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거의 완벽한 정답이 아니다. 이 정도면 ‘무조건 정답’이라고 해야 한다. 전 세계에서 한국의 연출자들이 가장 실력이 출중하단 점. 이번에도 좀비가 등장한다. 이젠 분명히 낯익은 소재다. 그런데 다르다. 그것도 전혀 다르다. 소재가와 설정이 다르다고 하지만 연출에서 달라졌단 게 더 적절한 표현일 듯하다. 감독이 다르니 연출도 다른 건 당연하다. 그런데 그래서 다르다고 하면 그것도 너무 섭섭하다. 감독이 ‘이재규’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방송가의 전설로 불리는 ‘다모’의 연출자다. 신드롬을 일으킨 ‘베토벤 바이러스’도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2018년 529만 관객을 동원하며 스크린 신드롬을 일으킨 ‘완벽한 타인’도 그가 만들었다. 이 정도면 ‘뻔하지 않은 좀비 장르’가 왜 나왔는지 수긍이 돼야 할 듯하다. 단순하게 감독이 달라 그런 것이라고 하면 너무 섭섭하단 감정도 당연한 것이라 수긍해야 한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하이틴 좀비 장르 시리즈다. 넷플릭스에선 ‘오징어 게임’에 이어 두 번째로 가장 긴 기간 동안 글로벌 1위를 기록 중인 K-콘텐츠다. 이재규 감독에게 전해 들은 ‘지금 우리 학교는’에 대한 모든 것이다.
이재규 감독. 사진/넷플릭스
1월 28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지금 우리 학교는’이 공개됐다. 공개 이후 글로벌 1위에 올랐다. 최근 ‘지옥’이 기록 중이던 11일 연속 글로벌 1위를 넘어섰다. 이제 K-콘텐츠 가운데 ‘지금 우리 학교는’보다 더 오래 글로벌 1위를 기록 중인 시리즈는 ‘오징어 게임’뿐이다. 연출을 맡은 이재규 감독은 실제 절친인 ‘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과의 일화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아마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에서 큰 인기를 끈 뒤 제가 황 감독에게 전화를 한 적이 있어요. 축하 전화였죠. 당시에 ‘내년에는 우리도 나간다. 근데 너무 부담이 돼 죽을 것 같다. 너무 크게 성공한 거 아니냐’라고 했죠. 그랬더니 ‘무슨 부담이냐. 내가 문 살짝 열어 놨으니 편하게 들어와라’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지금도 뭐 ‘오징어 게임’은 넘사벽 아닙니까. 하하하. ‘지금 우리 학교는’에 대한 인기. 여전히 얼떨떨해요.”
‘킹덤’ 이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K-콘텐츠는 상당한 흥행 타율을 보이고 있다. ‘실패’란 단어와는 거리가 애당초 멀고 먼 결과물만 쏟아져 나왔다. 종류도 다양했다. 물론 그 가운데 가장 많고 가장 인기가 있었던 소재가 바로 ‘좀비’다. 그리고 대부분의 작품이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갖고 있다. 무궁무진한 원천 소스가 밑 바탕이 된 작품들이 당연하게 인기를 끌게 됐단 얘기다. 이재규 감독의 생각도 비슷하면서도 또 조금은 달랐다.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 사진/넷플릭스
“저희보다 앞서 공개된 K-콘텐츠 선배들이 열어 준 문으로 관심이 쏟아져 들어왔고 거기에 저희가 좋은 수혜를 입은 것 같아요. 그리고 해외팬들이 좀비 장르를 워낙 좋아해 주시는 것도 있고. 제 생각을 좀 더 전해 드리자면 서양은 작품들이 상당히 건조하고 정제된 느낌이 강한데, 한국 콘텐츠는 그보단 더 뜨거운 것 같아요. ‘지금 우리 학교는’ 자체가 자라면서 사회화 되는 과정 속에 어릴 때의 뜨거움을 잃어가는 걸 얘기했는데, 그런 점에 공감을 해주시는 것 같아요.”
넷플릭스 콘텐츠들은 일반적으로 공식이 있다. 우슨 시즌제로 공개가 된다. 그리고 시즌제이면서 전체 회차가 정해져 있다. 가장 적은 회차는 전체 6화로 구성이 돼 있다. 많게는 8화에서 10화가 넘어갈 수도 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총 12화로 구성이 돼 있다. 기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가운데에서도 꽤 많은 회차로 구성돼 있는 셈이다. 이 점은 이재규 감독 드리고 대본을 함께 쓴 천성일 작가와의 회의에서도 꽤 많이 논의가 됐던 부분이라고 했다.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 사진/넷플릭스
“회 차에 대한 얘기를 정말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도대체 몇 회 차로 시즌1을 구성해야 가능할까 싶었죠. 그 회 차에 따라서 각 화에 대한 얘기 구성도 달라질 듯하니까요. 8화 정도라면 그에 맞게 줄여야 하고, 14화가 맞다면 그게 맞게 또 늘려야 하고. 정말 고민고민을 하고 회의를 거듭한 끝에 12화가 가장 적합하단 결론이 나왔어요. 그에 맞게 구성도 다시 재배치를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가장 잘 한 선택 같습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하지만 2009년에 공개된 작품이다. 공개된 지 12년이나 지난 작품이다. 온라인에선 ‘K-좀비의 시초’로 불리는 유명 작품이지만 마니아층이 아니라면 사실 낯선 작품이기도 하다. 이재규 감독은 원작을 영상으로 전환하면서 영상에 맞는 설정 변환을 위해 각색한 부분이 꽤 있다고 밝혔다.
