노렸다.
 
영화 '더 배트맨'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더 배트맨은 이런 점을 끌고 들어가면 정 반대 결이 살아난다. 빌런 시각을 통해 주인공 변화를 느끼고 공감시키는 과정이 아니다. 주인공 자체에 집중하고 그 자체가 존재하는 공간을 바라본다. 코믹스 원작 세계관에서 꽤 묵직한 의미를 갖는 빌런은 의외로 큰 의미가 없다. ‘더 배트맨은 오롯이 176분 러닝타임을 주인공 브루스 웨인의 심리적 트라우마에 집중한다. 고담시에서 배트맨으로 활동한지 2년 차 시기 브루스 웨인(배트맨). 브루스 웨인과 배트맨은 같은 사람이면서 다른 사람이다. 다른 정체성이면서 같은 심리를 공유한다. 부모의 죽음을 눈 앞에서 목격한 억만장자의 상속자 브루스 웨인’. 그는 후에 성인이 된 뒤 고담시의 악을 응징하는 자경단(배트맨)이 된다. 그는 여전히 유약하고 여전히 망설이며 여전히 두렵다. 하지만 그건 연기다. 가면을 뒤집어 쓴 거짓된 자신일 뿐. 오히려 가면을 쓴 배트맨이 진짜 브루스 웨인 자아다. 그는 가면을 썼을 때 진짜 자신이 된다.
 
영화 '더 배트맨'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브루스 웨인의 이 같은 충돌적 자아가 다른 누군가에게 제대로 들켜 버린다. 고도의 지능을 가진 수수께끼 살인마 리들러’. 리들러는 고담시의 여러 고위 관료들을 하나 둘 공격하고 또 살인하기 시작한다. 그 현장에는 항상 배트맨에게 남긴 메시지가 존재한다. 알 듯 모를 듯한 메시지 그리고 영상 속 가면을 쓴 리들러. 배트맨은 리들러가 노리는 지점을 단 번에 간파한다. 배트맨과 리들러, 다른 시리즈 속 배트맨조커그리고 배트맨베인관계성을 떠올리게 한다. 조커와 베인 모두 결이 다르고 목적이 다르고 방식이 다르다. 하지만 조커와 베인의 결정적 공통점은 무정부주의적 혼돈과 질서재정립. 그들은 그들 만의 방식으로 사회 재편을 꿈꾼다. ‘더 배트맨의 리들러는 조커의 폭력성보단 덜하지만 베인의 무자비함보단 더한 중간 어디쯤 존재한다. 악은 태어나는 것인가, 만들어지는 것인가. 고색창연한 질문이다. ‘배트맨세계관 속 조커베인그리고 리들러를 보고 있다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명확하다. 시스템의 모순이 만들어 낸 괴물이며, 괴물 자체가 곧 모순이 된다. 조커와 베인 그리고 리들러 모두가 모순 그 차제이며 괴물이다.
 
영화 '더 배트맨'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문제는 더 배트맨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괴물이 만들어 진 공간’, 고담에 대한 숨결을 불어 넣는 대신 배트맨브루스 웨인의 트라우마에만 집중했단 점이다. 관객들이 보는 건 배트맨과 빌런의 대결이 아니다. 배트맨과 브루스 웨인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괴물의 싸움을 지켜보게 될 뿐. 청소년의 방황과 성인의 자아 정립 시기 중간에 존재하는 듯한 혼돈의 사회상이 배트맨브루스 웨인에게 고스란히 투영된다. 그는 여전히 혼란스럽고 혼돈스럽다. 자기 제어와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은 극단적 폭력성으로 드러내 질 뿐. 그 폭력성은 감정적 두드러짐이 더 강하게 베어 나온다. 기존 배트맨시리즈를 통해 우리에게 익숙했던 배트맨의 정제된 감정의 고요함은 존재하지 않는다. 가면을 쓰고 있지만 그 가면 뒤 얼굴 속 폭력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듯하다. 가면의 의미가 무의미해질 정도다.
 
영화 '더 배트맨'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176분 동안 카메라가 쫓는 건 가면 위 배트맨의 폭력 그리고 가면 뒤 브루스 웨인의 감정적 폭력뿐이다. 연출적으로 맷 리브스 감독은 리들러의 수수께끼 언어적 유희를 통해 브루스 웨인의 트라우마 그리고 고담의 부패한 권력과 현실적 한계를 조종하는 보이지 않는 힘의 논리를 진짜 빌런으로 제시하고 싶었던 듯하다.
 
배트맨시리즈는 선과 악 구분이 모호한 세계관으로 인기를 끌어 왔다. 희대의 사이코패스 조커의 논리적 강변은 극단적이지만 존재할 수 없는 개념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더 배트맨에서 리들러의 논리도 결이 비슷하다. ‘배트맨세계관에서 악은 존재하지만 그 악이 바라보는 실질적 악은 를 독점한 표면적 이 대다수다. 이 논리적 충돌의 대결이 어쩌면 배트맨시리즈를 히어로 장르 영화의 클래식한 걸작으로 여전히 주목하게 만들어 주는 동력이 아닐까 싶다. 그런 면에서 더 배트맨은 상당히 미성숙한 세계관 재정립 시도다. 출발의 의미는 충분히 이해되지만 공감의 영역까지 끌어가면 수긍하긴 어렵다. 완성된 세계관의 미성숙함을 들춰내는 건 그 세계관을 지배할 수 있다 믿는 일종의 나르시시즘처럼 다가온다.
 
영화 '더 배트맨'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워낙 방대한 세계관이기에 그 세계관 속 각각의 시간대별 설정과 빌런들의 목적성 또한 세분화된다. 무엇보다 배트맨의 내면적 변화가 시간대별로 나눠지는 만큼 원작의 어느 지점을 끌어 오느냐에 따라 영화 속 감정 변화의 진폭은 너무 크다.
 
더 배트맨은 그런 의미를 전제로 하고 본다 해도 이해의 폭이 공감의 영역을 넘지 못한 결과물이지 않을까 싶다. 극단적 평가의 잣대일 수 있겠지만,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가 되지 못할 바엔 차라리 2000년대 이전 배트맨 시리즈가 이 세계관을 올바르게 보는 해석 방식일 듯하다. 3 1일 개봉.
 
P.S 영화 마지막 즈음 리들러와 대화를 나누는 누군가가 어둠 속에 등장한다. 눈치 빠른 관객이라면 단 번에 알아 차릴 캐릭터다. ‘더 배트맨이 흥행하고 후속편이 기획된다면 로버트 패틴슨 주연 더 배트맨시리즈 다음 빌런은 바로 이 인물이 확정적이다. 익숙하면서도 끔찍한 웃음 소리가 귀에 익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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