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주요 은행들이 올해 기업대출 성장 목표치를 지난해 절반 수준인 6%대로 정했다. 금리 인상 등에 따른 중소기업·소상공인 부실 발생 우려에 당장 목표를 낮춰 잡았지만, 리스크 관리력와 영업력을 동시에 강화하면서 계획 이상의 여신성장을 꾀하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이 설정한 올해 기업대출 증가 목표치는 전년 대비 4~8%선이다. 국민은행이 7%, 신한은행 7~8%, 하나은행 4~5%, 우리은행 8%, 농협은행 6.25%다. 금액으로는 41조20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60조3000억원(평균 10.8%) 성장보다는 19조원가량 줄었지만 목표치를 초과 취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은행들이 목표치를 낮춘 것은 금리 인상에 따라 전반적인 대출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증가폭은 정부가 코로나19로 어려운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 금융지원을 독려한 데다 가계대출 규제로 영업이 상대적으로 기업대출에 집중된 영향을 받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2.90%로 가계(2.83%)보다 높았으나, 12월에는 3.37%로 가계(3.66%)보다 0.29%p 낮아졌다. 보통 기업대출에는 리스크를 반영하는 위험조정수익률이 가계보다 높아 대출금리가 더 높게 형성되나, 영업이 기업대출에 편중되면서 금리가 역전됐다.
시장과 규제 상황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대출 목표치는 줄였지만, 핵심성과지표(KPI) 배점을 높이면서 직원들에게 실적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A은행의 경우 지난해 120점이던 관련 배점을 130점으로 늘렸고, 법인고객을 대상으로 유동성을 증대할 시 가점한다. B은행도 기업 비즈니스와 관련한 배점을 80점 추가했다. 반대로 가계대출 증가 목표는 5대 은행 평균 4.1%로 잡았는데, 일부 은행은 최저 2%로 성장 목표치를 설정하는 등 증가세를 억제하겠다는 방침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지난해 가계대출과 관련해서는 총량관리에 실패하면서 일부 은행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패널티를 받기도 했다"며 "가계에만 총량 제한을 걸어두는 등 정부 기조가 계속해 기업에는 공급을 확대하라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 대출로 기업은행의 작년 실적이 크게 성장하는 등 규제상황을 차치하고도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의 시장성이 다시 평가받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늘어나는 리스크에 대해서는 고심이 크다. 금리 상승 추세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들의 실적개선이 이어지지 않을 경우 이들의 채무상환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져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영업활동으로 이자상환을 감당하지 못하는 취약기업 수 비중은 2020년 35.2%로 2015~2019년 평균(31.0%)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여기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코로나19 대출 지원의 네 번째 추가연장을 방향 정하면서 더 큰 잠재부실을 떠안게 됐다. 일단 3월 코로나19 대출 지원이 끝날 것으로 내다 본 은행들은 기대출에 대해 신용도를 다시 책정하기도 했다.
한편 기업대출 시장은 올해부터 인터넷전문은행들까지 뛰어들면서 경쟁이 확대되고 있다. 5대 은행들도 이런 기업대출의 비대면화에 대비해 경쟁력을 키우는 상황이다. 국민은행은 올해 기업고객 대상의 'KB스타기업뱅킹'의 전면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기업신용정보 시스템 업그레이드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농협은행은 'RM' 전문인력 양성 및 평가제도를 운영 중이다.
주요 은행들이 올해 기업대출 성장 목표치를 6%대로 잡고 여신 성장을 고민하는 가운데, 오후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점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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