“원작하고 좀 달라진 부분이라면 아마도 바이러스 기원에 대한 얘기가 아닐까 싶어요. 보통 좀비 장르에선 사건의 기원을 설명하진 않거든요. 그 설명이 들어가면 너무 소모적이 된다 여기거든요. 현재 벌어진 상황에 집중하는 얘기가 강하죠. 저흰 스토리 안에 바이러스의 기원과 과정을 적절히 녹여 낸 게 아마 큰 차별점이 아닐까 싶어요.”
이재규 감독. 사진/넷플릭스
사실 ‘지금 우리 학교는’에 대해 호평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관람 후기에선 이 얘기 자체의 설정 오류를 지적하는 얘기도 많았다. 그 외에 다른 논란과 후기도 상당히 많다. 우선 설정 오류를 지적하는 부분 그리고 청소년관람불가이지만 하이틴 좀비 장르란 점에서 표현의 수위가 상당히 높단 지적도 많다. 특히 학교 내 성폭력 피해와 여고생 출산 장면은 ‘과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남라’ ‘귀남’ ‘은지’가 좀비에게 물렸지만 왜 안 변하냐는 얘기가 많아요. 저희 내부적으로 구분했던 점은 정확하게 설명 드리면 ‘남라’는 면역자에요. 그리고 ‘귀남’과 ‘은지’는 좀비이지만 ‘살아 있는 좀비’에요. 바이러스의 돌발적인 변이를 보여주고자 했던 설정이에요. 그리고 성폭력 피해와 출산 장면은 현실에서도 실제로 있는 사건들이고, 가해자들에게 피해자들의 고통을 직접적으로 전달해 주고 싶었어요. 근데 너무 과했다는 지적도 있고. 자극을 위한 설정은 아니지만 그렇게 느끼셨다면 연출자인 제 잘못입니다.”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 사진/넷플릭스
반면 그 외의 고등학교 생활 모습은 지금 현재 진행형이라고 해도 온전히 믿을 정도로 사실감 넘치게 표현이 됐다. 50대에 접어든 이재규 감독이 아무리 수 많은 취재를 했다고 해도 고교 생활상을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는 점은 무리가 있다. 이 감독은 이를 위해 자신의 두 아들 그리고 촬영 직전 주요 배역의 배우들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며 고마워했다.
“말씀하신 대로 제가 고교 졸업한지가 30년이 넘어요(웃음). 그래서 정말 고민이 많았는데, 다행히 제 두 아들이 큰 도움을 줬죠. 작은 아들이 올해 대학에 입학했고, 큰 아들이 군대에 입대했거든요. 두 아들에게 대본 검수를 정말 많이 받았어요. 촬영 전에는 출연 배우들에게 정말 많이 도움을 받았어요. 촬영 당시 고등학생인 배우들이 정말 많았거든요.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도움을 받았죠. 정말 고마웠어요.”
워낙 ‘재미있다’는 관람기가 많이 쏟아지고 있다. 시즌제로 제작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는 전 시즌 성적에 따라 시즌2 제작이 결정된다. 사실상 ‘지금 우리 학교는’ 글로벌 흥행 성적은 시즌2 제작을 확정 시킨 것이나 다름 없다. 이재규 감독도 시즌1의 흥행을 염두한 것은 아니지만 시즌제를 염두하고 대본 구성을 했다고 털어놨다. 시즌2 제작 가능성에 대해 전했다.
이재규 감독. 사진/넷플릭스
“아직 연락 받은 것은 전혀 없습니다. 공개 된지 초반이잖아요. 처음 대본을 쓸 때부터 시즌제를 생각하고 쓴 것도 사실이고요. 시즌2가 결정이 되면 시즌1과는 전혀 다른 색깔의 얘기가 나올 듯 합니다. 시즌1은 ‘인간들의 생존기’라고 부를 수 있는데, 시즌2가 결정이 되면 시즌2는 ‘좀비들의 생존기’가 될 것 입니다. 시즌2, 저도 하루 빨리 시작해 보여 드리고 싶네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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