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올해 대학에 입학했다. 어엿한 여대생이 됐다. 하지만 극중 모습은 영락 없는 여고생이다. 그리고 실제로 촬영 당시에도 여고생이었다. 그런데 인터뷰 중인 모습은 꽤 숙녀 티가 났다. 극중 풋풋하다 못해 풋내기 같은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인터뷰 중 촬영 당시를 설명하는 모습도 ‘먼 옛날’을 기억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만큼 이제 배우 박지후에게 그 시절은 짧지만 강렬했던 오랜 추억 같은 느낌일 듯하다. 여고 시절의 마지막 작품이었던 만큼 즐겁고 행복한 기억만 남아 있다고 한다. 그에 대한 보답일 듯하다. 공개된 뒤 글로벌 1위 자리를 지키며 앞서 공개된 연상호 감독의 신작 ‘지옥’을 넘어서 새로운 ‘글로벌 1위’ 기록을 새웠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의 주인공 박지후는 그렇게 이제 새로운 발돋움의 시작을 하게 된 셈이다. 2019년 영화 ‘벌새’로 해외 여러 영화제를 휩쓸며 얼굴 도장을 찍은 경험이 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코로나19’ 시대 메인 플랫폼으로 급부상한 OTT서비스, 그리고 그 가운데 메인 흥행 키워드로 자리한 ‘K-콘텐츠’ 중심에 박지후가 있다. 그는 현재 K-콘텐츠 속 가장 ‘핫 한 여배우 중 한 명이다.
배우 박지후. 사진/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우선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2009년 국내에서 공개된 이 웹툰은 좀비 장르가 생소하던 그 시절 좀비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었다. 마니아층에선 ‘국내 좀비 장르 시초’로 불리는 작품이기도 하다. 현재 공개돼 서비스 중인 ‘지금 우리 학교는’의 인기 비결 중 하나가 바로 원작 웹툰을 뚫고 나온 듯한 비주얼 캐스팅이다. 여주인공 ‘온조’를 연기한 박지후 역시 마찬가지다.
“주변에서 원작 속 ‘온조’와 많이 닮았다고 해 주셔서 기분이 좋더라고요. 합류 과정은 당연히 오디션을 봤어요. 오디션 당시 ‘온조’와 ‘나연’(이유미)의 대사를 리딩했어요. 감독님이 ‘둘 중 뭐가 더 어울릴 것 같냐’라고 하셔서 전 ‘온조’라고 말했거든요. ‘나연’을 소화하기엔 제 내공이 너무 부족하다 느꼈어요. 반대로 ‘온조’는 성격적으로 저와 비슷한 텐션을 갖고 있어서 해볼 만 했거든요. 오디션 보고 두 달 정도 뒤 감독님 연락을 받았어요. 진짜 너무 좋았었죠.”
박지후는 ‘온조’가 자신과 너무 닮은 모습에 오디션 당시부터 ‘온조’ 외에는 다른 배역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했을 정도였다. 그리고 실제로 ‘지금 우리 학교는’ 관람 후기에는 원작 속 ‘온조’와의 싱크로율을 전하는 후기에 ‘박지후가 온조다’란 평가가 꽤 많았다. 물론 일부는 극중 ‘온조’의 모습에 ‘발암’(‘답답하다’는 인터넷 속어) 캐릭터라고 혹평을 하기도 했다.
배우 박지후. 사진/넷플릭스
“‘발암’에 대한 것도 당연히 알고 있어요(웃음). 아마도 온조가 본인보다 주변 사람들, 특히 친구들을 위해 살아가는 모습에 그런 답답함을 느끼신 게 아닐까 싶어요. 저도 그 부분은 어느 정도 동의를 해요. ‘온조’가 저랑 닮은 점이라면 친구를 소중하게 여기고 모두와 잘 지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너무 비슷하다 느꼈어요. 또 제가 은근 ‘허당기’도 많은 데 온조도 그렇잖아요(웃음)..”
본인 보다 주변 사람, 특히 친구를 더 챙긴다는 실제 박지후의 성격은 ‘온조’의 모습으로 고스란히 투영됐다. 일부에서 ‘온조’를 보고 발암 캐릭터라고 하는 부분 중 하나가 좀비로 변한 친구에게 너무도 과하게 감정을 이입하는 장면이 꽤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한 장면에선 이미 좀비로 변한 친구의 손을 잡고 끝까지 구하려 노력하는 모습에 ‘답답하다’는 관람평이 많았다.
