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발행어음에 1조 뭉칫돈…흔들리는 증시 피해 '고정 이자'로
2월 평균 잔액 8.2조…한달 새 14% 증가
갈곳 잃은 부유자금, 단기금융상품 찾아
수익률 매력 높아져…반년 새 발행어음 금리 1%p↑
2022-03-02 06:00:00 2022-03-02 06:00:00
[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출렁이는 주식시장을 피해 증권사 단기 금융상품인 발행어음에 약 1조원의 뭉칫돈이 몰렸다. 1일짜리부터 1년 미만까지 단기로 자금을 운용하기 좋은 데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금리 매력도 쏠쏠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월 한달간 발행어음형 종합자산관리계좌(CMA)의 월평균 잔액는 8조1832억원으로 전월 대비 약 1조원(14%) 증가했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체 신용으로 어음을 발행해 투자자에게 약정금리로 판매하는 만기 1년 이내의 단기 금융상품을 말한다. 원금 보장 상품은 아니지만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국내 초대형 증권사의 신용도를 기반으로 발행하기 때문에 안정성도 높은 편이다. 현재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등 4곳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발행어음 허가를 받고 판매하고 있다.
 
최근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발행어음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발행어음의 연 수익률은 2%대로 높진 않지만 은행 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하며, 하루만 맡겨도 이자가 붙기 때문이다. 가입기간은 1일짜리부터 1년 미만까지로 초단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발행어음은 주식투자 대기자금의 성격을 갖고 있다"며 "짧게 돈을 넣어둘 곳이 필요한데 은행 수시입출금은 금리가 거의 없고, 적금은 1년 이상이 대부분이다보니 적금 수준 이자에 1년 이내로 맡길 수 있는 발행어음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리가 최근 높아진 점도 발행어음의 매력을 높이고 있다. 국내 기준금리가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두차례에 걸쳐 50bp(0.5%p) 오르면서 증권사들도 자사 발행어음 금리를 속속 올리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반년 새 금리를 세차례 인상해 1년물 발행어음 금리가 1.15%에서 2.15%로 인상됐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도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시기와 발맞춰 최근 1년물 발행어음을 연 2.30%까지 인상했다.
 
증권사들도 간만에 발행어음 특판 이벤트를 속속 실시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은 이벤트를 통해 연 최대 3.2%짜리 발행어음 특판 상품을 판매 중이다. 지난 1년 반 동안은 초저금리 환경 속에서 증권사들의 발행어음 운용 제약이 커져 이런 이벤트가 뜸했다. 
 
증권사들은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금리가 높은 채권이나 부동산에 투자해 이익을 낸 뒤 고객에게 제공하는데, 저금리 기조에선 오히려 역마진 우려가 있어운용 제약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동안 역대 최저 수준의 기준금리로 증권사가 취할 수 있는 스프레드가 좁아졌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제 등도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줬다"며 "앞으로도 발행어음이 극적인 수익률을 제시하긴 어려울테지만, 주식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선 투자자들 입장에서 은행보다 나은 이자로 잠시 넣어둘 수 있는 투자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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