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제주시 서귀포시 매일올레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만난 후 현장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대전·충청·제주=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충청과 제주를 찾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대한 작심비판과 파상공세에 열을 올렸다. 이번 대선을 '유능 대 무능', '통합 대 분열'의 선택으로 규정한 데 이어 윤 후보에게 '정치보복'과 '무속논란'까지 제기하며 공세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공식 선거운동 시작을 이틀 앞두고 진영 결집과 중도층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소환하며 표심을 최대한 자극했다.
이 후보는 13일 제주도 서귀포시 매일올레시장에서 시민들과 만난 것을 끝으로 1박2일 간의 충청·제주 민심탐방을 마쳤다. 지난해 11월12일 부산·울산·경남에서 시작된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일정도 모두 종료했다. 이 후보는 15일부터는 공식 선거운동에 맞춰 다시 전국을 순회하는 유세를 시작하기로 했다.
이 후보는 이틀 동안 윤 후보를 향한 작심비판을 이어갔다. 기존 '유능 대 무능', '통합 대 분열' 구도를 강조한 동시에 윤 후보의 적폐수사 발언과 공포정치를 특히 강하게 지적했다. 이 후보는 매일올레시장에선 "수십년간 수없이 많은 사람의 희생·헌신으로 이 나라에 민주주의와 인권·자유가 보장되는 합리적 사회로 만들었다"며 "민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사람이 국가 지도자가 되어서 촛불도 엄단하고, 언론사도 폐쇄하고, '검찰에 겁도 없이 달려드냐'며 검찰국가가 된다면 그게 누구의 불행이겠느냐"고 위기감을 끌어올렸다.
이어 "어떤 독재자도, 어떤 폭력적 정치인도 대놓고 '정치보복을 하겠다' 이렇게 폭력을 공언하는 후보를 본 적이 없다"며 "13년 전 국민의힘 전신의 정권이 우리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정치보복하느라 그분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던 그 안타까운 기억을, 그런 일이 다시 벌어질 것이라고 공언하는 후보가 있다"고 강력 비판했다.
1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제주시 명림로 4·3 평화공원 위령탑을 참배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제주 4·3 평화공원 위령탑 참배 직후 시민들과 만나서도 "이 참혹한 보복의 현장에서 다시 보복을 생각하는 상황이 됐다"며 "자신의 사적 욕망을 위해서 누군가를 해치고 생명을 없애고 나라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 다시는 반복돼선 안 된다"고 했다. 다분히 윤 후보의 적폐수사 발언을 겨냥했다. 이 후보는 위패 봉안실 방명록에 "보복의 낡은 시대를 넘어 유능한 경제대통령이 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 후보는 앞선 12일에도 윤 후보를 몰아붙였다.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을 찾아서는 "(이명박정부와 검찰은)노 전 대통령이 고향으로 돌아가서 평범한 시민으로 살겠다고 했는데, 정치적으로 보복해서 극단적 선택을 하게 했다”며 “우리 스스로도 지켜주지 못했다고 한탄하게 했던 그 악몽이 다시 시작되려 한다”고 했다. 대전과 세종시 연설에서도 "정치는 복수혈전의 장이 아니다"라며 "노 전 대통령을 지키지 못했다는 후회를 결코 두 번 반복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청주에선 "13년 전 우리가 사랑한 한 분이 세상을 떠났다"며 "노 전 대통령과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1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충북 청주시 상당구 성안길 인근에서 시민들과 만난 후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앞서 윤 후보는 지난 9일자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집권하면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해야죠. 해야죠. (수사가) 돼야죠"라고 적극 동의했다. 정치보복 우려에 대해서는 "누가 누구를 보복하나"라며 "그러면 자기네 정부 때 정권 초기에 한 것은 헌법에 따른 것이고, 다음 정부가 자기네들의 비리와 불법에 대해 한 것은 보복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참모회의에서 이례적으로 "강한 분노"와 함께 윤 후보의 사과를 촉구했고, 민주당 역시 규탄과 함께 후보직 사퇴를 주장했다.
윤 후보 발언은 그 자체만으로도 논란을 촉발시키기에 충분했다. 이 후보는 한 발 더 나아가 종국엔 윤 후보와 검찰이 문 대통령을 겨냥한다는 점을 강조, 노 전 대통령을 지키지 못했던 이들의 트라우마를 파고들었다. 윤 후보가 지역 연고를 내세워서 충청대망론을 부각하는 것을 차단하고, 제주에서는 4·3의 아픈 기억과 '보복'의 공포를 연결시키는 차원으로도 해석됐다.
1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세종시 조치원읍 세종전통시장을 방문해 현장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윤 후보의 무속 논란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후보는 12일 한 언론보도를 인용해 2020년 코로나19 첫 전국 확산세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 후보가 무속인의 조언으로 신천지 압수수색을 거부했다며 "중요한 일을 주술사와 샤머니즘에 의존해 결정하면 우리 모두가 샤머니즘의 희생자가 된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 문제가 아니라 비과학적 주술로 국정을 농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또 윤 후보의 압수수색 거부가 무속 논란과 관련 있음을 추후 특별검사를 통해서라도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국기를 뒤흔든 사건이라서 반드시 특검으로 규명해야 한다"며 "분명한 건 신천지 압수수색이 합리적이지 않은 이유로 거부됐다는 것이고, 사실이라면 어떤 경우라도 처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후보는 다음날에도 "국민이 죽어갈 때 자신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국민을 위해 행사하라고 한 권력을 행사하지 않는 걸 넘어 방임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침해한 사람은 국가 지도자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1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대전시 유성구 대전e스포츠경기장 드림아레나에서 대전·세종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아울러 이 후보는 지역공약을 통해 지역 현안과 민생을 챙기는 모습에도 힘을 쏟았다. 이 후보는 대전과 세종에선 "기상청과 한국기상산업기술원 등 4개 기관의 대전 이전이 신속히 추진되도록 노력하겠다"며 "행정수도를 명문화한 개헌을 하고 세종에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의사당 건립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했다. 충남과 충북에선 충남 소재 국립대학의 의과대학 신설, 충북 청주교도소 이전을 공약했다. 제주로 가선 "4·3에 대한 완전한 보상을 추진하고 제주형 기본소득을 도입해 도민의 소득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전·충청·제주=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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