“(웃음) 정확하게 누구라도 말하면 스포일러라. 그래도 설명을 드리자면, 지금 생각해도 친구인데 바로 손을 놔 버릴 수 있을까 싶어요. 전 못할 거 같아요. 오랜 시간을 보낸 둘 도 없는 친구 사이였는데, 그런 친구가 좀비가 됐다고 가차 없이 손을 놔 버리는 게 너무 진안하고 잔혹하단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온조의 행동에 공감이 됐고 다시 생각해도 그 연기가 맞다고 생각해요. 만약 실제로 그런 상황이 저 ‘박지후’에게 닥쳐도 ‘온조’와 똑같이 그랬을 것 같아요.”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 사진/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은 하이틴 좀비 장르라고 불린다. 등장하는 배역들의 90% 이상이 모두 고등학생으로 설정돼 있다. 그리고 사건이 벌어지는 공간 자체도 90% 가량 학교에서만 일어난다. 결과적으로 주요 배역들은 친했던 친구들과 생존을 두고 대결을 해야만 한다. 인간으로 생존해 있는 배역들은 죽은 상태에서 좀비로 변한 과거의 친한 친구들과 싸워야만 한다. 극중이지만 10대 청소년들에겐 감당하기 힘든 현실이다.
“극중에서도 온조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죽어’란 대사도 나오잖아요. 온조의 감정을 표현하는 게 사실 가장 힘들었죠. 촬영 당시에 감독님과 정말 많이 대화를 나눴어요. 그리고 촬영에 들어가면 실제 학교 친구들을 대입시켜서 감정을 끌어 올려봤죠. 다행인 건 제가 그래도 연기와 일상을 잘 구분해서 감정적으로 빠져 들어서 힘들진 않았어요. 다만 온조가 너무 안쓰러웠어요. 그렇게 되기까지 온조가 겪는 사건과 과정을 시청자들이 잘 따라오실 수 있게 연기를 하는 것에 집중했어요.”
또 다른 주인공 청산(윤찬영)이와의 러브라인에 관심을 두는 팬들이 정말 많았다. 온조는 수혁(로몬)을 좋아하지만 온조의 소꿉친구인 청산이가 온조를 좋아한다. 이 감정은 ‘지금 우리 학교는’ 중반쯤 공개된다. 묘하게 얽혀 버린 삼각관계에 시청자들도 꽤 흥미를 갖고 지켜보게 되는 동력이 된 셈이다. 이제 대학 생활을 시작하는 박지후는 실제론 ‘모태솔로’라고 한다. 하지만 극중이던 실제로던 청산과 수혁 같은 남자에 대한 생각도 궁금했다.
배우 박지후. 사진/넷플릭스
“우선 온조와 청산이 그리고 수혁의 관계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정말 많아서 기뻤어요(웃음). 먼저 전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것보다 절 좋아해주는 사람이 좋아요. 그럼 답은 나오죠 하하하. 촬영 때 찬영 오빠와 함께 온조와 청산의 관계에 대해 많이 얘기를 했어요. 제가 아무리 준비를 잘해도 현장에서 눈을 보며 연기를 할 때의 즉흥적인 감정이 더 중요하다 느꼈죠. 그때의 감정과 에너지가 실제 촬영이 정말 많이 도움이 됐어요.”
촬영이 끝 난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박지후에게 ‘지금 우리 학교는’은 행복한 현장이었단다. 이미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촬영 당시 그는 여전히 고등학생이었다. 그리고 실제 함께 작업한 배우들 가운데 고등학생들이 많았다. 또한 촬영 세트장이 엄청난 규모로 지어졌기에 실제로 학교를 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학교 수업 뒤 다시 학교에 등교하는 기분이었단다.
“정말로 다시 학교 가는 느낌이었어요. 세트가 너무 커서 들어가면 그냥 실제 학교였어요(웃음). 친구들도 있었고 언니 오빠들 모두가 너무 친하게 함께 다들 그렇게 지냈어요. 오늘은 무슨 얘기를 들을까. 오늘은 어떤 촬영을 할까. 정말 하루 하루가 너무 기대가 되고 즐거웠던 현장이에요. 그런 기대감이 실제 촬영에서도 좋은 기운으로 드러나 좋은 호흡으로 찍힌 것 같아 너무 뿌듯해요. 여전히 휴대폰 단체 대화방도 있는데 아직도 시끌벅적해요(웃음). 재미있게 잘 소통 중이에요.”
배우 박지후. 사진/넷플릭스
당연히 마지막은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이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지만 공개해도 무리가 없는 내용은 ‘온조’는 마지막까지 생존한단 점이다. 가장 중심에 있는 캐릭터이니 당연하다. 나약하고 눈물만 많던 온조가 ‘지금 우리 학교는’의 12화를 지나면서 점차 강인해져 가는 모습은 분명 눈에 띈다. 만약 시즌2가 제작되고 온조가 다시 등장하게 된다면 온조는 과연 어떤 모습이 돼 있을까 궁금하다.
“만약 ’온조’가 시즌2에 출연을 하게 된다면, 좀 더 융통성 있고 똑똑하게 사건에 대처하지 않을까요. 시즌1에서 워낙 고생을 많이 했잖아요(웃음). 별의 별 상황을 겪고 대처를 해봤으니 좀 더 간결하게 사건을 돌파해 나가는 법을 배우게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 대부분을 잃었잖아요. 더 단단해 지고 더 용감해진 ‘온조’가 돼 있을 것 같아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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